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창] 아시아 외환위기 20년, IMF가 달라졌다

입력 2017-08-28 18:41  

획일적 처방 탓 경제고통 키웠던 IMF
재정긴축 등 정책처방서 변화흐름 감지

최희남 < IMF 상임이사 >



올해는 1997년 7월 태국 바트화 급락으로 시작된 아시아 외환위기 20주년을 맞은 해다. 그해 여름 태국에서 촉발된 충격파는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필리핀을 거쳐 결국 우리나라도 국제통화기금(IMF)에 구제금융을 요청하기에 이르렀다.

1990년대 아시아는 세계경제 성장의 견인차였다. 1996년 한 해 동안 아시아로 1000억달러 규모의 외국인 자금이 유입돼 전체 개발도상국 자금 유입의 절반 정도를 차지했다. 이렇게 잘나가던 아시아 신흥국들이 위기를 겪게 된 원인은 여러 가지로 설명됐다. 외국인 자금 유입으로 경기가 과열됐고 환율은 페그(기축통화에 연동되는 환율)제를 유지하는 등 거시경제 운영을 잘못했다. 외채가 누적됐고, 금융회사와 기업들은 위험관리보다는 수익 극대화를 위해 지나치게 차입해 투자자의 신뢰를 상실했다. 투기세력의 공격적인 투기 거래도 위기를 증폭시켰다.

IMF는 막대한 자금 지원과 함께 구조개혁, 금리 인상, 재정 긴축을 요구하는 가혹한 조건을 부과했다. 부실기업과 금융회사를 신속히 정리하고 금융감독과 규제를 강화토록 했다. 환율 안정을 위해 실질금리를 20% 수준으로 인상했고 변동환율제로 전환하도록 요구했다. 재정 운용도 부실 금융회사의 자본 확충을 위한 재원 소요와 복지 지출 재정을 확보하기 위해 긴축 재정을 강요했다. 결국 1998년 한국은 7%, 태국은 6%, 인도네시아는 14%나 경제가 추락하는 경기 침체를 겪어야 했다. 이런 정책 처방은 많은 학자와 정책담당자에게 비판받았다. 국가 상황에 따라 대응이 달라야 함에도 불구하고 위기의 근본적인 원인 해결보다는 나타나는 증세에 대한 획일적인 응급 처방에 급급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아시아 외환위기 10년 후 미국과 유럽에서도 위기를 겪게 되면서 IMF는 위기 대응 재점검을 통해 접근 방식을 바꾸기 시작했다. 위기 국가들이 경제정책 실패와 이를 바로잡기 위한 가혹한 지원 조건이라는 낙인(stigma)으로 IMF 지원 요청을 꺼렸기 때문이다. 위기 발생 후에 문제를 해결하는 소방수 역할에서 사전에 위기를 예방할 수 있도록 정책자문과 신축적으로 자금 지원을 약속하는 새로운 대출제도를 도입했다. 다른 지원 방안을 모색하다가 위기가 심각해지고 다른 국가로 파급되는 상황을 막기 위한 노력이다. 정책 처방에서도 변화의 노력이 감지된다. IMF가 금과옥조처럼 강조하던 재정 건전성과 자본 이동의 자유화에 대한 입장이 변했다. 기존 처방에 의한 소득 불균형이 초래하는 비용이 경제성장의 혜택보다 커졌기 때문이다.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서는 불균형 해소가 불가피해졌다는 인식이 커졌기 때문이다.

국가채무를 축소하고 신뢰할 수 있는 중기 재정운영 체제를 운용하는 것은 미래에 올지 모르는 경제 충격에 대비하기 위해 필요하다. 그러나 재정 긴축으로 성장률이 떨어지고 실업률이 높아질 수 있으므로 재정 여력이 충분하다면 이를 경기 회복에 활용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인식이다. 자본 이동의 자유화와 관련해서는 일방적인 자본 통제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에서 벗어나 자본 거래의 급격한 유출입이 가져오는 문제점을 인식했다. 금융시장 상황에 따라서 일정 조건 아래에서 자본 유출입을 제한할 수도 있다는 IMF의 공식 입장을 확립했다. 최근에는 금융시장 위험을 완화하기 위한 거시건전성 조치는 급격한 자본 이동으로 인한 충격에 대한 회복력을 강화할 수 있는 필요한 정책수단으로 인정했다.

이런 IMF의 변화는 기존 정책 도그마에서 벗어나 새로운 경제 여건 변화를 반영한 최선의 처방을 내리려는 노력으로 이해된다. 이런 변신은 무죄이며 더 적극적으로 권장해야 할 것이다. 계절 변화와 관계없이 철이 지난 외투를 입고 있을 수는 없지 않은가.

최희남 < IMF 상임이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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