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2010년 구제역 파동 이후 소 돼지 등의 백신 접종을 의무화했다. 백신 예산만도 5년간 3800여억원을 쏟아부었다. 그럼에도 구제역이 연례행사가 된 것은 방역당국과 축산농가의 안이한 대처 탓으로밖에 볼 수 없다. 당국은 백신 접종을 농가에 일임하고, 농가는 구제역 발생기에만 반짝 접종하는 식이었다. 백신을 맞히면 송아지 기형, 사산 확률이 높아지고 우유 생산이 준다며 기피하기도 했다. 또 구제역 항체 형성률이 평균 95.6%라는 것도 못 믿을 수치다. 9만8000여 축산농가의 10%를 표본으로 삼고 농가당 소 한 마리만 검사해 항체가 확인되면 다른 수십마리도 전부 인정해준다. 하지만 이번 구제역 농가의 항체 형성률은 20%도 안 됐다. 농가는 접종하는 척, 당국은 검사하는 척한 꼴이다.
모럴해저드를 유발하는 보상제도도 문제다. 구제역 AI 등의 살처분 가축은 정부가 시세의 80%까지 보상해준다. 물론 신고지연, 접종 위반, 재발 등의 경우 보상금 감액규정이 있지만 2년 내 2회 이상 발생하지 않으면 불이익이 없다. 그러니 농가로선 굳이 비용, 수고를 들여가며 예방노력을 기울이느니 보상금을 받는 게 낫다고 생각할 만하다. 선진국들이 살처분 시 가축 사육비만 보상하거나 정부와 농가가 공동조성한 기금으로 보상하는 것과 대조적이다.
한국 농업의 경쟁력 저하는 궁극적으로 과잉 보조금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쌀이 남아돌아도 쌀 직불금이 감산을 막고, 가축 전염병이 빈발해도 보상금이 자구노력을 저해한다. 농업도 발상의 전환을 할 때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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