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전경련이 존재하는 이유

입력 2017-08-21 19:09  

고재연 산업부 기자 yeon@hankyung.com


[ 고재연 기자 ] “혁신의 첫걸음이 이름을 바꾸는 일인데 5개월째 발도 떼지 못하고 있습니다.”

전국경제인연합회 관계자는 21일 “여전히 정부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지난 3월 발표된 전경련 혁신안 중 하나는 50년간 지켜온 ‘간판’을 바꾸는 일이었다. 당시 발표한 새 이름은 ‘한국기업연합회’다. ‘경제인’ 대신 ‘기업’의 연합회가 되겠다는 의지를 담았다.

변신은 현재 진행형이다. 전경련의 싱크탱크 기능을 강화하기 위해 한국경제연구원과 연구 조직을 통합했다. 사회 문제에 대한 논의를 강화하기 위해 ‘사회이동성에 대한 진단과 대안 모색: 흙수저는 금수저가 될 수 없는가’라는 강의를 하기도 했다.

하지만 전경련의 명목상 변신은 쉽게 이뤄지지 않고 있다. 1961년 설립된 전경련은 사단법인이다. 이름을 바꾸려면 산업통상자원부로부터 정관변경 승인을 받아야 한다. 지난 4월 신청하려 했지만 산업부가 정권 교체기에 부담스럽다는 반응을 보였다는 전언이다. 지금은 오히려 전경련이 승인 신청을 미루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10월 국정감사를 앞두고 여당으로부터 “전경련을 해체하라”는 압박을 받을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과거 전경련은 대기업들의 자금을 모으는 창구 역할을 했다는 비난을 받았다. 하지만 서민들의 고금리 대출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1조원 규모 기부금으로 미소금융재단을 설립하고, 워킹맘 고충을 해결하기 위해 전국에 101개 어린이집을 지어 지방자치단체에 기부한 것도 전경련이었다. 평창 동계올림픽 후원도 예전 같았으면 전경련이 팔을 걷어붙이고 나설 일이었다. 경제 5단체 가운데 미국과 일본 재계와의 네트워크가 가장 탄탄하다는 평가도 받고 있다.

지금이라도 전경련이 고유의 역할을 할 수 있도록 길을 터줘야 한다. 명칭을 바꾸는 것도 허용해 줘야 한다. 이도 저도 여의치 않다면 전경련은 현 상태에서 자신의 역할을 찾아야 한다. 돌이켜 보면 과거 전경련이 여론이나 국민적 지지를 업고 활동했던 것도 아니다.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 이 가치를 지키는 데 조직의 목숨을 걸어야 한다. 법인명 변경 문제는 하나도 중요하지 않다.

고재연 산업부 기자 ye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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