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 Story] 산유국 감산 합의로 유가 '꿈틀'…원유시장 '큰손' 된 중국 수출이 변수

입력 2017-02-16 16:21   수정 2017-02-16 16:22

정유 업황 전망

황규원 < 유안타증권 연구원 kyuwon.hwang@yuantakorea.com >



지난해 세계 석유정제시장은 큰 혼란을 겪었다. 국제 원유 가격이 연초 배럴당 30달러 아래에서 시작해 50달러까지 반등했지만 정유업체의 수익을 결정하는 배럴당 정제마진은 거꾸로 13달러에서 시작해 연중 3달러까지 급락하는 현상이 나타났기 때문이다.

정제마진이 어느 정도 숨통이 트일 정도로 살아났다고 판단한 석유제품 생산업체들이 경쟁적으로 생산량을 늘린 결과였다. 과도한 욕심이 화를 자초한 셈이다.

다행히 올해는 유가 안정과 생산업체 간 결속 강화로 업황 개선 흐름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러시아는 원유 생산량 감축 협력을 강화하고 OPEC 내부의 갈등 변수이던 이란의 독자 행동도 예전 같지 않을 것으로 예상돼서다. 경제제재가 해제된 뒤 이란은 원유 생산량을 목표치인 하루 400만배럴까지 늘렸기 때문에 더 이상 OPEC의 감산 움직임에 반대할 이유가 없어졌다. 변덕스러웠던 러시아도 올해 원유 공급량 조절에 협력할 가능성이 높다. 작년 러시아는 신규 광구 5곳을 가동했는데 하루 53만배럴이나 생산할 수 있는 규모였다. OPEC의 감산 계획을 쉽게 받아들이기 어려웠던 배경이다. 하지만 올해는 러시아에서 새로 생산을 시작하는 광구가 없다. 원유 가격을 끌어올리고 싶은 OPEC의 계획에 재를 뿌릴 이유가 없어진 것이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정부의 대(對)러시아 정책도 주목해야 한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요구대로 러시아 경제제재를 완화한다면 루블화 가치가 회복세를 나타낼 것이다. 달러화로 원유를 수출하던 로즈네프트, 루크오일 등 원유 생산업체는 굳이 러시아 밖으로 더 많은 원유를 쏟아낼 필요를 못 느낄 것이다.

아시아 정유업계도 생산량과 관련해 암묵적인 협력을 강화할 가능성이 높다. 작년 아시아 정유업체는 값진 교훈을 얻었다. 연초 휘발유 정제마진이 높아지자 너 나 할 것 없이 생산량을 늘렸는데 이 과정에 정제마진이 곤두박질치는 아픔을 겪었다. 값비싼 학습효과는 작년 평균 5.5달러 수준이던 정제마진을 올해 7~8달러 수준으로 높이는 버팀목이 될 것이다. 작년처럼 아시아 정유업체들이 경쟁적으로 휘발유 생산에 뛰어들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올해 초를 무사히 넘기면 아시아 지역 신규 정유설비 부담도 낮아진다. 올해 초 중국석유천연가스공사(CNPC)의 하루 26만배럴, 중국해양석유총공사(CNOOC)의 하루 20만배럴 설비 가동 이후 2018년 후반까지 아시아 지역 정유 시황을 위협할 만한 대규모 설비 가동 계획은 없다. 아울러 3월과 4월에는 일본 정유사 5곳(39만배럴)과 쿠웨이트 국영정유사(KNOC)의 20만배럴 규모 정유설비가 노후화로 문을 닫는다. 아시아 정유설비의 2.3%에 해당하는 규모로 석유제품 수급을 빡빡하게 할 가능성이 있다.

올해 정유업계엔 위험 요소가 많지 않아 보이지만 국내 기업들은 두 가지 변수를 주의해야 한다. 하나는 중국의 석유제품 수출량 확대 가능성이다. 중국은 하루 1430만배럴을 정제할 수 있는 정유설비를 갖추고 있다. 이 중 360만배럴 정도는 이른바 ‘찻주전자(tea pot) 정유시설’로 불리는 약 120개 소형 정유사가 담당하고 있다. 중국이 하루에 소비하는 석유제품 규모가 1160만배럴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자국 수요보다 20% 정도 많은 설비를 갖췄다. 이에 중국 정부는 2015년 7월부터 소형 정유설비 활용을 늘리기 위한 목적으로 소형 정유사의 석유제품 수출을 허용하고 있다.

올해 환경문제로 가동 증가세가 다소 주춤할 가능성이 있겠지만 이 같은 기조는 당분간 바뀌지 않을 전망이다. 소형 정유설비는 주로 저급한 원유를 사용해 발전소 연료유나 경유 등을 많이 생산한다. 올해도 아시아 지역 경유제품 등을 중심으로 정제마진을 압박할 수 있는 요인이다.

다른 하나는 폴리에스터 섬유 원료인 테레프탈산(TPA) 구조조정 여파가 파라자일렌(PX) 판매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작년 정부는 그동안 과잉설비 논란을 일으켰던 TPA 업계에 칼을 뽑아 들었다. 중국발 공급 과잉이 해소되지 않아 구조조정 필요성이 높아졌다는 판단에서다.

중국은 2015년 TPA 자급률(생산능력/수요량)이 176%에 달하자 잉여 물량을 아시아로 쏟아내고 있다. 이 때문에 한화종합화학(200만t) 삼남석화(180만t) 롯데케미칼(105만t, PIA 제외하면 75만t) 태광산업(100만t) SK유화(52만t) 효성(42만t) 등은 설비의 50~60% 정도밖에 가동하지 못하고 있다. 벌써 4년째 지속되고 있는 현상이다.

올해는 국내 기업들이 스스로 생산설비를 줄이든지 공동으로 TPA업체를 설립한 뒤 설비를 줄이든지, 아니면 선도 업체가 후발 업체의 TPA사업을 인수해 조정하든지 해서 국내 TPA 생산물량은 줄어들 것이다. 구조조정 속도가 빠르면 원료인 PX 구입량도 줄 가능성이 있다. 결과적으로 2017년 PX 업황 회복은 예상보다 더딜 수 있다.

황규원 < 유안타증권 연구원 kyuwon.hwang@yuantakorea.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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