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 500만원의 연금과 10억원의 일시금, 은퇴를 앞둔 당신의 선택은?

입력 2017-03-29 16:34  



(뉴욕=이심기 특파원) ‘부의 환상’과 ‘가난의 착각’ 당신은 어느 쪽인가. 당신은 은퇴를 앞두고 있다. 일시금 10억원과 월 500만원 중 하나를 고를 수 있다. 어느 편이 더 합리적일까. 어느 쪽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당신이 ‘부(富)의 환상(illusion of wealth)’에 사로잡혀 있는지, 아니면 이와 정반대인 ‘가난의 착각(illusion of poverty)’에 빠져 있는지를 알 수 있다.

10억원이 더 낫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자신이 실제보다 부자라고 생각하는 ‘부의 환상’에 빠져 미래에 고통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자신의 금융계좌를 확인할 때마다 실제보다 엄청난(실제 10억원이 엄청난 액수이기는 하다) 가치를 갖고 있다고 생각하고 행동하기 때문이다. 당연히 당신은 미래에 대비한 저축에 소홀하기 쉽다. 은퇴 후 20~30년간 월 800만원은 쓸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실제 이 같은 소비생활을 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액수다.

반면 월 500만원이 10억원의 일시금보다 더 낫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자신이 실제보다 가난하다고 느끼는 ‘빈곤의 착각’으로 고통받는다. 당신은 남들처럼 여유있는 삶을 즐길 수 있지만, 1년에 한 번 휴가 때 즐기는 여행을 포기하고 심지어 몸이 아파도 병원에 가기를 꺼린다.

역설적인 사실은 금액이 커질수록 사람들은 ‘부의 환상’보다는 ‘빈곤의 착각’에 사로잡힐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전문가들은 ‘천정효과(ceiling effect)’라고 설명했다. 액수가 커질수록 그 돈이 얼마나 큰지에 대한 감각이 무뎌지고, 10억원과 20억원의 차이를 분간하지 못하다는 설명이다. 예를 들어 월 500만원이 일시금 10억원보다 크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보다 월 1000만원이 일시금 20억원보다 많은 액수라고 느끼는 사람이 많다는 뜻이다. 총액은 같지만 대다수 사람들의 소비 활동이 자동차 할부, 건강보험료, 모기지 등 매달 고정적으로 나가는 지출을 기준으로 이뤄지기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월 500만원이나 일시금 10억원이나 두 돈의 가치는 거의 동일하다. 대개 65세에 은퇴하다고 가정할 경우 총 연금 지급액은 일시금의 약 200분의 1이다. 하지만 사람들은 일시금 10억원과 월 500만원의 실제 가치에 대해 당신처럼 전혀 다른 생각을 갖고 있다.

그렇다면 ‘부의 환상’에 빠져 과잉지출을 하거나 ‘가난의 착각’으로 인해 현재 삶의 즐거움을 누리지 못하는 불균형에서 벗어날 방법은 없을까. 전문가들은 두 가지 환상에 벗어나기 위해서는 자신의 자산을 총액으로만 바라보는 대신 은퇴 후 예상 월 소득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지적했다.

각자의 재산을 입체적으로 원근감 있게 바라봄으로써 총액의 의미를 현실적인 감각으로 이해할 수 있도록 훈련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결론적으로 현재의 저축이 미래의 은퇴생활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 구체적인 숫자를 염두에 둬야 지금 당장 불필요한 지출을 줄여야 할지, 좀 더 인생을 즐기며 원하는 삶을 살 것인지 판단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위의 사례는 월스트리트저널(WSJ)의 웰스매니지먼트 섹션에 나온 분석 기사다. 편의상 원달러 환율을 달러당 1000원으로 적용했다. 기사에 나와 있는 일시금 100만달러는 10억원으로, 5000달러는 500만원으로 가정했다.) (끝) / sg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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