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 덮친 수도권 산업단지] 없어 못 구하던 '남·반·시 꼬마공장' 매물 수두룩…일자리 3만개 증발

입력 2017-02-05 17:16  

김낙훈의 현장 속으로

곳곳에 '임대·팝니다' 현수막
조선·전자 등 업황 나빠지면서 3·4차 영세 부품업체 직격탄

일감 줄고 돈줄마저 비상
금리 인상…높아지는 대출 문턱
담보 튼튼해도 연 3%대 부담

심해지는 기업 양극화
휴폐업 업체 빠진 채 매기는 가동률은 1년 새 최대 9%P↑



[ 김낙훈 기자 ]
경기 남동·반월·시화 산업단지 내 1650㎡ 이하 작은 공장의 별명은 ‘백화점 명품’이었다. 정가로 팔리는 귀한 물건이라는 의미였다. 큰 공장에 비해 업종 변경이 수월한 데다 서울 부천 광명 등지의 이전 수요도 많았기 때문이다. 급할 땐 가격을 5%만 낮춰 주면 금방 팔렸다는 게 현지 부동산중개업소들의 공통된 얘기였다. 하지만 요즘은 상황이 달라졌다. 불황이 장기화되면서 산단 대로와 이면도로변 소규모 공장 앞에도 ‘팝니다’ ‘임대 가능’이라는 내용의 현수막이 나부끼고 있다.

◆작은 공장도 매수 ‘뚝’

시화산단 인근에서 공장을 전문적으로 중개하는 산업단지공인의 박연식 상무는 “중대형 공장들은 잘 팔리지 않았지만 소형 공장은 수도권 재개발 여파로 밀려오는 기업의 수요가 끊이지 않았다”며 “하지만 최근에는 이마저 찾는 사람이 별로 없다”고 말했다.

휴폐업이 늘면서 이 지역 근로자도 1년 새 40만3157명에서 37만5843명으로 2만7314명 줄었다. 산단별로는 반월이 15만6464명에서 14만2502명으로 1만3962명 감소했다. 시화는 13만5606명에서 12만8157명으로, 남동이 11만1087명에서 10만5184명으로 줄었다.

이들 3개 산단에는 부품·소재 및 뿌리기업이 많은데 주력 산업인 조선 자동차 전자 등의 업황이 악화되면서 3, 4차 협력업체들이 타격을 받은 것으로 분석된다. 업종별로는 전기·전자, 기계, 운송장비 분야 업체의 감소폭이 컸다. 남동산단은 기계업체가 2015년 11월 3654개사에서 작년 11월 3478개사로 176개사 줄었다. 전기·전자 업체는 1253개사에서 1159개사로 94개사가 사라졌다. 시화산단에서도 같은 기간 기계업체가 6937개사에서 6711개사로 200개사 이상 없어졌다.

최병긍 중소기업중앙회 안산지부장은 “감소한 업체로 잡힌 곳 중 일부는 화성 평택 당진 등지로 옮긴 업체도 있는 것으로 관련 업계는 보고 있다”며 “하지만 상당수 기업은 문을 닫은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금리 인상으로 경영난 가중”

금리 인상까지 겹쳐 중소기업들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 시화산단의 K사 L사장은 “담보만 튼튼하면 연리 2%대 후반에서 3%대 초반이면 대출을 받을 수 있었지만 지금은 금리가 3% 후반대(신용도가 낮은 기업은 5%대)로 높아졌고 조만간 4%대로 상승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미국 금리가 올해 2~3차례 오를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국내 대출금리 인상 압박이 더 심해질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업체들은 재무제표가 나오는 3월 하순 이후 금융권의 옥죄기를 특히 우려하고 있다. 반월산단에서 금속가공업체를 운영하는 K사장은 “금융사는 담보와 재무제표에만 의존해 대출과 자금 환수를 결정하고 있어 경기침체기를 겪는 중소기업들은 기술력 여부를 떠나 자금난을 겪을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남동산단에서 주조업체를 경영하는 L사장은 “은행들이 미래 성장 가능성은 제대로 고려하지 않은 채 일제히 자금 회수에 들어가면 갑자기 심근경색이 온 사람처럼 단번에 쓰러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가동률은 상승세…‘빈익빈 부익부’

공장 휴폐업 증가 및 근로자 수 감소와는 달리 지난해 11월 3대 산단 평균 가동률은 1년 전에 비해 4~9%포인트 높아졌다. 기술력 있는 우량기업과 불황을 겪고 있는 영세기업 간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심해지고 있는 것이다. 산단별로는 시화가 82.3%로 1년 전에 비해 4.5%포인트, 반월은 81.4%로 9.3%포인트, 남동은 78.1%로 7.0%포인트 상승했다.

산업단지공단 관계자는 “가동률 통계를 작성할 때 휴폐업 업체는 제외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경쟁력 있는 업체를 중심으로 가동률 등의 지표가 구성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남동산단의 작년 11월 평균 가동률은 78.1%이지만 300인 이상 기업의 가동률은 94.8%인 데 비해 50인 미만 소기업의 가동률은 69.0%에 머물렀다.

홍순영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기업 간 양극화를 완화하려면 기술력은 있지만 일시적 어려움에 처한 중소기업을 지원해야 한다”며 “은행대출 관행이 담보에서 기술력 위주로 바뀌어야 우량 중소기업의 연쇄도산을 막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낙훈 중소기업전문기자 nh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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