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테마주 투자, 결말 뻔한 '막장 드라마'

입력 2017-01-10 18:49  

2012년 대선 직전 6개월간 47% 추락

금감원, 2011년 6월~2013년 5월
테마주 200만개 계좌 조사 결과
총 1.5조 손실…99%가 개인



[ 김우섭 기자 ] 온라인 교육업체 와이비엠넷(옛 YBM시사닷컴) 주가는 지난 6일과 9일 2거래일 동안 58.05% 올랐다. 매출과 당기순이익이 2013년 이후 연 10% 이상씩 줄고 있는 이 회사의 10일 기준 주가수익비율(PER)은 1366.67배다. 동종 업계인 교육 서비스업 평균 PER(12.55배)의 108배에 달한다. 민선식 와이비엠넷 사장이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과 하버드대 동문이라는 이유로 ‘대선 테마주’로 엮이면서 주가가 수직 상승했다. 권성학 와이비엠넷 이사(CFO)는 “빗발치는 문의에도 둘 사이에 ‘친분이 있다’ ‘아니다’고 해명을 할 수도 없으니 답답할 노릇”이라며 “실적과 상관없는 주가 상승은 나중에 투자자들의 손실로 이어질 수 있어 걱정”이라고 토로했다.


19대 대선을 앞두고 잠정적인 여야 대선 후보와 연관됐다는 대선 테마주 주가가 요동치고 있다. 한국경제신문이 10일 대선 후보 8명의 테마주로 분류된 26개 종목들의 수익률을 조사해 본 결과 지난해 하반기(7월 초~12월 말)에만 평균 67.98%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26개 회사 중 수익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한 곳은 4개(15.38%)에 불과했다. 반면 두 배 이상 오른 종목은 7개(26.92%)에 달했다. 상반기(1월 초~6월 말)에도 26개 대선 테마주는 평균 31.19% 올랐다.

하지만 ‘기대감→과열→버블’의 공식으로 오르는 대선 테마주는 선거를 일정 기간 앞두고 ‘폭락’하는 특성을 보인 것이 사실이다. 지난 18대 대선이 전형적이었다. 선거를 1년여 앞둔 2012년 1월2일부터 6월30일까지 당시 박근혜·문재인·안철수 후보와 관련이 됐다고 시장에 알려진 10개 테마주의 수익률은 128.62%에 달했다. ‘안철수 테마주’ 4개의 평균 수익률은 무려 225.25%였다. 그러나 대선을 6개월 앞둔 2012년 7월1일부터 12월20일까지 10개 종목의 수익률은 -47.30%로 곤두박질쳤다. 플러스 수익을 낸 종목은 단 한 개도 없었다. 2012년 7월에 테마주를 사들인 투자자들은 그야말로 ‘상투’를 잡은 셈이다.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실적 뒷받침 없이 급등한 대선 테마주들은 선거가 다가올수록 차익실현 매물이 쏟아지는 특성을 보인다”고 말했다.

이번 대선에선 테마주 주가 변동폭이 더 클 것이란 전망도 많다. 지난해 변동성이 낮고 거래량도 적은 ‘식물 증시’ 국면에서도 유독 테마주에 많은 자금이 몰렸기 때문이다. 지난해 하반기 대선 테마주 26개 종목의 하루평균 거래량은 코스닥 거래량의 8.28%. 반 전 총장이 대선 출마를 시사한 지난해 9월12일엔 코스닥의 26.36%가 테마주로 거래되기도 했다. 하지만 이들 종목의 연평균 시가총액은 2조8163억원으로 코스닥시장의 1.37%에 불과하다. 투자할 곳이 마땅치 않은 상황에서 정치 테마주에 관심을 갖는 투자자들이 크게 늘어난 것이다.

주가가 올라간 틈을 타 주식을 파는 회사 임원들도 나오고 있다. 문재인 테마주로 분류되는 고려산업의 모회사 임원은 지난해 11월 45만주를 장내 매도했다. 주가가 연초 대비 세 배 가까이 오른 시점이어서 최소 10억원 이상의 시세 차익을 본 것으로 분석된다. 손실 대부분은 개인투자자가 떠안는다. 금융감독원이 2011년 6월~2013년 5월 정치 테마주 35개의 실제 매매 손실 계좌를 확인했더니 200만개 가까운 계좌가 총 1조5494억원의 손실을 본 것으로 나타났다. 그중 99%가 개인투자자였다.

김우섭 기자 dut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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