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인터뷰] 미국 경제사절단 이끌고 방한 유미 호건 메릴랜드 주지사 부인

입력 2017-09-03 18:52  

"딸 셋 혼자 키우면서도 꿈 포기한 적 없어…한·미 가교역할 다할 것"

주지사 남편 대신 '퍼스트레이디 외교' 펼쳐
바이오기업·자동차부품회사 투자협력 '보따리'
주정부 차원에서 한국과 경제협력 강화할 것

세 딸 키우던 시절 노총각 주지사와 만나
캐셔 일하면서 '화가의 꿈' 잊은적 없어
분열된 한·미 정치권…다양성 가치 필요해



[ 허란 기자 ]
미국 역사상 최초로 한인 ‘주지사 퍼스트레이디’가 된 유미 호건(한국명 김유미) 여사(57·사진)가 경제사절단 9명을 이끌고 한국을 방문했다. 3일 서울 반포동 JW메리어트호텔에서 만난 호건 여사는 작은 체구에도 강단 있는 카리스마가 느껴졌다. 남편인 래리 호건 미국 메릴랜드 주지사를 대신해 경제사절단을 진두지휘하는 모습이 하나도 어색하지 않을 정도였다. 그는 오는 9일까지 문재인 대통령 부인 김정숙 여사 및 이낙연 국무총리 접견부터 50개 기업 경영진을 만나며 전방위적인 ‘퍼스트레이디 외교’를 펼칠 예정이다. ‘한국의 사위’임을 자랑으로 여기는 호건 주지사는 2014년 말 민주당 텃밭인 메릴랜드주에서 공화당 소속 주지사로 당선되면서 단숨에 ‘스타’ 정치인으로 부상했다. 내년 11월 재선에 성공하면 공화당 내 유력 대통령 후보로 자리 잡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호건 여사는 정치인 남편을 내조하는 역할을 뛰어넘어 한·미 관계 증진의 가교 역할을 하겠다는 의지가 확고하다. 포기를 모르는 그의 강인함에는 싱글맘으로 딸 셋을 혼자 키워낸 한국 어머니의 저력이 숨어 있다.

▷어떻게 퍼스트레이디가 경제사절단을 이끌고 왔는지요.

“대한민국의 딸로서 한국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다하고 싶어요. 제가 한국어 영어 다 하니까 남편보다 (한·미 관계 증진을 위해) 더 잘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2015년 남편과 함께 방문했을 때 투자협력 관련 얘기만 오갔는데 이번엔 약속을 지키려고 왔습니다.”

▷구체적으로 어떤 선물을 가지고 왔습니까.

“굴지의 바이오기업의 메릴랜드 진출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자동차 부품 제조공장 설립과 관련해 가시적인 성과가 나올 예정이에요. 특히 볼티모어공항에 아시아나항공 노선 취항을 협의하고 있는데 반드시 성사시키고 싶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폐기에 무게를 두고 있습니다.

“미국은 주마다 법이 있습니다. 연방정부가 폐기해도 우리 메릴랜드주는 계속 전진하고 (한국과의 무역을) 강화할 것입니다. FTA를 끊으면 한국도 미국도 힘들어집니다. 한국 기업들이 메릴랜드에 와서 이익을 많이 내 서로 좋아지면 좋겠습니다.”

▷2015년 주지사 부부의 한국 방문 당시 우리 정부가 외교적 결례를 범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번엔 순조로웠는지요.

“당시 아시아 첫 방문국으로 한국을 선택했는데 청와대가 홀대했다며 언론이 문제 삼은 것을 들었어요. 안타까움은 있었지만 고국이니깐 이해했죠. 지난 워싱턴DC 동포간담회에서 문재인 대통령 부부와 인사를 나눈 것을 계기로 김정숙 여사가 4일 청와대로 초청해준 것을 감사히 생각합니다.”

▷미국 정치권에선 “호건 여사가 없었다면 호건 주지사의 당선도 어려웠다”라는 얘기가 있습니다.

“메릴랜드주가 한국의 호남지역처럼 전통적인 민주당 텃밭이에요. 50년 동안 공화당 주지사가 한 명 나온 곳이죠. 그런 곳에서 공화당 소속 후보가 선거에 나갔으니 모두 불가능하다고 했어요. 하지만 저는 남편한테 ‘안 된다고 생각하지 말고 끝까지 하라’고 얘기했어요. 사람들은 한두 번 해보고 포기하는데 저는 끝까지 해요. 이번에 방문한 것도 지난 방문 때 못다 한 약속을 지키려고 온 것입니다.”

▷한국인 부인에 미국인 남편, 민주당을 지지하는 딸에 공화당 소속 아버지. 가족 자체가 다양성을 상징하는데요. 이런 다양성이 주지사 당선에 어떤 영향을 줬습니까.

“서로 다른 사람들이 잘 지내려면 얘기를 잘 들어주고 존중해야 하죠. 남편이 선거운동을 하면서 주민 한 분 한 분을 만나 얘기를 들었고, 주지사가 돼서는 그때의 약속을 지키고 있습니다. 민주당 텃밭에서 공화당 주지사로서 그분들 소리를 들어야 같이 살 수 있어요. 그게 다양성이죠. 국민이 원하는 게 그런 게 아닐까요.”

▷그런 다양성이 분열된 미국 사회를 하나로 묶는 열쇠인 것 같습니다.

“호건 주지사는 그렇게 하려고(미국 사회를 화해시키려고) 노력하는 사람 중 한 명입니다. 민주당과 공화당이 협치하는 메릴랜드주처럼 한국 정치권도 여야가 손잡고 국가 발전을 위해 일할 수 있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어요.”

▷메릴랜드 주정부에 한인 직원이 두 자릿수로 대폭 늘었다고요.

“이번 경제사절단 9명 중 5명이 한인이에요. 미국에서 동양인은 아무리 하버드대를 나와도 누군가 다리 역할을 안 해주면 언제나 소수자일 뿐이에요. 정치권에서도 백인 먼저, 그 다음이 흑인이죠. 한인 인재를 많이 등용해야 이들이 더욱 활약할 수 있어요. 메릴랜드주에서 한인 최초로 지미 리 소수계담당 특임장관이 나온 게 대표적이죠.”

▷2000년 미술전시회에서 호건 주지사가 한눈에 반해서 전화번호를 줬는데 연락을 안 했다고 들었습니다.

“그땐 애들 키우느라 남자를 볼 새도 없고 관심도 없었어요. 한 번 결혼에 실패했기 때문에 아무나 만나고 싶지도 않았고요. 그런데 1년 만에 다시 만나 진지하게 만남을 이어갔어요. 노총각이 세 딸의 아버지가 돼 주겠다고 하니 고마웠죠.”

▷미국 땅에서 홀로 세 딸을 키우는 일이 쉽지 않았을 텐데요. 모든 것을 포기하고 싶은 순간은 없었습니까.

“오전에 식당에서 캐셔(계산원)로 일하고 오후엔 집 지하에서 학생들에게 미술을 가르쳤어요. 한국 엄마이기 때문에 고생을 고생이라고 여기지 않았어요. 8남매로 시골에서 어머니가 고생하신 모습을 보고 자랐기 때문인 것 같아요. 그게 한국식 모성애의 힘인 것 같습니다.”

▷자녀 교육 시 가장 중시한 것은 무엇입니까.

“다른 한국 엄마들처럼 공부해라, TV 보지 마라고 잔소리 한 적이 없어요. ‘그저 지각하지 말고 약속하면 먼저 가라’ ‘부자와 비교하지 말고 우리보다 못사는 사람과 비교해라. 그러면 우리가 항상 부자다’ 이런 얘기를 했죠. 엄마가 어려운 환경에서 열심히 사는 모습을 봐서인지, 애들도 식당 웨이트리스나 잔디깎기 아르바이트를 하며 공부했어요. 어려운 환경에서도 장학생으로 미시간대에 입학해준 딸들이 고마울 따름이죠. 막내 딸은 검사가 됐어요.”

▷2008년 메릴랜드미술대(MICA)를 졸업하고 2년 만에 아메리카대에서 석사학위를 받았습니다. 늦은 나이에 왜 학업을 선택하셨나요.

“고향 나주에서 초등학교를 다닐 때 선생님으로부터 ‘너는 커서 훌륭한 화가가 될 거야’라는 말을 듣고 꿈이 불붙었어요. 첫 남편을 따라 미국행을 선택한 것도 그림이라는 ‘아메리칸 드림’ 때문이었죠. 아이를 낳고 이혼하고 생계를 꾸리면서 잠시 꿈을 접기도 했지만 절대 포기하지 않았어요.”

▷지금 꿈은 무엇입니까.

“저는 딸들에게나 학생들에게나 ‘절대 늦은 일은 없다. 포기하지 말라’고 얘기해요. 희망을 갖고 꿈을 포기하지 않으면 언젠가는 꼭 이뤄지기 때문이에요. 제 인생을 봐도 그렇잖아요. 지금은 싱글맘 지원 프로그램과 소아암 환자들에게 미술치료로 희망을 주는 사업을 하고 있어요. 저의 영원한 꿈인 그림 작품 활동도 계속할 겁니다.”

■ 유미 호건 여사는

△1959년 전남 나주 출생 △1979년 미국 이민 △1994년 미국 시민권 취득 △2004년 래리 호건과 결혼 △2008년 메릴랜드미술대(MICA) 졸업 △2010년 아메리카대 석사

허란 기자 wh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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