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I: 뷰] 하루 엄마, 타블로 아내 그리고 배우 강혜정

입력 2017-02-21 11:59  

영화 '루시드 드림' 출연 배우 강혜정 인터뷰
"출산 후 작품 선택, 딸 하루가 기준"
"다양한 영역에서 연기하고 싶어요"




아직도 배우 강혜정을 논할 때 '올드보이' 속 미도의 얼굴이 선명하다. "내 좀 빨라~", "마이 아파"라며 강원도 사투리를 외던 '웰컴 투 동막골'의 여일도, 바람둥이 총각 선생에게 "나랑 자고 싶어요?"라고 도발하던 '연애의 목적' 속 홍 선생도 자연스럽게 떠오른다. 20대의 그는 선 굵고 강렬한 카리스마를 내뿜는 연기자로 전성기를 보냈다.

현재의 강혜정은 조금 달랐다. "하루와 노는 게 제일 재밌어요"라며 초등학교 2학년 된 딸 자랑을 하기 여념없다. 주변에서 기침 소리가 들리면 "지르텍(감기약) 좀 드릴까요?"라고 선뜻 물어보고, "다들 음료 드시고 계시죠? 나만 먹기 미안해서..."라며 함께하는 이들을 배려한다. 누군가를 챙기는 데 익숙한 '프로 하루맘'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 "하루 엄마라는 수식어가 제일 좋아"

지난 20일 삼청동에서 만난 강혜정은 "'하루 엄마'라는 명찰을 가장 좋아한다"라며 "작품을 선택할 때 '언젠가 내 아이가 커서 보게 될 작품'을 고르게 됐다"라고 밝혔다. 하루 엄마, 타블로의 아내, 그리고 배우 강혜정이라는 이름 사이에서 삶의 가치관은 자연스럽게 바뀌었다.

"아이 엄마 입장에서 조금 꺼려지는 작품들도 있어요. 그건 자연스럽게 입지가 변하면서 생기는 것 같아요. 저마다 빛을 발하는 각자의 타이밍이 있다고 생각해요. 그게 꼭 생애 한 번이라는 보장은 없지 않나요? 지속해 나간다면 그런 행운이 또 오지 않을까 싶어요."

하루를 낳고 기르면서 강혜정에게 의도하지 않았던 공백들이 있었다. 2009년 타블로와 결혼 후 이듬해 하루를 낳으면서 가정에 집중했다.

"항상 제가 나올 때마다 '오랜만'이라고들 하세요. 아이를 키우면서 평화로운 삶을 살았어요. 제 딴에는 즐겁고 재밌으니까요. 재미없었다면 자꾸 밖에 나갔을거 예요. 그렇다고 타협했다고는 생각하지 않아요."

대중의 시선과는 다르게 강혜정은 꾸준히 결과물을 내왔다. 필모그래피를 훑어보면 2011년 드라마 '미스 리플리'를 시작으로 '결혼의 꼼수', 영화 '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이하 개훔방), 연극 '리타'에 이르기까지 해마다 작품을 발표했다. 연기를 지속할 수 있었던 것은 남편 타블로의 응원이 컸다.

"남편은 영화 마니아예요. 웬만한 영화 감독, 배우 이름을 다 꿰고 있어 신기할 정도죠. 음악 하기 전에는 연출에도 욕심이 있었다고 해요. 그래서인지 제 작품을 볼 때도 솔직하게 이야기해 주는 편이예요. 오늘(20일) '루시드 드림'을 보는데, 좀 긴장되네요."


◆ "분량 보다 중요한 건 영화의 메시지"

그는 '개훔방' 이후 2년 만에 김준성 감독의 SF추적스릴러 '루시드 드림'을 통해 관객을 찾는다.

이 영화는 아들을 잃어버린 대기업 비리 고발 전문기자 대호(고수)가 꿈꾸는 사실을 자각한 채 기억으로 들어가는 '자각몽'(루시드 드림)에 대해 알게 되고, 이를 이용해 아이 납치의 실마리를 풀어가는 이야기다.

강혜정은 대호의 친구로 '루시드 드림' 연구에 있어 우리나라 1인자인 정신과 의사 소현 역을 맡았다. 비중은 크지 않지만 대호와 주변 인물들을 연결하는 매개체로 극에 설득력을 더했다.

"생각보다 잘 나왔다는 느낌으로 주변에서 평가를 해주세요. CG가 많다 보니 어색하면 떠 보일 수 있는데 그런 부분들이 굉장히 잘 나왔죠. 아이를 키우면서 머리 감을 시간도 없어 모자나 쓰고 다녔는데 이지적인 이미지의 소현을 만들기 위해 쇼트커트도 했어요. 지금은 하루가 싫어해서 기르는 중이지만요. 머리 감을 때 정말 편했는데...(웃음)"

극중 소현은 이야기를 이끈다기보다 대호를 서포트 하는 역할에 가깝다.

"극 자체가 대호의 심리와 아들을 찾아 나서는 모습에 치우쳐 있다 보니 한계가 있더라고요. 다른 인물에도 포커스를 맞추기 시작하면 욕심이라고 생각해요. 심지어 방섭을 연기한 설경구 선배도 힘을 빼시고 연기하시더라고요. 소현은 철저히 정보의 전달자 입장입니다. '루시드 드림'이라는 생소한 개념을 명료하고 정확하게 연기하려고 노력했어요."

강혜정은 소현이 밋밋한 캐릭터일 수 있다고 자평했다. 그러나 형태는 다를지언정 전개의 열쇠와 같은 기능을 하기 때문에 중요도는 크다고 강조했다.

"'루시드 드림'은 SF 장르의 특수성을 벗어나는 것 같아요. 단순히 오락적인 부분에 한정되어 있지 않고 '부성애'라는 코드를 사용해 인간의 믿음에 대한 이야기를 합니다. 영화를 얕지 않게 만들어주는 가장 중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해요."


그는 적은 분량에도 영화에 출연한 이유에 대해 "김준성 감독이 잘생겨서?"라는 우스갯소리를 했다.

"사람이 뚝심 있더라고요. 연륜 있는 감독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깊이가 없지는 않았어요. 확고한 목표가 있어 촬영 현장에서도 갈팡질팡하거나 그런 모습은 없었죠. 중심을 잘 지켜나가면서 촬영하시는 분입니다."

'루시드 드림'은 제작된 지 2년 만에 개봉하게 된 작품으로 강혜정 외에도 고수, 설경구, 박유천이 출연해 흥행에 대한 기대를 품게 한다.

"'개훈방'때 호평을 받았지만 아쉬움이 있었어요. 관객이 많이 들어 제작사, 감독, 배우들이 다음 작품을 하는데 원동력이 생긴다면 상당히 중요한 부분이죠. 그런데 그게 질을 결정하지 않습니다. 상황이 여의치 않아 관객과 만나지 못할 수도 있거든요. '루시드 드림'은 SF 요소에 자각몽이라는 소스를 잘 버무려낸 우리나라 최초의 영화예요. 이 전보다 훨씬 많은 관객들을 만났으면 합니다."

◆ "한 살이라도 젊을 때 다양한 영역 도전할 것"

하루 엄마의 틀을 벗어나 배우로서의 강혜정은 연기에 갈급하다. 자신의 커리어에 대한 고민을 치열하게 하고 있었다.

"한 살이라도 젊을 때 다양한 것을 해봐야 한다고 생각해요. 굳이 영화라는 영역에 발을 내디뎠다고 정답이라고 생각지는 않아요. 형태와 성질이 다르지만 기회가 오면 가능한 영역 모두 도전해보고 싶어요. 배우라는 직업이 변수가 많잖아요. 무슨 생각을 하고, 어떤 형태로 나아가는지 질문하면서 흔들림 없이 앞으로 나아가고 싶어요."

강혜정은 "할리우드 배우 리암니슨이 주연했던 '테이큰' 엄마판 같은 시나리오가 있다면 잘 할 수 있을 것 같아요"라면서도 "가끔 식당을 할까 싶기도 해요"라며 뜻밖의 대답으로 말을 맺었다.



김예랑 한경닷컴 기자 yesrang@hankyung.com /사진=NEW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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