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몰스토리] 퍼스트캣과 길고양이, 그 묘(猫)한 차이

입력 2017-06-07 15:04  

캣맘을 보는 시선 vs 시선
생명 가르는 시선 vs 시선
공존을 향한 시선 vs 시선




'이 지역에 고양이 사료 놓지 마세요.'

서울 영등포구 한 오피스텔 단지 내 팻말. 길고양이에게 사료를 주지 말라는 내용이 호소하듯 적혀있다. '사료를 놓고 가는 것은 정말 아니라 본다'며 '캣맘(고양이에게 정기적으로 먹이를 주는 사람)'에 대한 부정적 견해를 확실히 드러낸다. 길고양이가 입주민에게 끼치는 '위생문제', '소음 피해', '위협 사례' 등이 그 근거다.

근방 길고양이의 근황을 맞은편 아파트 경비원에게 물었다.

"여기엔 고양이 한마리도 없어요. 깨끗해요."

경비원의 자랑투 말엔 떳떳함이 묻어났다. 길고양이는 이미 불필요한 존재다. 캣맘은 비위생적이며 소음을 유발하고, 사람을 위협하는 '가해자' 길고양이를 먹여 키우는 성가신 사람이다.



옆 동네 진모 씨(30)는 길고양이라면 치를 떤다. 밤마다 원룸 옥상에서 울어대 잠을 설치는 탓이다. 캣맘이 고양이에게 자꾸 밥을 주니, 어미가 새끼까지 데리고 동네를 활보한다는게 진씨의 주장이다. 재차 길고양이 개체수 증가를 부추기는 캣맘을 비난했다

"먹이를 정기적으로 주다보면, 인근 고양이가 눈에 띄게 늘어나요. 그로 인한 피해는 캣맘이 아닌 인근 주민 몫임을 알았으면 해요."


직장인 김모 씨(27)는 정기적으로 5마리 고양이에게 먹이를 주는 캣맘이다. 그는 캣맘에 대한 부정적인 주변 시선 때문에 몰래 밥을 주고 있다. 고양이를 싫어하는 사람과 말다툼을 피하고 싶어서다. 눈에 띄는 곳에 밥을 놓고 갈 경우, 누군가 티나게 버리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고양이를 싫어하는 사람에게 양해를 구하거나, 싫어하는 이유를 물으면 답은 같아요. '일단 싫다' 무조건적 혐오가 많죠."


직장인 구모 씨(28)는 캣맘을 보는 차가운 시선들을 아쉬워했다. '사람보다 고양이를 우선시 여긴다', '밥을 대가로 고양이의 귀여움만 탐한다', '찰나의 동정심으로 타인에게 민폐를 끼친다', '끝까지 책임지지 못할 거면 왜 잘해주냐' 등의 선입견이다.

캣맘 중엔 밥만 주는 사람뿐 아니라, 중성화 수술, 장례까지 책임지는 이도 있다. 주변 유기묘센터나, 동물보호단체에서 자원봉사를 하거나, 후원을 하는 사람이 많다는고 구씨는 말했다.

그 역시 작년 길에서 만난 아픈 새끼 고양이 치료하는 병원비로 약 100만원을 썼다. 새끼는 끝내 병원에서 숨을 거뒀다. 김씨는 "돈이 아깝진 않았다"고 했다. 다만 "세상 사람 모두가 고양이를 좋아할 필요는 없지만, 도시에서 함께 사는 구성원정도로만 여겨줬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대학생 최모씨(23)는 고양이 알레르기가 있다. 고양이를 키워본적도 없다. 하지만 집 앞 마당에 찾아오는 고양이들에게 밥을 챙겨주고 있다. 중학생 때부터 만난 고양이들이 3대째 최씨네 집을 찾는다.

최씨는 캣맘 갈등을 이해할 수 없다고 했다. "배고픈 생명에게 먹이를 주는 일이 잘못된 일은 아니지 않냐"고 되물었다. "문제 해결 노력도 하지 않으면서 싫어한다는 이유만으로 생명이 사라져야 하나"고도 반문했다.


캣맘을 둘러싼 갈등은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다. 캣맘이 무책임하게 길고양이 개체수를 늘려, 사람에게 피해를 준다는 입장과 생명에 대한 존엄성과 동물 보호라는 입장이 첨예하게 대립 중이다.

같은 시간 문재인 대한민국 대통령의 관저에 입성한 고양이는 퍼스트캣(First Cat)과 반려묘(猫) 호칭으로 온 국민의 관심을 한몸에 받고 있다. 청와대의 고양이 혹은 길의 고양이, 동물 팔자도 사람마냥 뒤웅박 신세다. 퍼스트캣 '찡찡이'도 한때 유기묘였다. 길고양이들도 한때는 인간에게 사랑받던 반려묘(혹은 그 후손)였다.

지난 5일은 UN이 지정한 '세계 환경의 날'이었다. 매년 UN은 환경 보호를 위한 화두를 제시한다. 올해 슬로건은 'Connecting People to Nature(사람과 자연을 잇다)', 동물 보호는 대표 현안 중 하나다. 국내 언론도 세계 환경의 날만큼은 아프리카 코뿔소, 코끼리, 바다거북이 등 멸종위기종에 주목했다.

이역만리(異域萬里) 코불소의 생명도, 청와대 퍼스트캣의 생명도, 동네 길고양이의 생명도, 식탁에 오르는 소와 돼지의 생명도 소중하긴 매한가지다. 처음부터 멸종위기였던 동물도, 미움받아 마땅한 동물도 없다. 동물을 사지로 내모는 인간이 있을 뿐이다. 포획과 사냥, 그리고 혐오로 한반도에서만 늑대, 호랑이, 여우, 산양 등 246종이 멸종위기에 처해 있다.


캣맘 김씨는 사람과 고양이가 공존할 수 있는 방안으로 고양이 중성화수술(TNR)을 꼽는다.
TNR은 포획(Trap), 중성화(Neuter), 방사(Return)를 뜻하는 국제 공용어다. 불임 수술로 길고양이 개체수를 조절한다.

TNR이 주목받는 이유는 고양이가 영역동물이라서다. 길고양이 영역은 인간이 거미줄처럼 짜놓은 도시와 건물 틈새마다 존재한다. 길고양이를 없앤다고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 한마리가 사라지면 다른 지역 고양이가 해당 영역을 차지한다. 무분별한 포획만으로 길고양이 수를 줄여봤자 일시적 감소할 뿐이다.

우리 지역자치단체도 길고양이 TNR에 나서고 있다. 지난해 서울시가 집계한 '2015년 길고양이 중성화 사업 예산'은 2013년 4억5000만원에서 2015년 5억3600만원으로 증가했다. 1마리당 비용 13만4000원, 총 7756마리가 TNR을 받았다. 개체수 조절은 물론, 교미시 생기는 울음소리도 상당 부분 억제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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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임= 김민성, 연구= 이재근 한경닷컴 기자 rot0115@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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