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송곳니' 드러낸 엘리엇, BHP빌리턴 공격

입력 2017-04-11 19:40  

"분사하고 배당 높여라" 요구…작년 삼성전자 압박 때와 비슷


[ 김현석 기자 ] 미국계 헤지펀드인 엘리엇매니지먼트가 삼성전자에 이어 세계 최대 광산업체인 호주 BHP빌리턴을 공격하고 나섰다. 석유와 철광석사업을 분사해 회사 가치를 높일 것과 대규모 자사주 매입, 호주 증시로의 상장 단일화 등을 요구했다. 이는 지난해 삼성전자에 인적분할, 미국 나스닥 상장, 대규모 배당 등을 요구한 것과 비슷하다.

BHP 측은 엘리엇의 요구를 거부했지만 원자재 값 하락세 속에 적자를 내고 있어 공격은 계속될 가능성이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0일(현지시간) 행동주의 투자자인 엘리엇이 BHP빌리턴에 ‘미국 석유사업을 분사하고, 구조조정 계획의 윤곽을 제시하라’고 요구했다고 보도했다. 엘리엇은 영국 런던증시에서 BHP 지분을 4.1% 매입해 보유하고 있다.

BHP빌리턴은 호주 BHP철강이 2001년 세계 최대 광산업체였던 유럽 빌리턴을 인수합병(M&A)해 세운 회사다. 2012년부터 중국 경제성장 둔화와 함께 국제 자원 가격이 떨어지자 어려움을 겪어왔다. 매년 수십억달러의 자산을 상각하며 2015년 64억달러, 2016년 62억달러 순손실을 냈다.

엘리엇은 BHP빌리턴에 석유개발사업 분사를 요구했다. 수익의 절반을 철광석 채굴사업에서 올리는 BHP는 미국 멕시코만과 텍사스, 호주 등에서 하루 66만배럴의 원유를 생산하고 있다. 저유가 탓에 수익을 내지 못하는 상태다.

엘리엇은 또 호주 시드니와 런던증시에 상장된 주식 및 본사를 호주로 통합하고, 대규모 M&A에 현금을 쓰기보다 자사주 매입 계획을 세울 것을 요구했다. 엘리엇 측은 “BHP 수익률은 다른 광산업체나 석유업체를 밑돌고 있다”며 “우리 제안대로라면 BHP의 호주와 런던 상장 주식의 가치를 각각 49%와 51% 끌어올릴 수 있다”고 주장했다.

BHP빌리턴은 엘리엇 측의 제안을 거부했다. 석유채굴 사업은 회사 가치를 해치지 않으며, 상장 단일화 계획은 없다는 게 골자다. 회사 측은 “엘리엇이 자원산업 사이클을 고려하지 않고 있다”며 “그들의 제안을 수용하면 돈이 너무 많이 든다”고 일축했다.

앤드루 맥킨지 BHP 최고경영자(CEO)는 석유와 가스 채굴을 주력사업 중 하나로 꼽아왔다. 지난 2월 콘퍼런스콜에서 “회사는 비용을 낮추면서 석유와 가스 생산을 늘리길 원한다”고 말했다.

엘리엇은 런던에 상장한 BHP 지분 4.1%를 보유하고 있지만, 이사회에 자신들의 이사를 선임토록 하기엔 부족하다. 다만 BHP 주가가 낮다고 우려하는 다른 헤지펀드 등과 손잡을 가능성은 남아 있다. 엘리엇의 공격 소식에 지난 10일 BHP 주가는 호주 증시에서 4.6% 올랐지만 11일 회사 측이 제안을 거부한 뒤 1% 넘게 떨어졌다.

엘리엇은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때 합병에 반대했다가 손실을 봤다. 지난해 10월엔 삼성전자 지분 0.62%를 사들인 뒤 경영진에 인적분할 및 지주사 전환, 나스닥 상장, 특별배당 30억달러 등을 요구하기도 했다.

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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