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아라의 청춘극장] 걸그룹 멤버에서 엔터社 CEO 된 24살 사장님

입력 2017-07-27 15:34   수정 2017-07-28 10:48


사상 최악의 취업난에 젊은이들이 창업으로 눈을 돌리고 있습니다. 하지만 아이템 선정부터 창업 실패에 따른 리스크까지, 넘어야 할 산이 많죠. 한경닷컴이 새롭게 선보이는 [조아라의 청춘극장]은 성공한 젊은 창업가들의 실전 스토리를 담아내는 기획인터뷰입니다. 이들의 좌충우돌 도전기가 예비창업가들에게 좋은 길라잡이가 되었으면 합니다. <편집자 주>

"연예계 경험을 살려 제가 무엇을 재밌게 할 수 있을지 고민했어요. 그러다가 스타가 낸 앨범이나 사용한 제품 등을 판매하기 시작했죠. 연예인이 쓴 물건이라니. 저부터 관심이 가더라고요. 그렇게 마케팅·광고 대행사로 사업을 시작했습니다."

지난 26일 서울 잠원동 사무실에서 만난 이해리 컴퍼니93(Kompany93) 대표(24·사진) 말투에 야무진 성격이 묻어 나왔다. 사업 5년차라고 해도 이제 갓 대학을 졸업할 나이를 감안하면 활달한 사업가 기질이 엿보였다.

그가 2014년 설립한 컴퍼니93는 TV드라마 간접광고(PPL)나 연예인 해외 활동을 돕는 등의 종합 엔터테인먼트 기업이다. 주로 마케팅, 광고 대행을 하다가 최근 연예인 매니지먼트, 드라마 제작 등으로 확장했다.

지난해 매출 8억 원을 돌파하는 등 꾸준하게 성장하고 있다. 2012년 개인사업자로 시작한 뒤 3년 전 법인으로 전환했고 지금은 직원 5명을 두고 꾸려나간다. 무한도전 '말리 커피', 드라마 오렌지 마말레이드의 '설현 가방' 등을 PPL로 히트시키면서 성과를 내고 있다.


"어머니 반대가 심했지만 원래 꿈이 가수였어요. 어릴 적 '뽀뽀뽀', '혼자서도 잘해요' 같은 어린이 프로그램에 출연하기도 했죠. 10대 중반부터 오디션을 보러다녔어요. 정말 가수가 되고 싶었거든요."

가족은 뉴질랜드로 이민을 가 있던 터라 부모 곁을 떠나 가수 준비를 해야 했다. 그는 한·일 합작으로 진행된 한 오디션 프로젝트 최종 후보에 올랐지만 데뷔로 이어지지는 못했다. 공부에 몰두하라는 어머니 뜻을 따랐지만 가수의 꿈은 버리지 못했다.

"대학가요제에 출연하기로 결심했어요. 출전 자격이 대학생 신분이니 공부하라는 어머니 뜻과도 맞았습니다. 좋아하는 과목 위주로 열심히 공부했어요. 만16세에 뉴질랜드 빅토리아대에 입학했습니다. 1학년 2학기 때 곧장 대학가요제에 도전장을 던졌죠."

대학가요제 입상에는 실패했으나 연예기획사를 찾아다닌 끝에 이 대표는 2012년 5인조 걸그룹 '마스코트'로 데뷔했다. 그러나 그룹 멤버와 소속사 간에 문제가 생겼다. 이 대표는 소속사를 나오면서 짧은 걸그룹 생활에 종지부를 찍었다.


대신 이 대표는 관심사를 살려 연예인이 사용한 제품을 해외 고객들에게 판매하는 온라인 쇼핑몰을 차렸다. 사업은 잘 됐다. 한 달에 8000여만 원을 벌었다. 하지만 혼자 제품을 주문받고 택배를 배송하는 일상이 반복됐다. 사교적인 이 대표의 성향과는 맞지 않았다. 과감히 쇼핑몰 사업을 접고 엔터테인먼트 회사를 차린 이유다.

"쇼핑몰로 돈은 벌 수 있었겠죠. 그런데 그렇게 살다가는 우울증에 걸릴 것 같더라구요. 사람을 많이 만나는 업종으로 방향을 틀었어요. 3년 전부터 제 적성에도 맞고 재미있게 할 수 있는 광고 대행 및 콘서트 기획 등 엔터테인먼트 사업을 시작했습니다."

의외로 걸그룹 경험이 큰 도움이 됐다. 작은 소속사에서 걸그룹 활동을 했기 때문에 이 대표는 동료 멤버 스케줄 예약부터 홍보까지 맡았었다. 방송국에 직접 연락해 멤버들 방송 출연을 돕고 명함까지 제작해 직접 돌렸다. 당시 별명이 자기 밥그릇 찾아먹는 '밥그릇돌'이었다고 했다.


"사람을 만나 회사를 홍보하고, 마케팅 기획을 하는 업무가 걸그룹 활동 때와 거의 비슷해요. 워낙 소속사가 작고 형편이 어려워 제가 매니저 노릇까지 했거든요.(웃음) 당시 경험이 지금 사업을 이끌어나가는 데 도움이 많이 됩니다."

밝고 긍정적인 이 대표의 성향이 엿보였다. 그는 광고·홍보 대행 업무뿐 아니라 지난해부터 연예인 매니지먼트에도 나섰다. 최근에는 드라마 제작으로 활동 분야를 넓히고 있다. 앞으로는 스스로 못다 이룬 꿈인 걸그룹도 배출해 회사를 종합 엔터테인먼트 기업으로 키우겠다는 포부다.

당분간 이 대표는 학교로 돌아갈 계획이 없다고 했다. 학창시절 가수 꿈을 버리고 공부하라고 하던 어머니도 이제는 이 대표의 든든한 응원군이 됐다.

"전 제가 좋아하는 일만 하는 스타일이에요. 틀에 박힌 삶보다는 해외 출장도 가고 새로운 사람도 만나는 지금의 '역동적인 삶'이 더 좋아요. 남의 시선 때문에 대학으로 돌아가지는 않으려 해요. 원하는 일에 도전하는 제 삶이 행복합니다."

조아라 한경닷컴 기자 rrang1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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