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w&Biz] 입구서 정문까지 돌아 가는 길, 재판관에게 '한 번 더 생각하라'는 뜻

입력 2017-04-04 18:31  

헌법재판소 건물 곳곳에 담긴 '비밀 메시지'

높은 심판대·반타원형 자리배치
"권위 갖추되 국민들 포용" 의미

법복 자주색은 '황제의 색'
남여 구분 없애 평등 의지 담아



[ 고윤상 기자 ]
헌법재판소는 위헌법률심판, 탄핵심판, 정당의 해산심판, 국가기관 간 권한쟁의 심판 등 권한이 막강하다. 게다가 원칙적으로 단심이어서 한번의 재판으로 끝난다. 그에 걸맞은 위상과 권위가 주어져야 하는 이유다.

4일 헌재와 건축학계 등에 따르면 헌재 건물에는 ‘국민 화합을 이끌어내겠다’는 메시지가 응축돼 있다. 권위를 상징하는 각종 건축학적 장치가 건물 곳곳에 담겨 있는 동시에 ‘포용’의 의미도 함축돼 있다는 의미다.

헌재 건물은 2년 공사를 거쳐 1993년 완공됐다. 총 공사비는 209억원. 동·서양 건축 양식이 잘 어우러진 건물로 평가받아 그해 제2회 한국건축문화대상을 받았다. “헌법 수호의 최고 기관에 걸맞게 중후한 분위기로 위엄을 살리는 한편 두루 상징성이 돋보이도록 했다”는 것이 당시 심사평이다.

헌재 건물에는 밖에서부터 ‘비밀 메시지’가 곳곳에 숨어 있다. 헌재 입구에서 건물 정문까지 가기 위해선 돌아서 올라가야 한다. 헌재 건물 리모델링 과정에 참여한 이명식 동국대 교수(55·건축학)는 “출근하는 재판관들에게 ‘한번 더 생각하라’는 메시지를 주기 위한 구조”라고 설명했다.

헌재 대심판정 입구에 들어가려면 일반 방청객은 건물 오른쪽에 있는 별도 입구로 돌아서 들어가야 한다. 재판관과 일반인의 출입 통로가 달라 서로 마주칠 일이 없다. 이 교수는 “재판관이 방청객과 마주치지 않도록 함으로써 재판의 독립성을 보장하기 위한 장치”라고 설명했다.

심판정 안에도 ‘비밀 장치’가 있다. 헌재 대심판정은 일반 법정보다 더 높게 느껴진다. 헌재 재판관 앞에 놓인 심판대의 높이는 바닥으로부터 1m55㎝. 일반 민사법정의 법대(1m27.5㎝)보다 27.5㎝, 형사법정의 법대(1m42.5㎝)보다 12.5㎝ 높다.

재판관이 앉아 있는 의자도 팔걸이 높이가 일반 법관 의자보다 8㎝ 높다. 이 때문에 방청석에서 재판관을 바라보면 상체 대부분이 보이는 일반 법관과 달리 헌재 재판관은 어깨높이부터 상체가 보인다. 더 높은 곳에서 내려다보는 듯한 효과를 주는 ‘권위의 장치’다.

헌재 재판관의 자리 배치는 반타원형 모양이다. 방청석에서 보면 가까운 느낌이 들고 덜 딱딱해 보인다. 이 교수는 “일직선으로 법관이 앉아 있는 대법원과 달리 반타원형 모양을 통해 국민에게 좀 더 다가가겠다는 의미를 담은 것”이라며 “헌재 건물은 단순히 권위를 나타내는 수준을 넘어 헌재가 어떤 역할을 하겠다는 ‘대(對)국민 메시지’를 곳곳에 담아뒀다”고 설명했다.

건물뿐 아니라 헌재 재판관이 입는 법복에도 일반 법복에는 없는 의미가 담겨 있다. 색깔은 예부터 ‘황제의 색’으로 통하는 자주색으로 해 헌재의 권위를 표현했다. 또 성별 등으로 차별하지 않겠다는 뜻을 담아 남녀 구분도 없다. 소매 등에는 한국 전통 문양을 새겨 넣어 ‘한국적 가치’를 지키겠다는 의지를 담았다.

고윤상 기자 ky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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