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의 잇단 '하극상' 왜?

입력 2017-08-10 20:37   수정 2017-08-11 09:35

기자회견 열어 청장 사퇴 요구, SNS에서 직속상관 비위 폭로
상관 밀쳐내며 인사 불만 항의

무분별한 '반기'에 기강 '흔들'
경찰대·특채 등 입직경로 다양…느슨한 기수 문화도 갈등 한 몫
수사권 조정 앞두고 '자중지란'

인사 평가 불만이 주 원인
고위직 인사에 정치 입김 많아 투명하고 독립된 인사제도 시급
'경찰위원회' 권한 강화 대안 거론



[ 이현진 기자 ] 경찰 지휘부가 초유의 혼란에 빠졌다. 서울중앙지검 형사3부는 이철성 경찰청장을 겨냥한 강인철 중앙경찰학교장(전 광주경찰청장)의 ‘폭로’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다. ‘검·경 수사권 조정’이라는 중대 과제를 앞둔 경찰로선 뼈아픈 내분이다. 지난 9일 박진우 경찰청 차장이 강 학교장을 불러 ‘자중’을 권했지만 때를 놓치고 말았다. ‘하극상’을 연출하며 경찰을 오합지졸로 각인시키는 어이없는 사건은 잊을 만하면 터지고 있다. 왜일까.

◆다양한 입직경로·느슨한 기수문화

이철성 경찰청장은 올 4월에도 검·경 수사권 조정 문제를 둘러싸고 황운하 당시 수사구조개혁단장과 불협화음을 냈다. 황 단장이 검찰을 향해 연일 강경발언을 쏟아내자 이 청장이 주의를 주면서 갈등이 커졌다. 황 단장은 이 청장의 지시에도 불구하고 강경 발언을 이어가 논란을 빚었다. 황 단장은 최근 울산경찰청장(치안감)으로 승진했다.

경찰 내부에서 최고 수장인 경찰청장을 직접 겨냥한 저격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10년 채수창 당시 서울 강북서장은 기자회견까지 열어 조현오 경찰청장의 사퇴를 촉구해 파장을 불렀다. 서울 양천경찰서 형사들이 벌인 ‘피의자 폭행 사건’이 조 청장의 지나친 ‘성과주의’가 부른 폐해라는 이유에서였다. 경찰청은 채 서장을 파면했다.


2015년 부산경찰청의 한 총경은 간부회의에서 직속상관이던 권기선 부산청장에게 폭언에 대한 공개사과를 요구하기도 했다. 권 청장은 “친근한 분위기에서 일하자는 취지였다”며 “욕심이 앞서 과한 발언을 했다”고 해명해야 했다. 기강 해이는 일선 경찰들의 세계에서도 잦다. 2014년에는 인사에 불만을 품은 경위가 상급자인 경감의 옷을 잡아끌며 ‘객관적인 자료를 대라’고 요구하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11만7000여 명에 달하는 큰 조직인 탓에 인적 구성이 다양한 점이 갈등의 주요 요인으로 거론된다. 입직경로만 해도 경찰대·(사시)특채·간부후보생·순경 공채·일반직 공무원 등으로 다채롭다. 사법연수원 기수문화가 확고한 검찰처럼 동질성 높은 집단이 아닌 셈이다. ‘검사동일체 원칙’이 있는 검찰과 달리 경찰은 ‘거리의 재판관’이라 불릴 정도로 재량이 많다. 기수와 상관없이 승진하는 사례도 잦다.

◆투명한 인사 이뤄져야 지휘체계 선다

무분별한 진흙탕 싸움은 경찰권 행사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제 밥그릇 챙기기 바쁜 경찰이 공정한 민생치안을 위해 노력할 것으로 기대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하극상의 출발은 대부분 인사 문제다. 강 학교장 역시 본인이 ‘문책성 인사’를 당했다고 주장한다. 한 경찰관은 “검사들은 조직에 불만이 있으면 사표를 내고 변호사 개업을 하면 되지만, 대안이 없는 경찰에게 인사는 절체절명의 문제”라고 말했다.

공정하고 투명한 인사 제도를 마련하는 것이 건강한 경찰조직을 만들기 위한 선행조건이라는 지적이다. 이를 위해 경찰 내부에서 독립된 인사가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다. 현재 고위직 인사는 경찰청이 올린 인사명단이 청와대를 거치면서 뒤바뀌는 경우가 많다. 정치권의 입김이 세 경찰청장의 지휘권이 제대로 발휘되기 어렵다는 얘기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인사의 공정성과 독립성을 보장해 계급 간 자발적 인정이 가능한 리더십과 조직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찰위원회 권한을 강화하는 방안이 대안으로 거론된다. 이윤호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총경급 이상 인사는 경찰위원회가 심의·의결하도록 권한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제안했다.

이현진 기자 appl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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