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선거보도 지침 오락가락하는 선관위

입력 2017-02-23 18:09  

박종필 정치부 기자 jp@hankyung.com


“추정치라는 단서를 달면 보도가 가능하다.”(낮 12시) “공직선거법상 금지된 방식이다. 인용 보도가 불가능하다.”(오후 6시)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지난 22일 유기준 자유한국당 의원이 주최한 ‘샤이보수 여론조사에서 나타나는 기울어진 운동장’ 토론회에서 발표된 대선주자 지지율 수치를 보도해도 되느냐는 질문에 이같이 말을 바꿨다. 선관위는 지침을 바꾼 이유를 명확하게 설명하지 않았다.

이날 토론회에서 주제발표를 한 이택수 리얼미터 대표는 자체 조사한 ‘샤이보수층을 반영한 여론조사 지지율 추정치’라는 자료를 현장에서 공개했다. 기존 발표된 여론조사 결과에 정치적 의사를 잘 드러내지 않는 샤이(shy·수줍은)보수층을 더한 수치를 자체 계산공식을 통해 조사해본 것이다. 선거 결과 데이터를 활용한 새로운 조사기법을 공개한 것으로 여론조사와는 다르다는 것이 업체 측 주장이다. 여론조사는 인용·보도 시 선관위에 사전 보고된 내용만 보도할 수 있다.

이 대표는 선거법 위반을 우려해 ‘오프 더 레코드’(보도 자제)를 조건으로 수치를 공개했지만, 행사 주최 측이 선관위 국회지원팀장에게 문의해 ‘추정치’라는 전제를 다는 조건으로 보도가 가능하다고 안내하면서 보도 제한이 풀렸고 다수 언론이 이를 보도했다. 선관위가 6시간 뒤 보도지침을 ‘불가’로 바꾸면서 취재 현장에서는 혼란이 벌어졌다.

이 대표는 “여론조사 이외의 다른 조사분석기법의 공개 여부에 대한 명확한 기준을 말해달라”고 선관위에 요청했다. 그는 지난해 총선에서 비슷한 기법으로 ‘샤이 표심’을 발표했다가 3000만원의 과태료를 물었다. 그는 “왜 과태료를 내야 하는지 알려달라고 했지만 선관위로부터 지금까지 어떤 설명도 듣지 못했다”고 말했다.

법대로 해야 한다는 선관위 입장을 이해 못하는 바는 아니다. 하지만 구글이 빅데이터를 이용한 분석기법을 내놓는 등 여론조사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다양한 시도가 선진국을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는 사이 국내 여론조사업체들은 규제에 발목 잡혀 새로운 시도조차 하지 못하는 게 아닌가 하는 우려를 지울 수 없다.

박종필 정치부 기자 j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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