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지능은 생명체의 것…AI, 아직 인간의 적수 아니다"

입력 2017-04-13 19:19   수정 2017-04-14 06:36

지능의 탄생

이대열 지음 / 바다출판사 / 320쪽 / 1만8000원



[ 서화동 기자 ] 아이작 아시모프가 1944년 발표한 단편소설 《저 토끼를 잡아라》에는 우주광산에서 6대의 부하 로봇을 조종해 광물을 캐는 데이브라는 로봇이 나온다. 데이브는 위기 상황이 발생했을 때 자신이 의지할 수 있는 인간이 옆에 없으면 부하 로봇들에게 앞뒤가 맞지 않는 명령을 내리거나 춤을 추게 한다. 인간들은 데이브의 업무량이 너무 많은 탓일지도 모른다고 판단, 부하 로봇 하나를 폭파해 문제를 해결한다. 인공지능(AI)을 갖춘 로봇이 다른 로봇을 거느리고 일하는 모습을 70여년 전에 그렸다는 사실보다 더 놀라운 건 언젠가는 로봇들도 사람처럼 상호관계에 관한 문제로 고민하게 될지도 모른다는 사실이다.

머지않은 미래에 AI가 인간을 압도할 것이라는 전망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초인공지능이 등장해 인류를 대체할까. 30년 이상 뇌와 지능을 연구해온 이대열 미국 예일대 신경과학과 석좌교수는 《지능의 탄생》에서 앞으로 상당 기간 그럴 가능성이 없다고 단언한다. 인공지능이 해결하는 문제가 AI 자신이 아니라 인간이 제시한 것이기 때문이다.

이 교수는 이 책에서 지능은 오직 생명체만 가질 수 있다며 생명의 관점에서 지능의 근원과 한계를 설명한다. 그에 따르면 인간의 사고 과정은 이성, 감성, 추론, 예측, 직관, 통찰 등 하나의 개념으로 간단히 요약할 수 없다. 지능은 생명체가 살아가면서 직면하는 수많은 환경 변화와 도전 속에서 문제점을 발견하고 해결책을 찾아가는 의사결정 능력이다. 따라서 뇌는 단순한 연산, 추론 기계가 아니며 그 주체인 인간의 생존을 위한 기관이다. 뇌의 모든 사고작용은 인간의 생존과 번영을 위해 마련됐고, 뇌는 이를 위해 최적화됐다는 것이다.

이런 주장을 설명하기 위해 저자는 아주 단순한 생명체인 예쁜꼬마선충부터 박테리아, 바퀴벌레, 원숭이, 인간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생물체에서 나타나는 행동과 신경계 구성 및 작용,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 등을 폭넓게 보여준다. 이를 위해 신경과학은 물론 생물학, 유전학, 경제학, 심리학 등 다양한 학문이론과 연구성과를 동원한다.

특히 효용이론과 ‘본인-대리인이론’ 등 경제학의 개념으로 생명체 주인인 유전자와 뇌의 관계를 설명한 것이 독창적이다. 저자는 지능이란 진화를 통해 생명체가 획득하는 능력의 하나로 자기 자신을 보존, 복제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이라고 설명한다. 인간의 뇌도 유전자 복제라는 생명체의 기능을 돕기 위해 등장하고 진화해왔다고 한다.

생명체의 주인은 유전자다. 뇌는 이 유전자가 자기 복제를 더 잘할 수 있도록 일을 맡긴 대리인이다. 뇌는 주인인 유전자의 구체적인 지시가 없어도 독립적으로 어떻게 행동할지 선택할 수 있다. 이렇게 뇌가 다양한 문제 해결 능력을 개발하면서 지능은 진화한다. 또한 뇌는 환경 변화에 적응하기 위해 끊임없이 학습한다. 학습이 없이는 진정한 지능이 존재할 수 없는 이유다.

뇌의 학습과 관련해 저자가 특히 주목하는 것은 사회적 지능이다. 인간은 다른 사람들과 언어를 통해 다양한 정보를 주고받을 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의 선호도와 사고과정을 이해하고 이를 바탕으로 복잡한 집단에서 합리적인 행동을 택한다. 이 과정에서 뇌는 효용이론, 게임이론, ‘죄수의 딜레마’, 파블로프 전략 등 온갖 경제학·심리학 이론을 동원해야 할 정도로 끊임없이 활동하며 선택한다. 그 결과 인간의 뇌는 다른 동물에 비해 훨씬 커졌고 지능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발달하게 됐다는 설명이다.

저자의 관심은 시종일관 날로 발전하는 AI가 과연 인간의 뇌를 대체할 수 있느냐다. 컴퓨터의 정보처리 능력이 아무리 급속히 발전해도 AI가 인간의 뇌를 완전히 대체하는 ‘기술적 특이점’은 적어도 당분간은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고 저자는 내다본다. 지능이란 자기 복제를 핵심으로 하는 생명현상 일부이기 때문이다. AI를 장착한 기계가 자기 복제를 할 수 있게 된다면 이야기는 달라질 수 있다. 그건 인공생명이 시작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그런 기계의 자기 복제는 안 된다고 저자는 경고한다.

서화동 문화선임기자 firebo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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