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z칼럼] 섀도보팅, 언제까지 땜질 처방만 할 것인가

입력 2017-08-17 03:11  

출석주주만으로 의결 '섀도보팅'
연말 폐지 땐 출석 미달사태 우려
주총 4분의 1 출석 요건 없애야

최준선 <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 >



섀도보팅(shadow voting·그림자 투표)의 법정 존속시한이 다가오고 있다. 주주총회에 출석한 주주의 의결 내용에 비례해 불출석한 주주도 주총에 참석해 투표한 것으로 간주해 의결정족수 성립을 인정하는 제도다. 주총결의 안건이 가결되려면 보통결의는 발행주식 총수의 4분의 1, 특별결의는 그 3분의 1에 해당하는 의결권을 가진 주주가 찬성해야 한다. 주식이 널리 분산된 대규모 상장회사에선 이 요건을 갖추는 것도 사실상 불가능한 경우가 많다. 그래서 1991년 자본시장법에 이 제도가 도입됐다.

그러다 섀도보팅을 이용해 손쉽게 정족수를 확보할 수 있으므로 기업이 소액주주를 무시하고 주총 참석을 독려하지 않으며, 총회가 점점 유명무실해지는 파행이 나타난다는 지적이 나왔다. 당국은 2015년 이 제도를 폐지하기로 했다. 다만 너무 갑작스러운 폐지는 혼란의 여지가 있으므로 전자투표 및 전자위임장 권유 시스템 정비 등을 기다려 폐지를 2년 유예했다. 그 시한이 올해 말이다. 하지만 그동안 달라진 게 아무것도 없다. 앞으로 5개월 안에 대책을 마련하지 않으면 내년엔 정족수 미달로 주총 성립이 불가능해지고, 감사(감사위원)를 선임할 수 없는 상장회사가 전체의 33% 정도일 것으로 추정된다. 또다시 폐지를 유예해야만 할 실정이다.

근본 원인은 결의 성립 요건이 현실과 맞지 않기 때문이다. 과반 출석(의사정족수)에 과반 찬성(의결정족수) 요건이 전통적인 방식이다. 동창회도 그렇고 법인 이사회도 그렇다. 그러나 동창회나 주총처럼 회원 수가 많은 경우에 이런 요건은 충족할 수 없다. 수십만 명인 대학 동창생의 과반 출석이 불가능하고, 발행주식 총수가 수천만 내지 수억 주에 달하는 상장회사에서 의결권을 가진 주주 과반이 출석할 수도 없다. 그래서 한국이 현재 시행하는 것처럼 4분의 1과 3분의 1로 각각 완화했지만, 이 정도로도 해결되지 않는 것이 문제다. 전자투표는 주주 참여율이 미미해 실효성이 없다.

많은 국가에서 그러하듯 단순히 출석 의결권의 과반수로 가결하도록 하는 것이 옳다. 이사 선임 요건인 보통결의를 본다면 의사정족수는 미국의 많은 주가 부속정관(by-law)에서 과반수보다 완화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델라웨어주 회사법도 정관에서 의결권의 3분의 1 이상으로 정하도록 해 요건이 까다롭지만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섀도보팅과 비슷한 ‘브로커 논 보트(Broker Non-Votes)’ 제도를 운영해 보완하고 있다. 일본도 정관을 변경해 정족수 요건을 폐지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영국은 2명 이상만 출석하면 총회가 성립하며 단순 다수결로 결정하고, 프랑스는 5분의 1까지 완화할 수 있다. 독일, 스위스, 중국, 스웨덴, 네덜란드도 의사정족수 요건은 없고 투표한 의결권의 단순 다수결로 결의한다.

전통적 결의 제도의 문제는 출석하지 않는 자의 의사를 지나치게 왜곡 해석한다는 것이다. 총회에 불참한 주주는 기권으로 봐야 한다. 그런데 실제로는 안건에 반대한 것과 같이 취급된다. 출석의 가치나 적극적인 의사표시의 가치는 무시되는 반면 불출석자의 의사는 과대평가된다. 출석하지 않은 주주 때문에 적극적으로 출석하고 의결권을 행사한 주주의 의사가 무시당하는 것이 정의라 할 수는 없다. 법률이 정한 소집통지 절차를 완수하고 연중 가장 중요한 행사를 성의껏 준비했는데도 오지 않는 주주를 더 어떻게 해야 한다는 말인가. 발행주식 총수 요건을 폐지하고 출석한 의결권의 과반수로 가결되도록 조속히 상법을 개정해야 한다.

최준선 <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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