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성비에 더해진 취향저격…콜드브루·쉑쉑버거 돌풍

입력 2016-12-30 17:21  

히트다! 히트…2016년 달군 인기상품


[ 강진규/노정동/이수빈 기자 ] “스타벅스에서 비싼 아메리카노를 마시느니 야쿠르트아줌마가 파는 콜드브루를 마시겠다.”

한국야쿠르트가 지난 3월 내놓은 ‘콜드브루 바이 바빈스키’를 맛본 한 소비자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남긴 후기다. 소비자는 마트, 편의점에서 파는 컵커피를 고급화한 콜드브루(2000원)가 4100원짜리 스타벅스 아메리카노보다 싸다는 점에 주목했다.

패스트푸드 시장은 ‘쉑쉑버거’의 등장으로 고급화됐다. 1만원이 넘는 기존 수제버거보다 저렴하면서도 ‘제대로 된’ 버거를 먹고 싶다는 소비자 취향을 ‘저격’했다.

편의점 수가 급증하고 자체상표(PB) 상품이 히트한 것도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에 ‘편의성’과 ‘아이디어’가 더해진 결과다. 소비 주체로 떠오른 1인 가구는 값은 싸지만 접근성이 떨어지는 대형마트 대신 좀 비싸더라도 집 앞에 있는 편의점으로 향했다. 편의점도 도시락, 커피, 디저트 등 젊은 층이 좋아하는 상품을 중심으로 아이디어 상품을 쏟아냈다. 올해 히트상품 중에는 이처럼 가성비에 ‘플러스알파(+α)’한 제품이 많았다.


(1) 품질을 높였다, 경쟁자가 바뀌었다
아메리카노 커피보다 비싼 ‘콜드브루’ 불티

1주일에 평균 12.3잔의 커피를 마시는 한국인은 올해 ‘콜드브루’에 빠졌다. 콜드브루는 로스팅한 커피원두를 분쇄한 뒤 찬물을 부어 추출한 커피다. 콜드브루 열풍은 한국야쿠르트의 ‘콜드브루 바이 바빈스키’에서 시작됐다. 제품을 출시할 때만 해도 회사 내에선 회의적인 전망이 많았다. 커피시장이 포화상태인데 일반 냉장 컵커피보다 두 배 가까이 비싼 제품을 누가 사겠느냐는 것이었다. 하지만 소비자들은 가격보다 품질에 주목했다.

스타벅스, 투썸플레이스 등 커피전문점 커피와 비교해 품질은 비슷하면서 가격은 절반이라고 여기며 기꺼이 구매했다. 커피전문점 메뉴가 인기를 끌면서 냉장제품으로 나오던 신제품 개발 공식도 깨졌다. ‘콜드브루 바이 바빈스키’가 성공하자 다른 냉장커피 브랜드와 커피전문점이 잇따라 콜드브루 메뉴를 개발했다.

유통업체의 PB 상품이 처음 개발되던 2~3년 전만 해도 PB 상품은 ‘유통 단계를 줄여 제품 값을 내린 것’이라는 인식이 일반적이었다. 이마트의 프리미엄 PB브랜드 피코크는 이 같은 고정관념을 깼다. 피코크 제품 중 올해 가장 많이 팔린 것은 디저트 티라미수다.

이마트가 지난 10월 내놓은 ‘피코크 레이디핑거 티라미수’는 마트에서 파는 디저트류 중 가장 비싼 축에 속하는 9980원(500g)이지만 출시 직후 품귀현상이 벌어질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피코크 진한 육개장도 PB제품의 품질을 크게 높였다는 평가를 받았다. 올해 피코크는 작년보다 30%가량 증가한 1750억원의 매출을 올렸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홈쇼핑에서도 고가의 패션상품이 팔리기 시작했다. 롯데홈쇼핑에서 판매한 ‘다니엘에스떼’, 현대홈쇼핑의 ‘모덴’ 등은 이너웨어가 6만9000원, 아우터웨어가 16만원 넘으면 팔리지 않는다는 홈쇼핑업계의 가격 저항선을 깼다.

(2) 소비주체로 떠오른 ‘나홀로족’
편의점 CU 3000원짜리 ‘백종원 도시락’ 인기

1인 가구가 빠르게 증가하면서 혼자 밥을 먹거나 술을 마시는 ‘나홀로족’이 소비의 핵심주체로 떠올랐다. 올해 히트상품 중에서도 1인 가구의 소비 패턴을 파고든 제품이 많았다.

편의점 CU의 백종원 도시락은 ‘혼밥족’의 필수품으로 떠올랐다. 대표 제품인 ‘한판 도시락’은 3000원대 합리적인 가격에 여섯 가지 반찬을 제공해 집밥과 같은 푸짐한 식사를 할 수 있다는 점을 앞세워 인기를 끌었다. 이 제품은 전통적인 편의점 히트상품인 소주와 바나나우유를 제치고 올해 CU에서 매출 기준 1위에 올랐다. GS25는 ‘김혜자 도시락’, 세븐일레븐은 ‘혜리도시락’을 내놓으며 백종원 도시락과 경쟁하고 있다.

나홀로족은 술도 혼자 마셨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최근 6개월 안에 술을 마신 적이 있는 2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66.1%가 혼자 술을 마신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혼술족에게 인기 있는 것은 ‘수입맥주’다. 종류가 다양하기 때문에 취향에 따라 골라 마실 수 있다는 점이 인기 요인으로 꼽힌다.

영화관과 노래방도 나홀로족을 위한 공간을 마련했다. 메가박스 코엑스점은 6개관의 5열 전체를 싱글석으로 만들었다. 노래방 체인인 수노래방은 1인실이 특히 붐볐다.

(3) 입소문 마케팅의 힘
제이에스티나 ‘송혜교 목걸이’ 유커에 화제

‘송혜교 목걸이(제이에스티나)’ ‘얼굴에 바르는 아이크림(AHC)’ ‘견미리 팩트(애경)’. 올해 패션·뷰티업계의 히트상품이다. 공통점은 입소문 마케팅(word of mouth·WOM)으로 떴다는 것.

제이에스티나의 ‘헬리오’ 목걸이와 귀걸이는 올해 주얼리 제품 중 가장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다. 드라마 ‘태양의 후예’에서 주인공 송혜교가 착용한 모습이 전파를 타면서 화제가 됐다. 드라마 방영 뒤 매출이 3~4배 뛰었다. 중국인 관광객(유커)도 환호했다. 제이에스티나는 지난 4월 신라면세점에서 매출 12억3000만원을 올려 스와로브스키를 제치고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AHC는 발상의 전환으로 소비자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대표 제품인 ‘더 리얼 아이크림 포 페이스’는 얼굴 전체에 바르는 아이크림이다. 홈쇼핑 방송에서 “영양성분이 농축된 아이크림을 얼굴 전체에 바르면 얼마나 피부에 좋겠냐”는 식으로 홍보했다. ‘완판 행진’이 이어졌다. AHC는 올 한 해 CJ오쇼핑과 GS샵에서 모두 매출 1위에 올랐다.

친근한 별칭도 입소문에 힘을 보탰다. 애경 ‘에이지 투웨니스 커버팩트’는 브랜드 모델인 배우 견미리가 즐겨 쓰는 제품이라는 뜻에서 ‘견미리 팩트’라는 별칭이 붙었다. 이 제품은 엄마가 써보고 좋아 딸과 같이 쓴다는 의미에서 ‘모녀 팩트’라고도 불린다. 에이지 투웨니스는 GS샵과 현대홈쇼핑에서 올해 매출 2위였다.

(4) 메가히트 줄고 중박상품 늘었다
‘초코파이情 바나나’ ‘부대찌개라면’ 반짝 히트

업계 판도를 바꿀 만한 ‘대박 상품’이 보이지 않고 ‘중박 상품’(기대 이상으로 팔렸지만 유행이 짧은 제품)이 늘어난 것도 올해 나타난 트렌드다. 지난해 식품업계에선 ‘중화풍 라면’이 크게 유행했다. 농심 ‘짜왕’은 출시 후 4개월간 450억원, 오뚜기 ‘진짬뽕’은 같은 기간 750억원어치가 팔려나갔다. 해태제과의 ‘허니버터칩’도 달콤한 감자칩이라는 새 시장을 열면서 크게 히트했다.

올해 화두는 바나나맛과 찌개라면이었다. 오리온 ‘초코파이情 바나나’는 4월 출시 후 4개월간 누적매출 200억원을 기록했다. 농심과 오뚜기가 각각 내놓은 부대찌개라면은 8월 출시 후 지금까지 각각 300억원과 100억원어치가 팔렸다. 하지만 규모는 지난해 히트상품에 미치지 못했다. 업계 관계자는 “소비자 취향이 분산되면서 바나나맛에 이어 자몽맛, 녹차맛이 나오고 부대찌개면에 이어 김치찌개면이 나오는 등 제품 주기가 짧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강진규/노정동/이수빈 기자 jose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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