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문 닫고 떠나고… 투자는 누가 하나

입력 2017-08-08 18:12  

고재연 산업부 기자 yeon@hankyung.com


지난달 21일 오후 3시 경기 시흥시 정왕동에 있는 전방(옛 전남방직)의 염색 공장. 한창 공장을 가동해야 할 시간이었지만 공장 불은 꺼져 있었다. 전력 수요가 급증한다는 이유로 정부가 기업들에 전기 사용량 감축을 요구하는 ‘급전(急電) 지시’를 내렸기 때문이다.

공교롭게도 이날은 조규옥 전방 회장이 전국의 공장 여섯 곳 중 세 곳을 폐쇄하고, 근로자 600여 명을 해고하는 구조조정안을 노조 측에 전달했다는 사실이 언론 보도를 통해 알려진 날이었다. 내년도 대폭적인 최저임금 인상 결정으로 더 이상 고용을 유지할 수 없을 것이라고 판단한 조 회장이 내린 결정이었다. 현장에서 만난 전방 관계자는 “가뜩이나 회사 분위기가 가라앉아 있는데 느닷없이 급전 지시까지 떨어져 답답했다”고 토로했다.

이날 전방 공장 모습은 앞으로 시행될 최저임금 인상, 탈원전 정책의 부작용을 압축적으로 보여줬다. 폭염에도 전력 수급에는 이상이 없다는 정부 발표와 달리 올여름에만 벌써 세 차례 기업들을 대상으로 급전 지시가 떨어졌다. 기업인들 사이에서는 “전력 예비율이 10% 이하가 될 경우 탈원전 정책의 설득력이 떨어질 것으로 보고 미리 기업들의 전기 사용량을 통제하고 있다”는 불만이 터져나온다. 이런 상황에서 “5년 내 전기료 인상은 없을 것”이라는 정부 발표를 어떻게 믿겠느냐는 불안감도 적지 않다.

이런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맞물리면서 기업들의 대규모 국내 투자는 갈수록 어려워질 것 같다. 실제 이우현 OCI 사장은 지난달 26일 2분기 실적 설명회에서 국내 공장 증설 계획을 묻는 질문에 “한국에서는 증설 계획이 없다. 말레이시아로 갈 것”이라고 말했다. 태양광 전지의 소재가 되는 폴리실리콘을 생산하는 OCI는 원가의 30%가량을 전기요금으로 쓴다. 그는 “말레이시아는 전기 공급 계약이 10년간 장기로 이뤄져 변수가 거의 없는 반면 한국은 전기료 인상, 최저임금 이슈 등 원가 관리에 변수가 많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판단을 하는 기업인이 OCI에만 있는 것은 아닐 것이다. 기업들이 속속 한국을 떠나고 나면 다락같이 뛰어오른 최저임금과 산업용 전기요금은 누가 낼 것인가.

고재연 산업부 기자 ye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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