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 이근미와 떠나는 문학여행] (69) 구로야나기 테츠코 '창가의 토토'

입력 2017-07-03 09:00  

'문제아' 퇴학 당해 전학 간 주인공 '토토'

새 학교 선생님들의 헌신적 배려로 밝게 자라고

아이들을 사랑하는 마음에 세계인이 갈채

진실한 스승·제자 관계란 무엇일까?




제비에게 말을 거는 토토···수업 방해

초등학교 1학년 때 퇴학당한 토토. 수업 시간에 신기한 책상을 수없이 여닫고, 창가에 서서 지나가는 사람들과 대화하고, 집을 짓는 제비에게 말을 걸어 도대체 선생님이 수업을 할 수 없게 한 아이다. 어머니는 가장 빠르게 퇴학당한 딸을 전교생이 채 50명이 안 되는 도모에 학원으로 데려간다. 전철 6량을 교실로 사용하는 작은 학교에 들어서는 순간 토토는 “와!”하고 함성을 지른다.

첫날 토토의 이야기를 오랫동안 들어준 교장선생님은 아이들을 마음껏 뛰놀며 공부할 수 있도록 배려한다. 무슨 일을 하든 제지하지 않고 “끝나면 전부 원래대로 해놓거라”라고 말할 뿐이다. 아이들이 가장 배우고 싶은 과목으로 수업을 시작하니 시간표가 따로 없다. 새로운 전철 한 량이 더 들어오는 밤, 그 모습을 보고 싶어 하는 아이들을 학교에서 재웠다가 보게 해주는 학교다.

토토의 첫 번째 친구 야스아키는 소아마비 장애가 있다. 몸이 불편한 친구가 여럿 있지만 선생님은 다같이 옷을 벗고 수영하도록 해 자신감을 갖게 해준다. 산과 들로 뛰어다니며 공부하고, 운동회 때 상으로 채소를 주는 학교가 바로 도모에 학원이다.

천편일률적인 학교

61개의 짧은 이야기로 이어지는 《창가의 토토》는 수필 같기도 하지만 잔잔하나마 기승전결을 갖춘 소설형식을 띠고 있다. 출간 첫해에 500만 부가 팔릴 정도로 인기가 높았고 세계 34여 개국에 소개돼 독자들이 ‘토토짱앓이’를 할 정도로 신드롬을 불러일으켰다. 2000년 한국에서 출간돼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창가의 토토》가 사랑받는 이유는 문제아로 찍혀 전학 온 아이들이 밝게 자라는 모습이 감동을 주기 때문이다. 천편일률적인 교육제도에 대한 반성과 헌신적인 선생님에 대한 동경이 이 책을 유명하게 만들었다.

작가는 소설 속의 이야기가 실제 있었던 일이라고 밝혔다. 20세가 돼서야 자신이 초등학교 1학년 때 퇴학당했다는 사실을 알았다는데 “다른 학교에 가서도 그러면 또 퇴학당할 줄 알아”라는 말 대신 아이가 적응할 학교를 찾아준 어머니가 진정 이 책의 주인공이다. 퇴학당한 토토에게 도모에 학원 선생님들은 “넌 착한 아이야”라며 용기를 북돋워줬고 격려와 사랑 속에서 자란 작가는 유명한 방송인이 됐다.

도모에 학원은 1937년 설립해 1945년까지 운영됐다. 《창가의 토토》가 인기를 끌면서 한국뿐만 아니라 여러 나라에서 도모에 학원 같은 대안학교가 설립됐다.

도모에 학원은 왜 1945년에 문을 닫았을까. 토토가 2학년이 됐을 때 일본이 일으킨 태평양 전쟁이 아이들의 삶에까지 그림자를 드리웠다. 물자를 전쟁에 쏟아붓는 바람에 무엇이든 배급제로 바뀌었고 과자는 구경도 할 수 없었다. 토토는 캐러멜이 나오는 기계에 돈을 넣어보지만 ‘땡그랑’ 소리와 함께 동전이 도로 나올 뿐이다.

첫 번째 친구 야스아키가 죽어 장례식을 치르고 사랑하는 개 로키가 사라지는 등 토토에게 슬픈 일이 연이어 일어난다. 바이올리니스트인 아버지의 일이 줄어 생활이 점점 어려워지고 매일같이 이웃에 사는 아저씨와 오빠들이 전쟁에 끌려 나간다. 학교 일을 도맡아하던 료 아저씨도 전쟁에 나가고 도쿄 하늘에 B29가 나타나 폭탄을 퍼붓는다.

헌신적인 선생님과 칭찬

한국은 침략을 당해 힘들었다면 일본은 다른 나라를 침략하느라 국민을 희생시켰다. 능력이 부족한데도 잘못된 판단으로 세계와 대결하다 결국 원자폭탄 두 발을 맞고서야 항복하는 비극을 불러온다.

도모에 학원의 전철교실도 B29의 폭탄으로 불바다가 되고 만다. 토토는 피난열차 안에서 어른들 틈에 끼어 선생님이 자신에게 들려준 “넌 정말 착한 아이란다”는 말을 떠올린다.

《창가의 토토》가 세계인의 갈채를 받은 건 도모에 학원 선생님들이 진정으로 아이들을 사랑하는 마음이 오롯이 전해져오기 때문이다. 아이들을 규격 속에 몰아넣기보다 개성을 발휘하며 천진하게 자랄 수 있도록 해준 선생님들이 그리운 시절이다.

페이지마다 펼쳐지는 토토의 엉뚱하면서도 귀여운 행동을 대하면 마음이 저절로 환해진다. 순수와 사랑을 찾고 싶은 이들에게 일독을 권한다.

이근미 < 소설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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