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봉준호 감독 "'옥자', 韓 제작 바랐다면 민폐…넷플릭스 논란은 운명"

입력 2017-06-28 07:38   수정 2017-06-28 11:35

봉준호 감독 신작 '옥자' 오는 29일 공개

"멀티플렉스 보이콧, 이 정도일 줄은…"
"넷플릭스, 최종 편집권 맡겨…행복했던 작업"




말도 많고 탈고 많았던 '옥자'가 드디어 세상에 얼굴을 드러낸다. 봉준호 감독은 "재개봉하는 기분"이라고 표현했다.

'옥자'는 칸, 런던, LA, 시드니, 도쿄 등 전 세계 주요 도시 서킷을 마치고 오는 29일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 넷플릭스에서 공개를 앞두고 있다.

이 영화는 제70회 칸 영화제 경쟁부문에 진출하는 쾌거와 함께 논란도 제기됐다. 온라인 스트리밍을 기반으로 한 영화라는 이유로 시사회 당시 야유를 받는 이례적인 일도 있었다.

국내에서는 멀티플렉스 극장의 '보이콧'을 당하기도 했다. 기존 상업영화들이 극장 개봉 이후 3주 동안 '홀드백(hold back)' 기간을 거쳐 TV, 인터넷 등 매체로 옮겨서 방영되는 것과는 다르게 '옥자'는 극장(국내)과 온라인에서 동시에 개봉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CGV, 롯데시네마, 메가박스에서는 '옥자'를 볼 수 없다.

지난 27일 서울 종로구 팔판동 한 카페에서 만난 봉준호 감독은 "'옥자'를 제작할 때부터 어느 정도의 논란은 있겠구나 싶었다"라면서 "이 정도까지 배급 이슈가 생길 줄은 몰랐다"라고 너털웃음을 지었다.

봉 감독은 "감수해야 하는 부분"이라며 "이것대로 이 영화의 운명"이라고 체념했지만 '옥자'의 돌파구는 있었다.

서울 대한극장, 서울극장, 충북 청주 SFX시네마, 인천애관극장, 대구 만경관, 전북 전주시네마타운, 부산 영화의전당과 같은 100여 개의 소규모 극장의 스크린에서 '옥자'를 걸게 된 것이다.

영화진흥위원회 집계에 따르면 27일 기준 '옥자'는 예매율 11.9%를 기록하며 '리얼', '박열', '트랜스포머:최후의 기사'에 이어 4위를 기록했다.

이에 대해 봉준호 감독은 "참 감사한 일"이라면서 "관람 등급도 15세 관람가가 나올 줄 알았는데 12세로 나와 의외라고 생각한다"라고 반가움을 드러냈다.

'옥자'는 강원도 산골 소녀 '미자'(안서현)와 유전자 변형으로 거대한 괴수의 모습으로 태어난 돼지 옥자는 10년간 함께 자란 둘도 없는 친구이자 소중한 가족이다. 자연 속에서 평화롭게 지내던 어느 날 글로벌 기업 미란도가 나타나 옥자를 뉴욕으로 끌고 가고 할아버지(변희봉)의 만류에도 미자는 옥자를 구하기 위해 위험천만한 여정에 나선다.

미란도 코퍼레이션의 CEO 루시 미란도(틸다 스윈튼)는 극비리에 옥자를 활용해 '슈퍼돼지 프로젝트'를 추진한다. 뿐만 아니라 동물학자 죠니(제이크 질렌할)은 옥자를 이용해 제2의 전성기를 꿈꾸고, 비밀 동물 보호 단체 ALF는 옥자를 앞세워 또 다른 작전을 수행하려 한다.

미자는 각자의 이권을 둘러싸고 옥자를 차지하려는 탐욕스러운 세상에 맞서 옥자를 구출하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봉준호 감독은 SBS '동물농장'의 애청자라고 밝혔다. 그는 "인간과 동물 이야기를 보면서 여러 가지 생각을 했다. '괴물'에서 괴생명체가 사람을 습격하고 공격하는 이야기를 했는데 이번에는 사람 때문에 수난을 겪는 불쌍한 동물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라고 제작 계기를 밝혔다.

영화의 트레일러가 공개되자 돼지도 아닌 것이 하마도 아닌, 기이하고 순박해 보이는 '옥자'의 매력에 국내 팬들은 호기심을 쏟아냈다.

봉준호 감독은 "95년도 '쉘 위 댄스'라는 일본 영화에서 댄스 교습을 받는 멤버 중 뚱뚱하고 안경 쓴 남자가 있다"면서 "덩치는 산만한데 내성적인, 매사에 억울한 느낌이 드는 캐릭터를 보고 착안했다"라고 설명했다.

'옥자'의 출연진 또한 할리우드 대작 급이다. 틸다 스윈튼, 제이크 질렌할, 폴 다노, 릴리 콜린스, 스티브 연, 한국의 변희봉 등 굵직한 배우들이 총출동했다. 하지만 이 영화에서 미자 역의 안서현은 단연 발군이다. 그는 촬영 당시 초등학교 6학년이었음에도 과감한 액션부터 섬세한 감정 연기까지 완벽하게 소화해 봉 감독의 사랑을 독차지했다.

봉 감독은 '살인의 추억' 조감독 출신이자 '건축학개론'의 황인호 감독의 추천으로 안서현을 주목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몬스터'에서 기가 막힌 아역이 있다고 하더라. '하녀'와 '신의 한 수'에도 나왔는데 일반적인 아역의 연기와는 달랐다. 저 친구 참 독특하다 싶었는데 만나보니 똘똘하고 차돌 같고 저돌적인 느낌이 좋았다"라고 덧붙였다.

이어 "촬영 전 안서현의 사진을 틸다 스윈튼에게 보여줬더니 '얼굴이 미자'라며 굉장히 좋아했다. 미국 프로듀서들도 'It's done' 하더라"라고 말했다.

미자는 대사 이전에 동물과 교감하는 캐릭터이기에 표정과 눈빛이 중요했다. 봉 감독은 안서현의 크고 강렬한 눈이 미자의 이미지와 모든 것을 다 돌파한 느낌이라고 부연했다.

봉준호 감독이 예상하지 못했던 반전은 안서현의 성장이었다. 그는 "촬영을 하는데 쭉쭉 막 크더라. 신발을 바꿀 정도로. 영화를 봤을 때 아이가 단번에 성장한 것처럼 보이지 않기 위해 애를 썼다"라고 미소지었다.


그동안 봉 감독은 '플란다스의 개'(2000), '살인의 추억'(2003), '괴물'(2003), '마더'(2009)까지 독창적인 스토리텔링과 섬세한 연출, 허를 찌르는 풍자로 전 세계적 반향을 일으켜 왔다. '옥자'는 2013년 영화 '설국열차' 이후 4년 만에 내놓는 봉준호 감독의 신작이다.

봉준호 감독은 이번 신작에서 평범하지 않은 동물 옥자와 소녀 미자의 이야기로 인간과 자연과의 관계를 촘촘하게 보여준다. 어드벤쳐와 유머, 신랄한 풍자, 드라마가 생생하게 살아 있는 새로운 작품 세계를 연 것.

봉준호 감독은 "앞서 흥행이 몇 차례 잘 된 것은 큰 행운이었다고 생각한다. '살인의 추억', '마더', '괴물' 등 내가 생각하거나 만든 영화들은 대중에게 친숙하지 않거나 기획 단계에서 저주를 많이 받았었다"라고 소회를 전했다.

수많은 작품이 흥행력과 작품성을 인정받았음에도 아직도 봉준호 감독의 시도는 벽에 부딪힌다. 그는 "송강호, 김혜자, 틸다 스윈튼이라는 필터를 거쳐 관객들을 만날 수 있었다"라며 "배우들에 의지해 찍어온 것"이라고 겸손한 대답을 내놨다.

'옥자' 제작 단계에서도 시행착오는 있었다. 독특한 시나리오를 좋아하는 제작사들은 500억 원이 넘어가는 예산을 속 시원히 내놓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봉 감독은 "이 영화를 한국, 아시아에서 커버하길 바란다면 민폐"라면서 "혹시라도 잘 안되면 산업 전체를 휘청거리게 만드는 거라 애초부터 엄두를 못 냈다"라고 덧붙였다.

이 영화를 디즈니 가족 영화처럼 만들길 원하는 제작사들도 있었다. 봉 감독은 "넷플릭스를 아주 좋은 타이밍에 만났다"라며 "시나리오 한 줄 고칠 필요도 없었고, 최종 편집권도 감독에게 줬다. 만드는 과정은 무척이나 행복했다"라고 만족감을 드러냈다.

'옥자'는 인터넷 스트리밍 사이트 넷플릭스를 통해 190개 국가에서 29일 동시 공개되며 한국에서는 NEW 배급으로 전국 극장에서 같은 날 개봉된다.

김예랑 한경닷컴 기자 yesrang@hankyung.com /사진=NEW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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