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은 화폐일까?…미국의 엇갈린 두 판결

입력 2017-02-10 18:55   수정 2017-02-11 07:26

이상은 기자의 Global insight

뉴욕주 "법정화폐성 충족"
플로리다 "화폐 인정, 갈길 멀어"

미국 당국 "통화 아닌 가상화폐"
국내서도 가상화폐 규제 준비중



[ 이상은 기자 ] 2013년 12월3일자 한국경제신문 1면 톱기사는 빵집 파리바게뜨 인천시청역점이 국내 처음으로 전자화폐인 비트코인 결제를 하기로 했다는 내용이었다. 투기 붐이 일어 비트코인 가격이 최정점에 이르던 분위기를 타고 많은 관심을 받은 기사였다.

담당 기자(박병종 현 콜버스랩 대표)는 열띤 얼굴로 비트코인이 뭔지 설명하는데 편집자부터 데스크, 국장에 이르기까지 모두 ‘당최 이것이 무엇인고’ 하며 생소해하던 당시 편집국의 분위기가 생생히 기억난다. (박 기자는 그 기사로 한경특종상을 받았다)


여전히 많은 이에게 생소하지만 비트코인은 그새 제도권 안쪽으로 성큼 들어왔다. 주식처럼 가격이 급등락하는 비트코인 자체보다 그 뒤에 있는 보안성 강한 데이터 저장 기법인 블록체인에 중앙은행과 금융기관들이 적극적인 관심을 보였다. 사기꾼들이 끼어 테마주를 띄우거나 다단계 회원을 모집하는 부작용도 나타났다.

이런 가운데 비트코인을 합법적인 거래수단으로 보는 나라가 점점 늘어나고 있다. 유럽연합(EU)의 최고 사법기구인 유럽사법재판소는 2015년 10월 비트코인을 현금으로 바꾸는 거래는 부가가치세 부과 대상이 아니라고 판결했다. 비트코인이 ‘상품’이 아니라 ‘화폐’임을 인정한 것이다. 다만 법적인 지위를 인정받는 화폐인지는 회원국마다 규정이 다르다. 일본은 조만간 비트코인을 법정 화폐로 인정할 예정이다.

가장 관심이 쏠리는 곳은 미국이다. 미국에서 비트코인이 법적 지위를 갖는 화폐로 인정받는다면 위상이 크게 달라지기 때문이다.

지난해 9월 미국 뉴욕주 남부지역의 연방법원은 불법 인터넷 비트코인 거래소(coin.mx)를 통해 비트코인을 유통한 앤서니 머지오 등에 관한 판결에서 “비트코인은 화폐”라고 정의했다. 배승욱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원이 정리한 판결문에 따르면 앨리슨 네이선 판사는 “비트코인이 재화와 서비스의 지급 수단으로서 일반적으로 받아들여지며, 은행 계좌에서 직접적으로 교환이 가능하기 때문에 ‘금전적 재원, 교환수단, 지불수단’이라는 연방법상 화폐(money)와 자금(funds)의 정의에 해당된다”고 밝혔다.

피고 머지오 측은 화폐의 정의가 ‘통화의 일부로 정부에 의해 승인되거나 채택된 교환수단’이어야 한다는 등의 논리를 내세웠지만 모두 기각됐다.

그러나 이 판결이 미국 사법부 전체의 판단을 대표하지는 않는다. 이 판결로부터 불과 두 달 전 플로리다주 마이애미 법원은 정반대 판결을 내렸다. 테리사 메리 풀러 판사는 “이 분야에 대한 지식이 별로 없는 사람에게는 비트코인이 화폐로서 동등하게 인정받으려면 아직 갈 길이 멀다는 점이 명백하다”고 판시했다. 두 판결은 비트코인 커뮤니티에서 각각 환호와 탄식을 불러왔다.

미국 정부도 아직 비트코인을 정식 화폐로 보기엔 이르다는 쪽이다. 미국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는 2015년 비트코인과 같은 가상화폐가 “교환수단, 계좌단위, 가치 저장 기능을 하지만 법정 화폐가 아니라 가치의 디지털 표현”이라고 했다. 가치가 있고 돈처럼 보이긴 하지만 여전히 ‘가상(가짜)’화폐라는 것이다.

한국 정부와 사법부도 조만간 비트코인과 같은 가상화폐를 어디까지 인정하고 규제할지 기준을 정해야 한다. 정부, 특히 금융당국은 거의 본능적으로 촘촘한 규제를 선호한다. 그런 규제 때문에 한국이 새로운 시장에서 소외되는 일은 없었으면 한다.

이상은 기자 se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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