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일본의 사케 수출 대작전 '민·관 콤비'가 두 배 늘렸다

입력 2017-03-17 19:34   수정 2017-03-17 19:35

다시웃는 일본 전통주
사그라들던 사케, 어떻게 살아났나

정부에 사케 수출 '컨트롤타워'
판로 확대·세제 혜택 등 지원
지방 정부선 전담 공무원 두고 사케 양조장 여행코스도 개발
지역 양조장은 R&D에 주력

일본 최대 사케축제 '사케노진'
내외국인 관광객 12만명 몰려 새로운 술 1000여종 시음·구매
니가타현 1위 사케 제조업체 "한국에 120만원짜리 수출"



[ 노정동 기자 ]
지난 11일 일본 도쿄에서 북서쪽으로 약 350㎞ 떨어진 니가타현 니가타시 이시모토주조 양조장. 위생복으로 갈아입고 출입구를 통과하자 무게 1t이 넘는 발효 탱크 12개에서 누룩을 머금은 쌀이 술 냄새를 짙게 풍기며 거품을 내고 있었다. 2층으로 올라가자 술 거르기 과정을 통과해 열처리까지 마친 사케가 720mL짜리 파란 병에 주입됐다. 이시모토주조가 지난해 내놓은 신제품 ‘사이(灑)’가 컨베이어벨트에서 쉴 새 없이 돌아갔다. 다케우치 신이치 이시모토주조 양조책임자는 “다음주 미국에 수출할 물량”이라며 “양조장 설립 109년 만에 처음으로 사케 병에 영어 라벨을 붙였다”고 말했다.

일본 전통주 사케가 젊은 층에게 ‘독한 술’로 인식돼 소비가 급감하자 일본 양조장들이 수출로 돌파구를 마련하고 있다. ‘전통주 살리기’에 나선 일본 정부도 지역 양조장들의 연구개발 노력을 지원하며 사케를 수출 상품으로 키우고 있다.

판로확보·세금감면 등 정부의 수출 지원

일본 정부가 사케 수출 확대에 적극 나서는 이유는 내수시장 소비량이 매년 급감하고 있기 때문이다. 2007년 일본에서만 67만9981kL 출하됐던 사케는 작년 53만6633kL로 21% 줄었다. 1970년대까지 일본에서 전통주로 인기가 높았던 사케는 알코올도수가 14~16도로 비교적 높은 데다 하이볼(위스키에 탄산수를 섞은 것) 등 가볍게 마시기 좋은 다양한 술이 등장하면서 젊은 소비자의 관심에서 멀어져갔다. 1999년 2000개에 달했던 사케 양조장은 현재 1050개로 반 토막 났다.

2012년 일본 정부와 사케 양조장들은 해외로 눈을 돌렸다. 일본 정부는 내각부 산하에 민관 협의체인 ‘일본주류 수출촉진연결회의’를 설치했다. 관련 업체 목소리를 듣고 정부가 판로 확대와 세제 혜택을 마련하기 위한 일종의 수출 확대 컨트롤타워다.

이 협의체는 ‘푸드 페어링(food pairing)’이라는 전략을 내놨다. 해외에서 일본 음식을 많이 먹어야 사케 소비도 늘어난다는 논리다. 미국은 스시전문점에서, 한국은 이자카야(일본식 선술집)에서 사케가 주로 소비된다는 점에 착안했다. 2013년 유네스코 무형문화유산에 ‘와쇼쿠(和食·일본 정찬 요리)’가 등록된 것도 정부가 이 컨트롤타워를 통해 이뤄낸 결과다. 2011년 2% 증가하는 데 그친 사케 수출량은 협의체가 구성된 이듬해 18% 늘어났다.

지방정부는 양조장과의 ‘스킨십’을 늘렸다. 현청에 양조장 담당 공무원을 뒀다. 양조장 방문을 여행 코스로 개발해 전국 각지에서 내외국인 관광객을 유치하는 데도 지방정부가 앞장섰다. 일본 정부는 연내 외국인 관광객이 일본 양조장이나 부설 판매장에서 사케를 구입할 때 내는 주세를 면제해줄 방침이다. 지방정부에서 양조장의 목소리를 중앙정부에 전달한 결과다.

시음뿐 아니라 구매도 할 수 있는 사케 축제

정부가 직접 하기 어려운 일은 민간을 통해 지원한다. 일본 정부는 사케협회에 매년 약 100억원을 지원해 사케를 세계에 알리고 있다. 매년 영국 런던에서 열리는 세계 최고 수준의 와인경쟁대회(IWC)에 2007년 사케 부문이 신설된 것도 협회가 지속적으로 홍보한 덕분이다.

지방정부는 양조장조합과 합동으로 사케 축제나 박람회도 연다. 일본 최대 사케 축제로 꼽히는 ‘사케노진’(매년 3월 둘째 주 주말 개최)엔 매년 내외국인 관광객이 12만명 넘게 몰린다. 곤도 요시히로 니가타관광청 주임은 “소비자가 1000여종에 달하는 사케 신제품을 현장에서 시음하고 구매까지 할 수 있는 것이 이 행사의 인기 요인”이라고 말했다. 한국은 주류의 제조, 유통, 판매 자격이 분리돼 있어 박람회에서 관람객이 술을 살 수 없다. 일본도 마찬가지지만 박람회 등에는 예외를 두고 제도를 유연하게 운용한다.

양조장들은 소비자의 관심을 끌기 위해 다양한 신제품 개발에 나서고 있다. 니가타현 1위 사케제조업체인 아사히주조는 전통 사케부터 스파클링 사케까지 10여가지 제품을 생산해 세계 29개국에 수출하고 있다. 작년엔 120만원짜리 프리미엄 제품 ‘구보타 쓰구’ 한정판 중 일련번호 1~100번을 한국에 수출하는 등 한국 시장 공략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호소다 야스시 아사히주조 대표는 “사케의 수출 확대는 양조장들이 더 큰 기업으로 성장할 기회”라며 “이렇게 번 돈으로 더 좋은 원료를 구입해 다양한 사케를 개발하는 등 선순환 구조를 이루고 있다”고 말했다.

니가타=노정동 기자 dong2@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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