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미식 주주이익 추구가 기업 장기투자 막았다"

입력 2017-03-02 17:52  

한국경제학회 '경제, 어디로 가야하나' 세미나

단기 주주이익 우선으로 장기투자보다 배당 치중
초저금리 효과 없어

2년 이상 주식보유자에 의결권·배당 인센티브 제공

저성장의 늪 탈출하려면 경영 투명성·노사관계 개선
외국인 투자 더 유치해야



[ 심성미 기자 ]
경제학자들이 경제 현안에 대해 머리를 맞대고 해법을 찾는 모임을 가동했다. 그동안 다수는 침묵을 지키고 일부 학자들이 산발적으로 목소리를 낸 데서 벗어나 집단 지성을 한데 모아보자는 취지다. 한국경제학회가 2일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연 ‘위기의 한국 경제, 어디로 가야 하나’ 세미나는 그 첫 번째 자리다. 지난달 제47대 한국경제학회장을 맡은 구정모 강원대 경제무역학부 교수가 새 회장에 취임하면서 제안해 성사된 세미나다.

경제학자들은 “2%대 저성장 시대가 도래했지만 국가의 신성장동력은 미약하고, 청년 일자리를 만들어 낼 탈출구가 보이지 않는다”는 우려의 목소리를 쏟아냈다.

◆“전통적 금융 시스템 붕괴”

이근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는 “4차 산업혁명을 기회로 활용하기 위해선 과감한 장기 투자를 유도하는 시스템이 필요하지만 한국은 초저금리 시대임에도 기업 투자가 늘고 있지 않다”며 “세계 각국이 4차 산업혁명 각축전에 뛰어들어 경쟁 중인데 한국은 정부 예산만 잔뜩 투입하고 실패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금리 인하→기업 투자 증가’라는 전통적인 금융 시스템이 작동하지 않는 이유로 이 교수는 ‘영미식 주주자본주의의 무차별적 도입’을 꼽았다. 기관투자가와 외국인 중심으로 단기적 이익만 추구하는 분위기가 팽배해지면서 결국 기업의 장기 투자를 가로막고 있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프랑스나 이탈리아처럼 2년 이상 주식을 보유한 투자자에게 주가 의결권이나 세금 인센티브, 추가 배당금 등의 다양한 이익을 줘야 장기적 투자가 활성화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주주들의 단기 이익에 흔들리지 않고 경영권을 안정시켜 장기 투자를 유도하기 위해선 중소기업이나 벤처기업의 차등의결권(지배주주에게 보통주보다 많은 의결권을 주는 것)도 폭넓게 인정해줘야 한다”며 “페이스북이나 구글 역시 이런 제도를 적용받아 창립자의 지분이 50%가 넘는다”고 설명했다.

◆“FDI 투자 늘려야”

신관호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한국 경제는 1980년대 후반 민주화 시기와 1998년 외환위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등을 거치며 저성장 경로로 접어들었다”고 진단했다. 신 교수는 ‘중진국의 함정(경제발전 초기에는 순조롭게 성장하다 중진국 수준에 와서 성장이 장기간 정체하는 현상)’에 빠진 나라들의 공통점으로 △외국인 직접투자(FDI)를 제외한 해외자본 유입 급증 △고령화 진전 △낮은 총요소생산성(TFP) 성장률을 꼽았다. 신 교수는 “한국이 저성장의 늪에서 탈출하기 위해선 기업 경영의 투명성, 노사 간 긴장관계 등을 개선해 FDI 유입을 늘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각종 사전규제를 과감히 개혁해 TFP를 높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벤처 스톡옵션 상한 올려야”

일자리 해법에 대한 다양한 견해도 제시됐다. 금재호 한국기술교육대 교수는 “정규직은 노조의 강력한 보호 아래 이권을 내주려 하지 않고, 기업들 역시 경영 환경이 어려워지면 생산성 향상보다는 해고 등 상대적으로 쉬운 선택을 해왔다”며 “경직된 노동 시장으로 인해 노동 시장에서 ‘미스매치’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벤처 스톡옵션제의 상한액을 1억원에서 5억원으로 높여 대기업의 인재가 안주하지 않고 창업할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대기업의 유망 중소기업 인수를 장려해 ‘중소기업에 첫 취직해도 성장 기회가 남아 있다’는 인식을 심어줘 미스매치 현상을 줄여야 한다”고 덧붙였다.

심성미 기자 smsh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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