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청 리포트] 연대 앞 문화발전소·이대 패션거리…'신촌 스타일' 되살린다

입력 2017-02-04 09:05   수정 2017-02-04 16:16

응답하라 1990년 - '신촌 르네상스' 시동 건 서대문구

내년까지 233억원 투입
지역 통합축제 콘텐츠 개발
창작공간 마련…예술인 발굴
낡은 골목길 특색있게 재구성

신촌기차역 민자 역사에 서울 신규 면세점 입점 확정
외국인 관광객 증가 기대



[ 마지혜 / 성수영 기자 ] 1980~1990년대 후반 서울 서대문구 신촌 일대엔 열기가 가득했다. 신촌은 ‘새로운 마을(新村)’이라는 이름처럼 새롭고 독특한 문화가 넘쳐나는 청년들의 ‘아지트’였다. 통기타 음악과 저항연극, 록카페 등 기성 주류문화와는 다른 독특한 청년문화가 이곳을 무대로 꽃을 피웠다. 시인 고(故) 기형도가 신촌의 다방들을 다니며 시를 썼고, 록·블루스 그룹 ‘신촌블루스’가 신촌의 한 카페에서 결성됐다.

2000년대 들어 신촌 거리는 싸늘하게 변했다. 유동인구가 급증하면서 땅값과 임대료가 치솟자 전통적 명물들이 견디지 못하고 하나둘 사라졌다. 신촌 대학문화를 대표하던 독수리다방과 녹색극장도 2005년 문을 닫았다. 우여곡절 끝에 독수리다방은 2013년 ‘문화카페’로 재탄생했지만 신촌의 중심거리인 연세로는 프랜차이즈 식당과 카페, 화장품 가게, 휴대폰 판매점 등으로 채워졌다. 안쪽 길에는 유흥주점과 숙박업소가 들어찼다. 신촌의 ‘낭만’이 사라지자 ‘청년문화’는 급격히 쇠락했다.


◆신촌 문화 ‘르네상스’ 맞을까

서울 서대문구청이 ‘신촌 되살리기’에 소매를 걷어붙였다. 이른바 ‘신촌 르네상스 프로젝트’다. 서대문구는 ‘신촌동 도시재생 활성화 계획’을 지난달 고시했다. 청년문화·신촌경제 부활을 모토로 내년까지 233억3200만원을 투입한다.

지역경제를 살리려면 상권이 활성화돼야 하고 상권 부활은 문화에 달렸다는 게 문석진 서대문구청장의 생각이다. 대학문화가 살아나고 이를 즐기기 위해 신촌을 찾는 사람이 늘어야 상권도 자연스럽게 활성화된다는 것이다. 1990년대까지만 해도 신촌에 비하면 ‘시골 동네’였던 인근 홍익대 앞 일대와 ‘핫플레이스’이던 신촌의 운명을 2000년대 들어 뒤바뀌게 한 ‘결정타’도 문화였다.

신촌을 한물간 ‘유흥가’에서 젊음이 넘치는 ‘대학가’로 되돌려 놓겠다는 게 문 구청장의 구상이다. 서대문구는 지역 특색을 담은 축제를 지역문화 활성화의 마중물로 삼았다. 대학이 밀집한 지역 특성을 살려 연세대에서 이화여대 앞 일대를 아우르는 지역 통합축제를 신설하기로 했다. 즐길거리를 많이 마련해 방문객을 끌어들인다는 목표다.

현대백화점 뒤편 창천문화공원엔 ‘청년문화 전진기지’를 조성한다. 교류하고 토론할 공간이 없어 애를 먹는 청년들에게 창작·연습공간, 회의실 등을 제공한다. 젊은 문화예술인을 발굴해 육성하기 위한 ‘문화발전소’도 세운다. 지난해 7월 ‘창작놀이센터’로 바꾼 연세대 정문 옆 지하보도는 문화사랑방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지난달에만 콘서트와 특강이 일곱 차례 열렸다.

페인트 칠이 벗겨진 낡은 건물이 밀집한 골목길 구석구석도 확 바뀐다. 연세로11길 등 7개의 거점골목이 대상이다. 골목길마다 ‘이색카페 색깔골목’ 등 각각의 콘셉트를 부여해 ‘찾아다니는 재미’를 주겠다는 구상이다. 후미진 곳에 있던 모텔을 리모델링해 꾸민 청년 창업주거공간도 오는 7월 문을 연다.

◆이대 앞은 ‘패션문화거리’로 재탄생

신촌 도시재생 프로젝트는 이화여대 일대까지 아우르고 있다. 이대 앞 상권 상황도 신촌과 크게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1970~1990년대 고급 양장점과 구둣방, 음악다방 등이 성업했던 이대 앞에도 2000년대 들어 상업화 바람이 불어닥쳤다. ‘이대앞스럽던’ 작고 특색 있는 가게들이 문을 닫고 외국인 관광객을 대상으로 한 저가 화장품점, 프랜차이즈 카페 등이 밀려들었다. 맞춤옷을 쇼핑하기 위해 이대 앞으로 몰려들던 여성들은 발길을 끊었다. 이대 앞 맞춤옷 가게 상당수가 폐업했다.

서대문구는 이대 앞 ‘색깔 복원’을 선언했다. 옷과 액세서리 등을 파는 점포가 밀집한 골목인 이화여대 3·5·7길을 ‘패션 특구’로 지정했다. 지난해 12월 이화여대5길 200m를 패션문화거리로 지정한 게 신호탄이다.

서대문구는 장기 공실점포 7곳을 임대해 청년 디자이너 9개팀에 일할 공간으로 내줬다. 청년 디자이너들은 보증금 부담 없이 1년간 임차료를 지원받으며 패션아이템을 사업화할 수 있다. 오는 6일까지 7~8개팀을 추가 모집한다. 인근에서 옷가게 ‘더블링#4’를 운영하는 유옥진 씨(38)는 “단골을 제외하고 찾아오는 고객이 거의 없어 힘들었는데 유동인구가 늘어나면 침체된 상권이 살아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대 정문 인근의 노점상도 대폭 정비한다. 신촌기차역 앞에 컨테이너몰을 열어 기존 노점상인과 신규 청년 사업자에게 영업 공간으로 내줄 계획이다. 보증금이나 권리금 없이 최소한의 사용료만 받는다.

이대 상권은 때마침 호재를 얻었다. 지난해 12월 관세청의 서울 신규면세점 선정 과정에서 중소·중견기업 면세점 사업권을 따낸 탑시티가 신촌기차역 민자역사에 입점할 예정이다. 외국인 관광객 유치 효과가 큰 면세점이 들어오면 인근 식당과 옷가게, 액세서리점 등 지역 상권도 활성화될 전망이다.

마지혜/성수영 기자 look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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