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한·미 FTA 5주년, 반대 선동자들은 다 어디로 갔나

입력 2017-03-13 17:45  

최근의 '경제민주화' 주장도 반FTA·반세계화와 다를 바 없어


한·미 FTA(자유무역협정)가 발효된 지 내일로 꼭 5년이다. 추진에서부터 발효될 때까지 우리 사회를 끝없는 혼란으로 몰고 간 게 엊그제 일인 듯 생생하다. 당시는 대한민국 경제가 거덜나고 서민 삶은 파탄날 것이란 괴담과 저주가 지천이었다. 미국의 무한 경쟁시스템이 한국에 이식되는 통로가 된다거나, 자본가의 이익을 위한 굴욕적 협상이라는 오도된 편가르기도 횡행했다.

극한 반대투쟁은 정치권이 앞장섰다. TV 등 미디어에서도 ‘나라 팔아먹은 협정’이라는 폄훼가 넘쳤다. 도심에서는 각종 시민단체와 노동자·농민단체가 주도하는 대규모 집회가 끊이지 않았다. 그들은 망국적 FTA를 철회해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협정 체결 주역들을 매국노로 규탄하기도 했다. 하지만 5년 만에 점검해 본 FTA의 성과는 반대론자들의 주장과는 정반대다. 양국 모두에 호혜적 이익을 안겨준 ‘착한 협정’이었음을 입증하고 있다.

한국과 미국 경제에 ‘윈-윈’

5년 동안 양국 간 교역은 연평균 1.7%씩 늘었다. 세계를 상대로 한 한국 교역이 연평균 3.5% 감소한 것과 대비하면 뚜렷한 성과다. 유가 하락 등으로 같은 기간 세계의 평균 교역도 2.0% 줄었다.

두 나라 모두의 ‘윈-윈’도 분명하다. 한국 상품의 미국시장 점유율은 FTA 발효 직전인 2011년 2.57%에서 지난해 3.19%로 높아졌다. 같은 기간 미국 상품의 한국시장 점유율도 8.50%에서 10.64%로 2%포인트 넘게 확대됐다. 미국 농산물에 의해 초토화될 것이란 우려가 컸던 농업에서도 타격은 없었다. 미국산 농산물 수입은 오히려 평균 1.9% 줄었다. 반면 한국산 농산물 수출이 늘었다. 수출 증가율도 연평균 14%에 달한다. FTA를 계기로 농업도 수출산업의 가능성을 타진할 수 있다는 자유무역론자들의 주장이 맞아떨어진 결과다.

미국도 이득을 봤다. 애초에는 자동차 산업이 타격을 받을 것이라며 반대가 많았지만, 미국 자동차의 대한국 수출은 최근 2년간 각각 30%와 37% 늘었다. 미국이 가장 덕을 본 산업이 자동차라는 평가까지 나온다. 이 같은 5년의 결과는 우리가 기대한 그대로다. 도대체 5년 전엔 왜 그리 나라가 망할 것처럼 떠들어댔는지 알 수 없을 지경이다.

정치권과 전문가들의 오판과 배신

한·미 FTA 체결 당시 해외의 시각은 부러움이었다. 영국 이코노미스트는 ‘일본이 한국 협상 대표들에 감탄하고 있다’며 한·미 FTA를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중국 환구시보마저 ‘한·EU FTA에 이은 한·미 FTA 발효로 한국이 글로벌 FTA 허브로 부상할 것’이라고 했다.

정작 국내에서만 비난이 쏟아졌다. 정치권 행태는 목불인견 수준이었다. 손학규 당시 민주당 대표는 한·미 FTA 찬반을 국민투표로 정하자고 했다. 박원순 서울시장도 투자자국가소송제도(ISD)를 왜곡한 황당한 의견서로 혼란을 불렀다. 당시 민노당 이정희, 민주당 정동영 천정배 이종걸 의원, 한홍구 성공회대 교수, 이해영 한신대 교수 등은 ‘을사조약이 쪽팔려서’라는 자극적인 제목의 인터넷방송에 출연하기도 했다. 한·미 FTA가 을사늑약보다 못하다며 독설을 퍼부어댔다. 점잖은 판사들까지 반대에 가세했다. 한 부장판사는 한·미 FTA 비준안이 통과된 날 ‘뼛속까지 친미인 대통령과 통상관료들이 서민과 나라 살림을 팔아먹은 이 날을 잊지 않겠다’는 막말을 쏟아냈다. 이런 정치판사 중에는 금배지를 단 사람도 나왔다.

선동에 가담했던 사람들 책임있는 답 내놔야

돌아보면 괴담과 선동은 도를 넘었다. 경제전문가라는 사람들의 무지 내지는 곡학아세에서 잘 드러난다. 노무현 정부 실세였던 당시 유시민 의원은 ‘효력정지 특별법을 만들자’고 했다. 경제비서관을 지낸 정태인 씨도 ‘FTA가 IMF와 같은 위기 10개는 가지고 올 것’이라며 극언을 퍼부었다. 얼치기 경제전문가라는 비난을 받아도 할 말이 없게 됐다.

언론도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국영방송이라는 KBS는 멕시코 경제가 NAFTA 체결후 파탄지경이라는 왜곡 보도로 반대여론을 부추겼다. 현지를 찾아가 만든 시리즈 방송을 주말 프라임타임에 틀었다. 남미에 널려있던 반시장주의 성향의 정치인과 학자들을 골라서 인터뷰한 왜곡이었다. 대중의 부화뇌동은 부끄러울 정도다. 맹장수술비가 900만원까지 오를 것이라거나 물값이 폭등해 빗물을 받아써야 할 것이라는 선동이 난무했다. 그런 선동에 넘어가 FTA를 무산시켰다면 어떻게 됐을지 생각만 해도 아찔하다.

‘무지의 질주’와 ‘뺄셈의 경제’ 탈피해야

한·미 FTA가 국회에서 비준될 당시 경제학자 대상 설문조사 결과는 82%의 압도적 찬성이었다 .하지만 무역·통상 국제법에 정통한 전문가들이 나서서 FTA의 장점과 과장된 우려를 수없이 지적해도 무시되고 말았다. ‘신자유주의에 포획된 친미주의자’라는 프레임 하나로 모든 것이 재단됐다. 세상 어느 나라에서 전문가들의 식견이 대중의 상식에 밀리는 경우가 있을까 싶을 정도였다.

반대는 미국에서도 있었다. 자동차 산업이 피해를 본다며 관련 근로자들의 반발이 특히 셌다. 한국과 다른 점은 전문가 그룹에 대한 존중이 살아있다는 점이었다. 오바마 대통령이 정치자금 기부를 의식해 노동조합 중심의 반대운동에 휘둘리며 비준안 제출을 질질 끌자 싱크탱크와 워싱턴포스트 월스트리트저널 등 유력 매체들이 오바마를 압박했고 협공은 결국 성공했다.

한·미 FTA는 재협상을 포함해 새로운 모색을 앞두고 있다. 5년 전의 혼란이 반복돼서는 안된다. 반대를 위한 반대에 단호하게 대처하고, 줄 것은 주고 받을 것은 받겠다는 당당한 원칙이 필요하다. 광장의 민심을 간 보는 행태를 벗어나지 못한다면 지난 5년의 공든 탑은 순식간에 무너지고 말 것이다. 5년 전의 무지와 오판에 대해서도 돌아봐야 한다. ‘그때는 잘 몰랐다’고 양심선언을 하든지 ‘미안하다’고 사죄하든지 최소한의 책무를 다해야 한다. 생각해볼 대목은 FTA에 대한 극렬한 반대가 지금 벌어지는 경제민주화 논란과도 다를 바 없다는 점이다. 경제민주화의 일환인 ‘골목상권 보호’는 5년 전의 반FTA·반세계화 정서와 일맥상통하는 ‘뺄셈의 경제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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