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온라인 수출과 기울어진 운동장

입력 2017-07-19 19:24  

한진현 < 한국무역정보통신 사장 jinhan@ktnet.co.kr >


지난달 한·미 정상회담에서 작은 해프닝이 있었다. 정상회담 후 공동성명이 7시간이 지나서야 발표된 것. 그 원인은 바로 ‘free(자유로운)’라는 단어 하나 때문이었다. ‘free and fair trade(자유롭고 공정한 무역)’란 문구에서 ‘free’를 빼달라는 미국의 요구로 진땀 나는 상황이 연출됐다고 한다. 보호무역을 강조하는 도널드 트럼프 정부의 입장을 그대로 보여주면서 공동성명에는 결국 ‘fair trade(공정한 무역)’만 남았다.

‘공정’이란 단어는 한국에서도 주 관심사다. 흙수저와 금수저, 프랜차이즈 본사와 가맹점, 대기업과 중소기업, 유리천장 등 이른바 ‘기울어진 운동장’ 논란은 우리 시대의 어두운 아이콘이 됐다. 요즘 ‘강남스타일’만큼이나 외국에서 유명해진 한국어가 ‘갑질’이라고 한다. 발음 나는 대로 ‘gapjil’이라고 외신에 소개될 정도지만 우리에겐 슬픈 일상이 돼버려 이제 놀라운 일도 아니다.

필자는 온라인 수출기업의 관점에서 기울어진 운동장 논란과 갑질에 대해 생각해 봤다. 한 번쯤 주위에서 아마존, 이베이, 알리바바와 같은 온라인 쇼핑몰에 입점해 해외로 화장품을 판매한다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봤을 것이다. 그것도 퇴근 후 부업으로 말이다. 수출이라면 어렵다는 생각이 앞서겠지만, 이처럼 전자상거래로 누구나 무역상사가 될 수 있는 시대가 됐다. 국내외 수많은 온라인 쇼핑몰이 세계 곳곳에 퍼져 있는 자신의 디지털 영업망이다.

여기에도 기울어진 운동장이 존재한다. 온라인 쇼핑몰에 입점해 유망 한류 제품을 전 세계에 판매하는 것은 엄연한 수출인데도 수출로서 실적을 인정받지 못해 금융이나 세제상 불이익을 받고 있다. 정부가 해마다 수출기업에 주는 ‘수출의 탑’ 포상도 이들에겐 그림의 떡이다. 수출기업은 다 누릴 수 있는 혜택인데 영문도 모른 채 가짜 수출상사가 된 셈이다. 쇼핑몰은 자신들이 수출 당사자가 아니라며 나 몰라라 하고, 정부는 이를 알고도 나서지 않는 게 더 문제다. 온라인 수출기업엔 전형적인 기울어진 운동장이다.

새 정부 들어 ‘페어플레이’에 대한 국민의 기대가 그 어느 때보다 높다. 자본주의에서 기업이 이익을 극대화하려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그러기에 정부는 온라인 수출기업에도 일반 수출기업과 동등한 ‘공정한 기회의 장’을 펼쳐줄 필요가 있다. 이를 통해 중소기업과 개인 창업자가 세계 시장에서 세계를 상대로 자유롭게 한판 벌이는 즐거운 상상을 해본다.

한진현 < 한국무역정보통신 사장 jinhan@ktnet.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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