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압박에 두손 든 애플…미국 내 일자리 창출에 10억달러 투자

입력 2017-05-04 18:04   수정 2017-05-05 07:39

트럼프 제조업 정책에 부응

2570억달러 현금 대부분 해외 보유
되가져오면 법인세 부담 커져
미국서 자금 조달해 펀드 조성

폭스콘·페가트론 등 하청업체도 미국 내 제조공장 설립 검토



[ 추가영 기자 ] 애플이 미국의 첨단 제조업에 투자하기 위해 펀드를 조성한다.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는 3일(현지시간) CNBC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10억달러(약 1조1300억원) 규모의 펀드를 조성해 첨단 제조업에 투자할 것”이라며 “제조업 일자리가 많아지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쿡 CEO는 이달 구체적인 투자 대상 기업을 발표할 예정이다.

애플의 투자 결정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백기를 든 것이란 평가를 받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제조업 일자리 회복을 주요 정책으로 내세우며 글로벌 기업들에 미국 내 생산시설 투자를 늘리라고 압박해왔다.


◆“제조업 일자리 늘리겠다”

쿡 CEO는 이날 인터뷰에서 미국 내 일자리를 늘리는 데 애플이 큰 역할을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는 연못의 물결이 될 수 있다”며 “우리가 제조업 일자리를 많이 만들어내면 주변에 더 많은 서비스 분야 일자리가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애플이 미국에서 직접 고용한 직원이 8만명에 달하고, 부품업체와 소프트웨어 개발자를 포함하면 200만개의 일자리를 창출한 기업이라는 점도 내세웠다.

애플은 펀드를 조성하기 위해 자금을 미국 내에서 빌릴 계획이다. 애플은 지난 3월 말 기준 2570억달러의 현금을 보유하고 있지만 이 중 93%인 2400억달러는 해외에 있다. 이 자금을 미국으로 들여올 경우 상당한 액수의 법인세를 내야 한다.

쿡 CEO는 “정부가 애플이 해외에서 거둔 이익을 미국으로 들여오는 문제를 해결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최근 발표한 세제개편안엔 미국 기업이 해외 현금을 국내로 가져올 때 일회성 세금을 부과하는 방안을 추진한다는 내용만 담겼을 뿐 해외 현금 송환세 감면 내용은 빠졌다.

◆하청 업체도 미국 내 생산 검토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대선 기간 애플의 생산시설이 대부분 중국에 있다며 미국에 공장을 건설해야 한다고 압박했다. 이에 대해 애플은 미국 내 부품 조달 등을 확대할 수 있다는 뜻을 내비쳤다. 쿡 CEO는 올 2월 주주총회에서 “최종 생산공장을 중국 등지에 두고 있지만 이것만 보고 애플을 판단하는 건 애플이 미국 내에 막대한 공급망을 갖추고 있다는 점을 간과한 것”이라면서도 “앞으로 더 다양한 방식으로 미국을 도울 방법을 항상 찾고 있다”고 말했다.

애플 아이폰의 하청 제조업체들도 미국 내 생산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만 폭스콘은 애플과 손잡고 70억달러를 들여 미국에 디스플레이 제조공장 설립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폭스콘은 미국 펜실베이니아주(州)에 주조공장을 세우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대만의 아이폰 조립업체 페가트론도 미국에 공장 설립을 추진하겠다고 입장을 바꿨다. 페가트론은 지난해 애플로부터 미국에서 아이폰을 생산해달라는 요청을 받았을 때는 비용 문제 등을 이유로 거부했다.

◆다른 기업도 앞다퉈 투자 나서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전자업체도 미국에 가전 공장을 건설할 계획이다. LG전자는 미국 테네시주에 세탁기 공장을 짓기 위한 양해각서(MOU)를 맺었다. 삼성전자는 텍사스주 오스틴 반도체 공장에 10억달러를 투자할 예정이다. 삼성전자는 또 지난해 인수한 프리미엄 빌트인 브랜드 데이코의 로스앤젤레스 공장을 확충하고, 추가로 가전 공장을 신설하기 위해 앨라배마주와 사우스캐롤라이나주 등에서 공장 부지를 물색하고 있다.

자동차 기업들도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 내 공장 신축 압박에 응했다. 포드는 멕시코 공장 건설 계획을 취소하고 미시간 공장에 7억달러를 투자한다고 발표했다. 제너럴모터스(GM)는 올해 미국 공장에 10억달러를 추가 투자하고 이를 통해 일자리 1000개를 창출하겠다고 지난주 밝혔다. 현대·기아자동차, 도요타 등 글로벌 자동차 업체들도 신규 투자를 약속했다.

추가영 기자 gychu@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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