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의 향기] 남태평양의 보물섬 사모아…때묻지 않은 순수를 만나다

입력 2017-09-03 12:44  

세계에서 가장 빨리 해가 뜨는 나라…그 매력에 푹~ 빠지는 시간 '단 5분'

남태평양을 품은 신비의 섬 '사모아' 신이 선물한 풍경화
남태평양 품은 천연 수영장 '토수아'
아름다운 7대 해변 '랄로마누'
수려한 장관 '파파파파이타이 폭포'
기둥만 있고 벽이 없는 전통가옥 '팔레'

성대한 테우일라 페스티벌
나라 전체가 '울긋불긋 꽃대궐' 변신
하이라이트는 미스 사모아 선발대회
최고 춤꾼 뽑는 경연대회도 볼만

롱스테이족의 천국
도로사정 좋고 물가는 저렴한 편
하루 30달러면 숙식해결 가능
'보물섬' 저자 루이스 스티븐슨 생의 마지막 6년 보내기도

9~10월 축제의 계절…춤 추고 노래 부르고 '황홀한 힐링'




사모아의 매력에 빠지는 데 걸리는 시간은 단 5분이면 충분하다. 팔레올로(Faleolo) 공항을 빠져나와 시내로 달리다 보면 소소한 마을의 풍경이 눈에 들어온다. 감탄을 불러일으키는 풍경이 아닌데도 한눈에 반한 여인을 만난 듯 가슴이 뛰기 시작한다. 사모아의 본 섬인 우폴루는 1953년 제작된 영화 ‘리턴 투 파라다이스(Return to Paradise)’의 배경이 된 곳이다. ‘달과 6펜스’의 소설가 서머싯 몸은 사모아에서 영감을 받아 단편소설 ‘레드’를 썼다. 심각한 폐병을 앓았던 ‘지킬 앤드 하이드’ ‘보물섬’의 저자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은 생의 마지막 6년을 사모아에서 보냈다. 때묻지 않은 자연이 주는 매력과 순수한 사람들이 스티븐슨에게 소설적인 영감을 주었는지도 모른다.

원시 그대로의 해변과 순박한 사람들이 사는 남태평양의 파라다이스 사모아로 늦은 휴가를 떠나보면 어떨까?

‘죽기 전에 가봐야 할 곳’ 토수아


사모아의 가장 큰 섬인 우폴루섬 남쪽 해안의 로토팡아(Lotofaga) 마을의 토수아 오션 트렌치(To Sua Ocean Trench)는 어떤 이들에게는 사모아를 찾게 되는 동기이자 이유 그 자체이기도 하다. CNN 등 글로벌 매체들이 ‘죽기 전에 꼭 가봐야 할 곳’ 중 하나로 손꼽는 토수아는 화산활동으로 형성된 해구로 남태평양에서 가장 큰 ‘천연 수영장’으로 불린다. 호수처럼 보이지만, 바닷물이 오가는 길이기 때문에 물이 차고 갑자기 수면이 높아지기도 해 수영을 잘하는 사람도 방심할 수 없는 곳이다.

토수아에서 차로 10분 거리에 있는 랄로마누(Lalomanu) 해변은 ‘론리플래닛’이 선정한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7대 해변’ 가운데 하나로 설탕 같은 하얀 모래와 시원하게 탁 트인 해변 그 자체로 그림이 되는 사모아의 가장 유명한 명소 중 하나다.

그 외에도 파파파파이타이(Papapapaitai) 폭포, 통잉통잉아(Togitogiga) 폭포, 피울라(Piula) 동굴을 비롯해 남태평양에서 가장 큰 용암지대인 살레아울라(Sale’aula) 등은 자유여행자, 단체여행자 모두에게 사랑받는 여행지다. 파파파파이타이 폭포 같은 수려한 장관을 산 한 자락 오르지 않고도 볼 수 있어서 민망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세계 최대 여행안내서 출판사인 ‘론리플래닛’이 2015년 ‘남태평양에서 가장 저렴하게 여행할 수 있는 나라’로 사모아를 꼽았다. 사모아 전통가옥인 ‘팔레’에 묵으며 시내나 마을에서 음식을 사 먹고 대중교통수단을 이용한다면 하루에 30달러로 충분히 여행할 수 있어서 주머니가 가벼운 배낭여행객에게 특히 인기가 좋다.

우리나라 정자와 비슷한 전통가옥 팔레

사모아는 우리나라와 비슷한 점이 많다. 분단국가다. 동사모아라 불리는 미국령 사모아와 독립령인 서사모아로 나뉘어 있다. 서사모아는 1918년까지는 영국과 독일 제국이 함께 지배했으나, 독일이 제1차 세계대전에서 패전한 이후 뉴질랜드의 지배를 받았고, 1962년 1월1일에 독립했다. 1997년에는 공식적인 국호를 서사모아(Western Samoa)에서 사모아(Samoa)로 바꿨다. 그러나 동쪽에 접하는 미국령 사모아와의 구별을 위해 여전히 서사모아라고도 불린다.

6·25전쟁 당시 맥아더 장군이 파견한 월튼 워커 중장은 전쟁으로 대한민국이 패망하면 이승만 등 대한민국의 주요 인사들을 미국령 사모아로 피난시켜 망명 정부를 구성하려는 계획을 세웠다. 물론 1953년 정전협정 체결로 전면 무산됐지만 말이다. 이후에도 한국과 사모아 사이의 교류가 꾸준히 있었다.

원양어선 기지였던 사모아에 한때 무려 3000명이 넘는 한국인이 살았다. 지금은 300명 정도가 미국령 사모아에 살고 있다. 반면 서사모아에는 단 한 명의 한국인(이주자)도 살지 않는다. 정확히 말하면 0.5명이 산다. 변호사이자 주사모아 총영사인 제리 브런트(Jerry Brunt)의 아버지가 한국인이기 때문이다.

사모아의 마을은 대부분 몇 가족이 몰려 사는 집성촌으로, 한 가구당 최소 4채의 팔레(fale)를 가지고 있다. 팔레는 사모아의 전통가옥 양식으로 기둥을 세우고 지붕을 얹으면 완공되는 신기한 건물이다. 우리나라 정자와 모양이 비슷하다. 마을 사람들이 집에서 키우고 만든 물건들을 내다 파는 풍알레이(Fugalei) 같은 재래시장도 여럿 있지만, 아피아 중심가에 가면 우리나라 대형마트보다 더 시설이 좋은 마트가 세 개나 있다.

재미있는 사실은 한국인 이주자가 한 명도 살지 않는 사모아에 한국산 물건이 무척 많다는 것이다. 공항에는 새우깡, 알새우칩 같은 한국산 과자가 쉽게 눈에 띈다. 컵라면은 한국산이 가장 많고 심지어 삼양라면이 그려진 벽화도 있을 정도다.

소스도 고추장, 된장 등 종류별로 다 있어서 여기가 한국인가 착각이 들 정도다. 짐작했겠지만, 한국인이 많이 사는 미국령 사모아에서 넘어온 물건들이다.

가장 게을러도 좋은 곳에서 가장 부지런해야 하는 곳으로


사모아는 날짜변경선을 두 번이나 점프한 나라다. 2011년 12월29일 목요일, 사모아는 주요 교역 국가인 호주, 뉴질랜드, 아시아와의 시간대를 맞추기 위해 사모아 역사의 하루를 지우기로 결정한다. 29일 한숨 자고 일어난 19만 명의 사모아 사람들과 1500명의 토켈라우(사모아 인근 섬) 주민들은 30일을 건너뛰고 31일 토요일 아침을 맞게 된다. 30일이 생일인 사람들은 미리 생일파티를 했고, 노동자들은 금요일에 일을 안 했지만 국가 보조로 임금에서 하루 치 수당을 제하지 않고 그대로 받을 수 있었다. 이 사건으로 가장 가까운 미국령 사모아와 시차가 24시간이나 벌어지게 된다. 두 섬 사이의 직선거리는 164㎞, 비행시간으로 따지면 고작 18분이지만, 시차는 무려 24시간이 난다.

미국과의 교역량이 더 많았던 1800년대에는 서사모아도 동사모아와 같은 시간대였다. 1892년 미국의 무역상들이 사모아 정부를 설득해 미국과 같은 시간대로 들어오게 한 것이다. 처음으로 날짜변경선을 이사한 날이 미국 독립기념일이었기 때문에 7월4일에 기념식 행사도 두 번 치렀다. 하지만 2011년 서사모아가 시간대를 호주, 뉴질랜드와 맞추는 바람에 같은 인종에 같은 언어를 사용하는 동사모아와 시차 문제로 ‘분단’을 맞게 된다.

이 결정으로 가장 늦게 해가 지는 나라였던 사모아는 순식간에 세상에서 가장 먼저 해가 뜨는 나라가 된다. 아무리 가상의 선이라 해도, 물리적으로 시차가 하루나 생기는 바람에 사모아 사람들은 생활에 큰 변화를 맞게 된다. 예를 들어 날짜변경선 이동 전, 사모아를 이루는 10개의 섬 중 가장 큰 섬인 사바이(Savaii) 섬의 물리누 곶(Cape Mulinu’u)은 한 해의 마지막 날에 지는 해를 보기 위해 사람들이 몰려들던 명소였다. 한때 사바이 사람들은 “서두르지 말아요, 오늘은 어제니까요(We’re so relaxed, it’s yesterday)”라는 말을 사바이 섬의 슬로건으로 삼고 여유를 부리며 살아왔다. 이제는 입장이 완전히 바뀌었다. 사모아의 역사에 하루가 사라지면서 가장 게을러도 좋은 곳에서 가장 부지런히 움직여야 하는 곳이 돼버린 것이다.

화려하고 성대한 테우일라 축제 백미

사모아는 9월 초부터 10월 말까지 나라 전체가 온통 축제로 들썩인다. 행사 몇 개를 치르는 수준이 아니다. 두 달 내내 쉼 없이 춤을 추고 노래를 불러야 할지도 모른다. 3일부터 1주일간 사모아에서 가장 성대하고 화려한 ‘테우일라(Teuila)’ 축제가 열린다. 테우일라는 사모아의 국화로 붉은 꽃 생강이다. 끝이 뾰족하고 긴 타원형 잎이 어긋나거나 마주나며 가장자리가 안쪽으로 약간 말려 있다. 가뜩이나 꽃과 나무가 무성해 ‘울긋불긋 꽃대궐’이라 불리는 사모아 전역에 테우일라의 진분홍색이 더해져 화려한 색채가 극에 달한다.

테우일라 축제는 사모아의 다양한 면모를 가장 푸짐하게 볼 수 있는 기회다. 사모아 최고의 지성과 미모, 춤 실력을 가진 여성을 뽑는 미스 사모아 선발대회가 단연 하이라이트다. 화산 섬인 사모아의 전통조리 방식으로 어른 허벅지 깊이만큼 땅을 파서 지열로 음식을 조리하는 우무(Umu)를 만드는 모습도 볼 수 있다. 사모아의 신선하고 다양한 먹거리를 맛볼 수 있는 음식 장터에서 든든히 배를 채우고, 흰색 치마정장을 입은 사모아 경찰들이 국기를 들고 절도 있게 시내를 행진하는 퍼레이드를 감상한다. 사모아 최고 춤꾼의 자리를 놓고 겨루는 시바 아피(Siva Afi )경연대회도 볼만하다. 우아하고 여성스러운 전통춤인 시바(Siva)와 현란한 불춤인 피아피아(FiaFia)의 내로라하는 실력자들이 한자리에 모인다.

선선한 오후에는 사모아를 배경으로 한 영화인 ‘리턴 투 파라다이스’를 비롯한 무료 영화 관람을 하며 잠깐 쉬어간다. ‘항해하는 민족’ 모아나(Moana)의 정신을 기리는 카누대회인 알로 팡오팡오(Alo Pagopago)도 이 기간에 열린다. 이 밖에 크리켓, 럭비, 배구 등 다양한 스포츠 경연대회도 틈틈이 열려 1주일이 정신없이 지나간다. 이 기간을 놓쳤다 해도 10월 말까지 흥겨운 축제가 이어진다. 정확히 말해 1월까지도 사모아의 축제 분위기는 이어진다. ‘날짜변경선’ 이동 때문에 벌어지게 된 사건, 사모아에만 존재하는 두 번의 ‘새 해’ 때문이다.

여행정보

사모아를 한 번에 갈 수 있는 방법은 없다. 사모아로 가려면 대한항공 직항을 이용해 피지까지 가서 피지에서 비행기를 갈아타고 사모아로 가면 된다. 인천에서 피지까지는 9시간40분, 피지에서 사모아까지는 1140㎞로 약 1시간20분 걸린다. 사모아의 화폐 단위는 탈라(Tala)다. 1탈라는 약 456원이다. 대한민국 여권 소지자는 관광 목적으로 60일간 체류할 수 있다. 사모아는 적도와 가까워 연중 날씨가 따뜻하고 나무와 꽃이 울창하다. 사모아로 ‘시간여행’을 떠나기 가장 좋은 시기는 아무래도 세계에서 가장 처음으로 새해를 맞을 수 있는 12월 말이나 생일, 결혼식 같은 중요한 기념일, 그리고 사모아 전역이 축제로 들썩이는 9~10월이다. 사모아의 전통문화를 여행자들이 직접 체험하고 관람할 수 있도록 관광청에서 사모아 문화마을(Samoa Cultural Village)을 무료로 운영한다. 4월부터 10월까지는 화·수·목요일 10시30분, 11월부터 3월까지는 목요일 10시30분부터 약 1시간30분 동안 진행되는 전문가가 인솔하는 투어에 참여할 수 있다. 참가비는 무료며 따로 예약할 필요는 없다.

사모아=글·사진 박재아 사모아관광청 한국지사장 samoatravelkorea@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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