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신설 LCC 실패까지 걱정할 이유 없다

입력 2017-05-31 17:39  

지역 거점 LCC 설립 움직임 활발
정부는 재무능력 등 기준 높여 제동
경쟁 통한 소비자편익 생각해야



골목마다 즐비한 치킨가게들은 경쟁으로 힘들다. 많은 가게가 새로 생기고 또 문을 닫는다. 구청 담당자들은 사업허가를 내주는 조건으로 무엇을 고려할까. 개업 초기를 버틸 수 있는 자금여력이나 어떤 맛과 서비스로 손님을 만족시킬지는 판단요소가 아니다. 소비자의 건강을 해치지 않는 위생요건만 확인할 뿐이다. 선택은 시장과 고객이 한다. 고객들은 맛과 가격으로 치킨을 평가하고 주인은 그 결과를 책임진다. 경쟁의 결과 소비자는 낮은 가격으로 양질의 치킨을 소비할 수 있다. 시장경제가 작동하는 기본원리다.

국토교통부는 지난 3월 항공사 사업면허 기준을 강화했다. 사업 개시일로부터 2년 동안 사업계획 수행에 필요한 운영비용의 조달능력까지 들여다보겠다는 것이다. 저비용항공사(LCC)의 난립을 막아 소비자의 예기치 못한 피해를 막겠다는 논리다. 소비자는 과연 혜택을 볼까.

최근 국내에선 지방공항을 거점으로 한 신규 항공사들의 창업 움직임이 활발하다. 양양과 청주공항을 거점으로 하는 플라이양양과 K에어는 항공업계의 새로운 바람을 일으킬 다크호스로 주목받고 있다. 플라이양양은 이미 인도네시아 등에서 성공을 거둔 관광중심 항공사를 벤치마킹하고 있다. 강원도 설악산 권역의 풍부한 관광잠재력을 앞세워 중국 동남아 관광객을 유치하겠다는 발상이다. 지역항공으로 지역경제를 살리겠다는 구상은 참신하다. 해외 관광객 대상의 관광레저 개발을 병행하는 플라이양양이 지역사회에 가져올 경제적 파급효과는 연간 8500억원의 부가가치와 2만6000개에 달하는 일자리 창출로 추정된다. 지난해 세수가 63억원에 불과한 양양군 경제를 살릴 마지막 기회라는 분석이다. K에어는 서울과 가까운 청주공항을 사용한다는 이점이 있다. 신설 항공사를 통해 인천과 김포공항에 집중된 항공교통량을 분산할 수 있다. K에어가 안착하면 제3의 수도권 공항으로서 청주공항도 살리고, 해외 관광객 유치도 가능할 것으로 분석된다.

돈이 벌리는 곳에 기업가가 뛰어드는 것은 자연스런 일이다. LCC업계 시장점유율 1위인 제주항공은 지난해 583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다. 영업이익률은 7.8%에 달한다. 진에어와 에어부산도 7%가 넘는 영업이익률을 올렸다. LCC 전성시대가 열린 것이다.

선진국들은 항공사업의 면허과정에서 납입자본금이나 재무능력을 요구하지 않는다. 미국의 연방항공국(FAA)과 유럽의 항공우주국(EASA)의 심사기준은 간단하다. 경영자를 포함한 인적 관리역량, 항공안전과 재무계획을 포함한 사업계획 및 사업자의 신용상태와 납세, 사고기록 등 준법기록 세 가지만 평가하고 사업개시 후 1년간의 사업내용을 통해 적합여부를 판단한다. 일본도 납입자본금에 대한 명시적 요건은 없다.

과당경쟁으로 고전하는 치킨골목에서도 소비자의 선택을 받아 성공하는 기업이 있듯이 소자본으로 창업에 성공한 항공사들의 경우도 얼마든지 있기 때문이다. 아시아 최대 LCC인 에어아시아의 젊은 창업자 토니 페르난데스는 2001년 4대의 B737 항공기로 항공사업을 시작할 당시 120억원의 부채까지 떠안고 부실 항공사를 인수했다. 그러나 지금은 170대의 항공기를 운영하면서 작년에는 일본 나고야공항에 거점을 마련해 미국노선 진출을 준비 중이다.

수용력이 부족한 혼잡 공항보다는 지방공항에 거점을 두고 창업을 준비하는 신설 항공사들의 실패까지 정부가 걱정할 필요는 없다. 오히려 자유로운 시장진입과 경쟁을 통해 배양된 국적 항공사들의 경쟁력은 해외시장을 공략하는 역량이 되고, 외국 항공사들의 무차별적 국내시장 진입에는 방어력이 된다. 시장의 경쟁 과열로 인한 역기능보다는 신설 항공사들이 제공하는 소비자 편익과 지역 일자리 창출이 가져다주는 순기능을 생각해야 할 때다.

허희영 < 한국항공대 교수·경영학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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