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머리 싸매도 아이디어 안 나오는 당신, 멍 때려라

입력 2017-03-16 18:40   수정 2017-03-17 05:54

창의성을 타고나다

스콧 베리 카우프먼 / 캐롤린 그레고어 지음 / 정미현 옮김
클레마지크 / 312쪽 /1만5000원

심리학·뇌과학 연구성과 토대로 에디슨·우디 앨런 등 성향 분석
공상·직관·다르게 생각하기 등 창의성 이끌어내는 원리 밝혀



[ 송태형 기자 ] 그 어느 때보다 창의성이 강조되는 시대다. 오래전부터 산업과 경제, 교육, 문화 전반에 걸쳐 인기 있는 혁신 캐치프레이즈로 자리잡은 창의성은 4차 산업혁명과 인공지능(AI) 시대의 도래와 맞물려 중요성이 한층 더 부각되고 있다. 이젠 혁신뿐 아니라 생존을 위한 필수 요건이라는 인식도 확산되고 있다. AI로 무장한 로봇이 일자리를 전방위적으로 위협할 미래에 대비해 인간은 기계가 갖추지 못한 창의성과 사회적 지능 등의 능력을 높여야 한다는 것이다.

창의성은 무엇이고 어떻게 계발할 수 있을까. 시대의 요구에 맞춰 창의성 연구도 최근 50여년간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미국 인지심리학자 스콧 베리 카우프먼에 따르면 1960년대 후반부터 1990년대 말까지 창의성을 주제로 발표된 과학 논문만 9000편이 넘는다. 2000년대 들어서만 1만여편의 창의성 연구 논문이 더 쏟아졌다.

카우프먼이 과학 저널리스트 캐롤린 그레고어와 함께 쓴 《창의성을 타고나다》는 창의성에 관한 다양한 과학 분야의 주요 연구 성과를 꼼꼼하게 살피며 창의적인 마음과 성격의 작동 원리를 깊이 있고 세심하게 소개한다. 역사적으로 유명한 혁신가와 예술가들의 창의적 특성과 이를 뒷받침하는 뇌과학 및 심리학의 연구 결과를 함께 서술하며 창의성에 대한 이해를 돕는다.

저자들은 남달리 창의적인 사람들의 종잡을 수 없는 마음과 창작 과정의 복잡하고 변화무쌍한 속성을 소개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창의적인 작업은 에디슨이나 피카소처럼 천재적인 인물에게도 종잡을 수 없이 진행되는 과정이었다. 서로 상충되고 이질적인 요소와 특성들이 마음속에서 빈번히 충돌하며 창작 과정 전반에 상당한 긴장을 유발했다. 창의성의 구성 요소는 너무 복잡하고 다면적이어서 한두 가지 요인으로 축약할 수 없다. 그래도 분야를 초월해 창의적으로 비범한 사람들의 공통점은 찾을 수 있다. 자신의 내면생활에 솔직하고, 복잡하고 모호한 것을 좋아하며, 무질서와 혼란을 견디는 내성이 비상하고, 혼돈 속에서 질서를 끌어내는 능력이 있고, 독립적이며 관습에 얽매이지 않고, 기꺼이 위험을 감수하는 성향 등이다.

저자들은 고도의 창의성을 발휘하는 사람들에게 나타나는 특징과 성향을 열 가지 주제로 나눠 탐구한다. 상상놀이, 열정, 공상, 고독, 직관, 경험에 대한 개방성, 마음챙김, 민감성, 역경을 기회로 바꾸기, 다르게 생각하기 등이다. 이 중에는 서로 상충하는 성향도 있다. 저자들이 ‘마음 방랑(mind-wandering)’ 또는 몽상으로 표현한 공상과 마음챙김(mindfulness)이 특히 그렇다.

흔히 공상은 정신을 분산시키는 부정적인 습관으로 여겨진다. 하지만 이리저리 떠도는 마음이 전부 길을 잃은 것은 아니다. 하루 종일 침대에 누워 있거나 뜨거운 물로 샤워하거나 자연 속을 유유히 걸으며 마음을 놓는 시간이 창의적인 통찰을 촉진한다. 영화감독 우디 앨런은 “쏟아지는 온수를 맞으며 현실 세계를 잠시 잊고 있으면 십중팔구 새로운 시야가 열리곤 한다”고 말했고, 철학자 니체는 “실로 위대한 생각은 예외 없이 걷는 중에 움튼다”고 했다.

저자들에 따르면 공상만큼 가치 있는 것이 마음챙김이다. 마음챙김은 지금, 여기에 마음을 단단히 붙들어두고 주변 환경에 민감해지는 것이다. 마음챙김 상태에 들면 평소 놓치고 있던 부분까지 훨씬 많은 것을 경험하게 되고, 상상력을 지원하는 두뇌 네트워크의 활동이 높아진다. 창의적인 이들의 성격은 이처럼 마음방랑과 마음챙김 같은 역설의 총합인 경우가 많다. 역설의 긴장과 총합이 창작 과정 중에 발현되고 그 긴장을 해소하는 과정이 창의적 성과물을 빚어내는 힘이 되는 것이다.

저자들은 창의성을 삶의 방식 또는 세상에 관여하는 방식으로서 이야기한다. 각각의 주제를 읽다 보면 “이건 내 얘기”라며 공감하는 대목이 있을 법하다. 저자들에 따르면 인간은 뒤죽박죽 종잡을 수 없는 생명체임이 분명하다. 창의성은 본디 무질서하고 다면적인 우리의 본성을 닮은 과정이다. 진부하게 들릴지는 모르지만 창의성은 타고나는 것이다. 창의성은 무언가를 혁신하거나 작품을 만드는 일, AI시대에 갖춰야 할 덕목 등으로 한정된 개념이 아니라 창의적으로 살아가는 것 그 자체다. 창의적인 자기표현은 진정한 자기 자신을 대면하기 위한 여정이다. 일상생활에서 창의성을 키워 간다면 삶의 활기를 얻고 진정한 자신의 모습에 다가갈 수 있다.

저자들은 10가지 특성을 내면에서 찾거나 기를 수 있는 기술이나 방법, 태도와 자세 등도 소개한다. 자신의 창의성을 계발하거나 자녀의 창의적인 마음을 북돋워주고 싶은 사람들에게 친절하고 세심한 가이드 역할을 할 만한 책이다.

송태형 기자 toughlb@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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