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lumn of the week] '지하디스트' 파키스탄의 위험성

입력 2017-08-31 17:36   수정 2017-08-31 17:54

미국 행정부가 압박강도 높이면 파키스탄이 보유한 핵무기 급진주의자들 손에 넘어갈 수도
파키스탄의 핵무기 보유에 중국이 자금과 기술 지원
트럼프 정부는 뒤늦게라도 중국이 '책임있는 행동' 하게해야



아프가니스탄 전쟁은 파키스탄에서 승리나 패배가 결정될 것이 거의 확실하다. 아프가니스탄에 미군을 추가로 파병하겠다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지난주 발표는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의 정책으로부터 전술적 변화가 생겼음을 보여준다. 그러나 궁극적인 목표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더욱 중요한 것은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이 약속한, 아직 개발 단계인 ‘남아시아 정책’이다.

이는 파키스탄을 어떻게 다룰 것인가를 의미한다. 파키스탄은 탈레반, 하카니 네트워크, 굴부딘 헤크마트야르, 이슬람국가(IS), 알카에다 등 테러집단에 은신처는 물론 자금과 무기를 지원해 번창하게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것을 중단해야 한다고 당연히 말한다. 그리고 파키스탄의 숙적인 인도에 아프가니스탄에 대한 경제적 지원을 늘릴 것을 촉구하고 있다.

그러나 그리 간단한 일이 아니다. 부시와 오바마 행정부 역시 파키스탄의 테러리스트 지원을 비판했지만 효과는 없었다. 파키스탄에 너무 많은 압력을 가하는 것은 이미 불안한 상태인 그 나라를 더욱 불안정하게 만들고, 하루가 지나면 더욱 강해지는 급진 이슬람주의자들의 손에 그 나라를 맡기게 될 위험이 있다.

미 국무부의 지역 전문가였던 피터 톰슨은 파키스탄을 방화범과 소방관으로 구성된 유일한 정부로 묘사했다. 파키스탄은 1947년 영국령 인도로부터 독립한 후 붕괴 위험에서 허덕였다. 민간 정부는 부패하거나, 무능하거나, 또는 둘 다였다. 지난달 나와즈 샤리프 총리는 부패 혐의로 대법원에 의해 파면됐다. 사법부의 과도한 정치화를 보여주는 것으로 헌법체제를 더욱 약화시키고 있다.

파키스탄의 군 역시 같은 문제를 갖고 있다. 파키스탄 군은 프로이센에 대한 옛 발언을 떠올리게 한다. ‘다른 나라는 군대를 가지고 있는 반면 파키스탄 군대는 국가를 가지고 있다.’ 이슬람주의자들이 정보기관을 통제하고 전투병과의 요직에 진출하면서 파키스탄 군 역시 점차 급진적으로 변해가고 있다.

이처럼 불안정한 환경에서 미국에 의한 노골적인 압박은 역효과를 낼 수 있다. 탈레반 등 테러리스트들이 주도권을 다시 잡는 것을 막기 위해 미국이 아프간에 개입해야 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파키스탄이 급진 이슬람주의자들의 지배하에 놓이지 않게 하는 것도 필요하다. 공공연하게 미국의 지배라는 얘기를 함으로써 부주의하게 그들의 힘을 강화할 위험이 있다. 이 같은 실책은 미국이 아프간의 테러리스트들과 전쟁을 벌이는 와중에 파키스탄의 급진주의자들이 권력을 장악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파키스탄이 20년 가까운 핵 보유국이라는 점도 기억해야 한다. 가장 큰 위협은 100여 개의 핵무기가 급진주의자들 손에 넘어갈 수 있다는 것이다. 미국은 이란이나 북한의 몇 배에 달하는 핵 위협에 즉각적으로 직면할 것이다.

만약 미국이 파키스탄에 국경 내 테러리스트들에 맞서 단호하게 행동할 것을 강요하는 압박을 했다면 그런 일은 오래전에 일어났을지도 모른다. 남아시아 정책에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필요한 것은 중국이라는 요소다. 현재의 전략적 위험을 야기한 불법 행위에 대해 중국에 책임을 묻는 것이다.

중국은 파키스탄과 북한이 핵무기 및 탄도미사일을 보유하게 된 데 주요한 책임이 있다. 중국은 전략적 이유로 두 나라에 자금과 기술을 지원했다. 파키스탄의 힘을 키우는 것은 남아시아에서 중국의 가장 큰 위협인 인도에 대한 대비책이었다. 북한을 지원한 것은 미국과 미국의 아시아 동맹국들에 대항하기 위해서였다.

두 경우 모두 중국은 핵무기 확산 위험을 무시했고, 핵확산금지조약(NPT)상의 의무를 위반했다. 중국의 노골적인 세계무역기구(WTO) 협정 위반은 이에 비하면 사소한 일이다. 중국은 파키스탄이 카슈미르에 있는 이슬람 테러리스트를 육성하고 지원함으로써 인도의 지배를 위협하고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그러나 중국은 이를 막기 위해 아무것도 하지 않았고, 간접적으로 인도와 파키스탄의 긴장관계를 유지시켰다.

중국은 또한 파키스탄을 대규모 운송 기반시설과 ‘일대일로(一帶一路: 해상과 육상 실크로드)’ 프로젝트의 상당한 수혜자로 만들었다. 중국은 파키스탄을 현대판 ‘공영권’으로 단단히 묶을 계획이다.

늦기는 했지만 중국에 책임을 추궁하는 것이 미국 정책의 핵심이 돼야 한다. 미국은 중국이 파키스탄에 테러리스트들과의 관계를 끊고, 은신처를 폐쇄하라고 촉구하도록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런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영향력을 발휘하지 않을 경우 중국이 심각한 결과에 직면할 수 있다는 점을 분명히 해야 한다. 또한 미국은 이것이 신장위구르 지역에서 테러리스트의 증가를 막아 중국에 이익이 된다고 지적할 수 있다.

중국이 진정으로 국제 문제에 ‘책임 있는 이해관계자’가 되고자 한다면 단순히 통화 및 무역 문제를 떠나 시험대에 올라야 한다. 국제 테러와 핵 확산에 맞서는 것은 결단과 행동을 필요로 한다.

‘화평굴기(和平起: 평화롭게 우뚝 선다)’ 외교를 강조하는 중국은 아프가니스탄과 파키스탄에서 그 선의가 위태로운 상태에 놓였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만약 이런 자부심의 증거가 나타나지 않는다면, 미국은 적절한 결론을 내릴 자격이 있다.

THE WALL STREET JOURNAL·한경 독점제휴

원제=The Danger of a Jihadist Pakistan

정리=양준영 기자 tetrius@hankyung.com

존 볼튼 미국기업연구소(AEI) 선임 연구원·전 유엔 주재 미국 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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