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좀 써라"…독촉받는 '세계 최대 무역흑자국' 독일

입력 2017-06-30 17:57   수정 2017-07-01 07:02

이상은 기자의 Global insight


[ 이상은 기자 ] 무역흑자는 선(善)일까. 적어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그렇게 생각한다. 무역적자는 나쁘고 흑자는 좋다는 그의 이분법적 세계에서, 다른 나라들은 기축통화가 무엇이고 미국이 만든 세계질서가 어떠하든 ‘미국이 벌어야 할 돈을 뺏어가는 자들’로 입체적인 느낌 없이 평면적으로 그려진다.

그의 주요 공격 대상은 지난해 대선 승리 전까지는 중국이었지만 이후에는 독일로 바뀌었다. 독일의 무역흑자는 상당한 수준이다. 지난해 2600억유로(약 340조원), 독일 국내총생산(GDP) 대비 8.6% 흑자를 기록했다. 미국을 상대로 거둔 무역흑자만 560억유로에 이른다. 트럼프의 공격 대상이 될 만하다.


그런데 트럼프의 시각이 단선적이기는 하지만 독일 무역흑자에 대한 지적만큼은 귀 기울여 들어야 한다는 얘기가 경제학자들 사이에서 계속 나오고 있다. ‘이대로 둬서는 곤란하다’는 것이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는 지난 4월 유럽 주요 언론 공동 인터뷰에서 “지나친 불균형을 가진 나라들은 그걸 시정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무역흑자 규모가 (GDP 대비) 4%라면 정당화될 수도 있겠지만 8%는 아니다”고 구체적으로 밝혔다. “지나친 불균형, 불평등, 불안정성은 안정과 성장의 지속 가능성을 해친다”는 이유에서다.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도 각 회원국에 GDP의 6%를 넘어서는 불균형은 시정하도록 규정하고 있다며 거들고 나섰다.

이런 일이 처음은 아니다. 30년 전에도 로널드 레이건 미국 대통령을 비롯한 전 세계가 독일의 무역흑자를 비난한 적이 있다. 그때 독일의 무역흑자 규모는 지금의 절반 수준에 불과했지만, 1999년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체제가 출범하기 전에도 제조업 경쟁력이 뛰어난 독일은 이미 무역흑자국이었다는 얘기다. 동·서독 통일 후 1990년대 흑자 규모가 가파르게 감소했다가 2000년대 초부터는 다시 쭉쭉 늘어나서 현재에 이르렀다.

2000년대 이후의 흑자 증가는 유로화 체제 영향이 크다는 것이 대부분 학자의 견해다. 유로존 내 다른 회원국에 비해 노동비용이 상대적으로 덜 오르는 효과를 누렸고, 시장은 넓어졌다. 동시에 진행된 독일 사회 고령화도 흑자의 한 요인이다. 가계 부문에서 돈을 안 쓰고 저축해 노후에 대비하는 성향이 커졌다.

독일이 조정할 수도 없는 환율 조작 문제를 내세우는 트럼프를 뺀 나머지 학자들이 이런 구조적 흑자에 공통적으로 제시하는 해법은 간단하다. ‘제발 돈 좀 써라’다. 한 나라의 국민소득(Y) 방정식에 따르면 무역수지(NX)는 그 나라의 순저축(S)에서 투자(I)를 뺀 것과 동일하니, 저축을 줄이고 투자 좀 하라는 것이다.

어디다 투자하는 게 좋으냐는 부분에서는 백가쟁명식 해법이 쏟아진다. 프랭크 매턴 맥킨지글로벌인스티튜트 회장은 디지털 부문과 인프라 투자, 배리 아이켄그린 미국 UC버클리 교수는 대학교육 지원, 라가르드 총재는 난민 대응과 세계적 이슈에 돈을 쓰도록 독일 정부를 채근하고 있다.

행복한 고민일 것 같지만 정작 독일 정부는 그게 그렇게 맘대로 되는 일은 아니라며 곤혹스러운 표정이다. 독일 재무부의 수석이코노미스트인 루드게르 슈크네흐트는 2월 EU가 ‘무역흑자 문제를 어떻게 좀 해보라’고 닦달하자 “베를린의 다리를 고치거나 브레멘의 학교를 수리하기 위해 (유로존 내 경제 취약 국가인) 포르투갈이나 그리스산 제품을 수입할 것도 아닌데, EU 집행위가 새 경기부양책을 쓰라고 독일을 압박할 이유가 있느냐”며 가시 돋친 편지로 대꾸했다. 그는 “독일 정부가 독일과 다른 나라의 경제를 해치지 않고 무역흑자를 줄일 방법이 거의 없다”고 덧붙였다.

그렇다고 진짜 아무것도 안 하고 버티기는 어려워 보인다. 올해는 독일 총선이 치러지는 해다. 앙겔라 메르켈 총리의 4연임 여부와 EU 체제의 리더십이 걸려 있는 만큼 독일도 행동에 나서야 할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독일은 세계와 어떻게 타협할 것인가.

이상은 기자 se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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