[책마을] 유전체는 인간사회 축소판…서로 돕고 싸우며 진화한다

입력 2016-12-22 17:28   수정 2016-12-23 05:24

유전자 사회

이타이 야나이·마틴 럴처 지음 / 이유 옮김 / 을유문화사 / 344쪽 / 1만5000원



[ 선한결 기자 ] 세포는 딱 맞는 횟수만큼 분열하고 성장한다. 만약 한쪽 손의 세포가 한 번씩만이라도 더 분열한다면 손 대신 커다란 혹을 달고 살게 될 것이다. 몸 속 유전자가 적절한 체계를 운영해 이런 일을 방지한다.

인간을 포함한 모든 동식물은 각각 수많은 유전자가 모여 만든 유전체다. 생물학자인 이타이 야나이와 마틴 럴처는 《유전자 사회》에서 유전체를 사회에 비유한다. 유전자들이 각자 맡은 역할을 하면서 서로 정교한 관계망을 구성해 유전체의 생존과 진화를 이끌기 때문이다.

저자들은 유전자들의 기능을 인간 사회 모습과 연결해 설명한다. 서로 경쟁하고 협력하며 사람의 몸을 만들고, 그 다음 세대의 청사진을 그린다. 경계를 중요시하는 것도 인간 사회와의 공통점이다. 구성원과 침입자를 구별해 면역계를 유지한다.

유전자 사회는 구성원 간 특화와 분업을 통해 체계를 유지한다. 유전자를 복제해주는 중합효소는 현장 노동자 역할을 한다. FGFR3 유전자는 세포의 성장 신호를 접수하고 다음 단계에 이를 전달해주는 중간 전달자다. 이 유전자가 태업하면 유전병이 일어난다. 상위 관리자 격인 HOX 유전자는 몸의 형태 형성을 제어한다.

여러 유전자가 본래 이타적이라서 인간의 발전을 위해 노력하는 것은 아니다. 한 가지 유전자에는 여러 버전의 대립인자가 있다. 사람 눈엔 눈동자가 있고, 그 색이 조금씩 다른 식이다. 이 대립인자끼리 서로 더 많은 유전체를 확보하기 위해 치열하게 경쟁한다.

저자들은 이를 시장 경쟁에 비유한다. 각자 이익을 추구하는 개인 간의 관계가 시장을 효율적으로 만든다. 이처럼 유전자도 각자 오래, 더 많이 살아남기 위해 서로 애쓰는 과정에서 인류의 지속성을 높인다.

기업 합병처럼 유전자 사회가 서로 합쳐져 더 강한 방향으로 진화를 이끄는 경우도 있다. 부모가 자식에게 절반씩 유전체를 주는 방식부터가 그렇다. 저자들은 “유전자는 각자를 100% 복제하는 대신 반씩 섞어 새로운 조합을 내는 전략을 택했다”며 “끊임없이 변하는 외부 세계에 맞게 세대마다 새로운 유전자 조합을 시도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각 대륙의 일조량에 맞게 다르게 진화한 피부색이 그런 예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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