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 유랑하며 관람하는 첫 '제주비엔날레' 개막

입력 2017-09-03 17:37   수정 2017-09-04 16:54

오는 12월3일까지…15개국 70개팀 참가


[ 양병훈 기자 ] 제주국제공항에서 자동차를 타고 남서쪽으로 1시간여 달리다 보면 폐(廢)격납고 수십 개가 봉분처럼 솟아 있는 넓은 들판이 나온다. 1930년대 일본이 군사기지로 쓰기 위해 조성한 알뜨르비행장(서귀포시 대정읍)이다. 당시 이 비행장에서 출격한 비행기가 중·일전쟁과 태평양전쟁에 참전했다. ‘가미카제’로 불린 일본군 자살특공대의 훈련도 이곳에서 했다. 인근 섯알오름은 제주 4·3사건 때 수많은 양민이 학살된 곳이다. 그랬던 알뜨르비행장이 평화를 염원하는 예술 공간으로 변신했다.

강문석 박경훈 작가는 이곳의 격납고 안에 비행기 모양의 철골 구조물을 세웠다. 옥정호 작가는 그 입구에 무지개색 진지를 쌓았다. 진지는 본래 자신의 모습을 숨기기 위한 것인데 여기에 알록달록 색을 칠해 평화의 의미를 담았다. 전종철 작가는 또 다른 격납고 안을 화단으로 조성한 뒤 의자를 놓았다. 관객이 격납고 안에 ‘평화롭게’ 앉아 밖을 내다보며 쉬라는 취지다.

제주도가 주최하는 첫 국제 미술전시회 ‘2017 제주비엔날레’가 지난 2일 개막했다. 알뜨르비행장은 제주비엔날레의 전시 장소 가운데 하나로 이번에 새로 꾸며졌다. 비엔날레 참여 작가들은 이곳의 격납고 8개를 설치작품으로 개조했다. 인근 들판에선 최평곤 작가가 대나무를 엮어 만든 9m 높이의 대형 조형물 ‘파랑새’, 창으로 정면을 겨누는 남자의 모습을 통해 솟구치는 힘을 표현한 구본주 작가의 ‘갑오농민전쟁’ 등도 볼 수 있다.

이번 비엔날레의 전시 장소는 모두 다섯 곳이다. 알뜨르비행장, 제주도립미술관, 저지리예술인마을 일대(제주현대미술관 포함), 제주시 원도심, 서귀포시 원도심 등이다. ‘투어리즘(tourism)’을 주제로 15개국에서 온 70개 팀이 작품을 전시했다. 각 전시장소 간 거리가 수십 ㎞씩 떨어져 있어 제주도는 이들 장소를 오가는 셔틀버스를 무료로 운영한다. 제주 곳곳을 여행하듯 돌아다니며 예술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미술관 두 곳만 입장료가 있고 나머지는 무료다.

제주도립미술관에서는 비교적 최근의 사회상을 반영한 작품을 다수 볼 수 있다. 이원호 작가의 영상 작품 ‘자유롭지 못한 것들을 위한’이 그런 사례다. 이 작가는 300만원을 들고 제주도에서 땅을 사러 다닌 자신의 모습을 영상에 담았다. 최근 땅값이 크게 오른 터라 ‘고작 300만원’으로 땅을 구하려는 이 작가의 시도는 두 달 동안 표류한다. 이를 통해 관광산업이 제주도민의 삶을 어떻게 바꿨는지 엿볼 수 있다.

제주도립미술관에서 1일 열린 개막식에는 원희룡 제주지사, 김준기 제주도립미술관장, 홍보대사로 위촉된 가수 보아 등이 참석했다. 원 지사는 “알뜨르비행장은 국방부가 관리하는 땅인데 당초 3개월 뒤 전시작품을 철거해야 한다는 의견이었지만 3년으로 기간을 늘려줬다”며 “이곳을 다크투어리즘(잔혹한 참상이 벌어진 역사적 장소나 재난재해 현장을 돌아보는 여행)의 성지로 조성하겠다”고 말했다. 전시는 오는 12월3일까지다.

제주=양병훈 기자 h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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