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준생 울리는 '고용세습' 귀족노조의 배짱…적발된 사업장 694곳 중 300곳 이상 단체협약 수정 않고 방치

입력 2017-03-02 18:57  

"공정한 취업 기회 박탈"
장기근속·정년퇴직자 자녀 등 우선·특별채용 규정 버젓이
노조가 돈 받고 채용장사도

정치권 "사업장 실명 공개해야"
형사처벌 등 규정 강화…노동조합법 개정 추진



[ 김동현 기자 ] ‘정년퇴직자의 요청이 있으면 그 직계가족을 우선 채용한다. 지원자가 동일 조건일 경우 노동조합이 추천하는 사람을 채용한다.’

‘현대판 음서제’로 불리는 고용세습 단체협약을 유지하고 있는 사업장(상용근로자 100인 이상)이 300곳 이상인 것으로 나타났다. 고용노동부가 2015년 단체협약 전수조사에서 적발된 사업장에 지난해부터 시정명령을 내렸지만 절반 가까이 시정되지 않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법령 개정을 통해 고용세습 사업장 실명을 모두 공개하고 형사처벌을 강화하자는 움직임이 나오고 있다.

○정년퇴직·장기근속자 자녀 우선 채용

고용부가 2일 신보라 의원(자유한국당)에게 제출한 ‘사업장 단협 우선·특별채용 조항 개선 현황’에 따르면 관련 규정이 포함된 722개 단협(694개 기업) 중 자율적으로 시정되지 않은 협약이 334개(46.3%)였다. 고용부는 지난해 3월 단협 조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우선·특별채용은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동조합법)’ 위반으로 자율적으로 개선을 유도하고 시정하지 않으면 시정명령을 내리겠다”고 했다. 하지만 1년이 지나도록 적발된 단체협약 중 절반 가까이가 특혜 조항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기아자동차 노사는 지난해 말 단체협약을 갱신하면서 정년퇴직자나 장기근속자(25년 이상) 자녀를 우선 채용하도록 한 규정을 그대로 유지했다. “공정한 취업 기회가 박탈되고 노동시장 내 격차 확대와 고용구조 악화가 초래된다”며 고용부가 내린 시정명령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신 의원은 “노조들이 이 같은 단체협약을 근거로 채용 과정에서 막강한 권한을 행사하면서 각종 비리에 휘말리고 있다”고 분석했다. 지난달 인천지방검찰청은 돈을 받고 비정규직 노동자를 정규직으로 채용한 한국GM 임원과 전·현직 노조 간부들을 기소했다.

○고용세습 처벌 ‘솜방망이’

법원은 단체협약에 포함된 고용세습 관련 조항의 효력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장기근속자가 아닌 산업재해 사망자의 유족 채용에 대해서도 무효로 판결하고 있다. 서울고등법원은 지난해 8월 기아차와 현대자동차에서 일하다가 산업재해로 사망한 근로자 유족이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회사 측의 일부 책임을 인정하면서도 직계가족 고용의무는 없다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단체협약 규정이 일률적으로 채용의무를 부과함으로써 과도한 혜택을 부여하고 있다”며 “청년실업이 심각한 상황에서 취업 기회 제공의 평등에 관한 기준은 엄격하게 정립돼야 할 필요성이 있다”고 판결 이유를 설명했다.

정치권에서는 고용세습을 원천 차단할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 신 의원 등 국회의원 33명은 이날 ‘노조 채용비리 근절 촉구 결의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결의안은 “유수의 대기업도 근로자 자녀 우선 채용 등 고용세습 조항을 유지하고 있는 게 현실”이라며 “고용세습 단체협약 사업장 명단을 공개하고 형사처벌을 강화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고용세습은 지금도 처벌이 가능하다. 하지만 시정명령을 내린 뒤 개선되지 않으면 ‘500만원 이하 벌금’을 물리는 것이 고작이다. 신 의원 등은 이르면 이달 노동조합법 개정안을 발의할 예정이다.

김동현 기자 3cod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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