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나노기술이 장밋빛 미래 보장한다는데…

입력 2017-09-07 19:44  

급진적 풍요

에릭 드렉슬러 지음 / 임지원 옮김 / 김영사 / 528쪽 / 1만9800원



[ 송태형 기자 ] 2016년 노벨 화학상은 머리카락 굵기의 1000~1만분의 1인 ‘분자 기계’를 각각 만들어낸 세 명의 나노기술 연구자에게 돌아갔다. 프랑스의 장 피에르 소바주, 영국의 프레이저 스토다트, 네덜란드의 베르나르트 페링하다. 공동 수상자 중 페링하의 ‘발명품’이 분자 기계를 직관적으로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만하다. 그는 1999년 여러 분자가 한쪽 방향으로만 회전하도록 조립한 ‘분자 모터’를 처음 발명했다. 2011년에는 나노 크기의 물체에 한 방향으로만 회전하는 분자 모터 4개를 바퀴처럼 붙여 임의로 방향을 조절하며 이동할 수 있는 ‘나노카’도 선보였다.

분자 모터·자동차를 비롯해 분자 엘리베이터, 컨베이어 벨트, 프로펠러 등 다양한 나노기계가 속속 등장하고 있다. ‘나노기술의 전도사’로 불리는 에릭 드렉슬러가 1986년 펴낸 《창조의 엔진》과 후속작 《무한한 미래》(1991년)에서 제안한 ‘원자정밀제조(APM)’의 실현 가능성을 높이고 있는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드렉슬러가 2013년 5월 출간한 《급진적 풍요(Radical Abundance)》는 이전 저작들의 ‘업그레이드·업데이트 버전’이다. 나노기술의 진정한 의미와 발전 과정을 다루면서 APM이 세상에 가져올 ‘급진적 풍요’를 상세하게 그려낸다.

드렉슬러는 《창조의 엔진》에서 나노기술과 나노과학이란 개념을 처음 제시했다. 그가 제안한 나노기술은 두 가지 핵심적인 특징이 있다. 나노 크기의 장치에 기초한 기계를 이용해 물건을 제조한다는 점과 원자 수준의 정밀성을 갖춘 제품을 만들어낸다는 점이다.

나노기술의 개념은 이후 스스로 생명력을 갖고 성장해 왔고 다양한 의미로 확장됐다. 하지만 드렉슬러에게 나노기술이란 ‘궁극의 제조기술’이자 ‘제품과 생산방법의 본질적인 혁명’을 의미한다. 저자에 따르면 나노기술은 대중문화의 미래주의적 전망에 휩쓸려 현실에서 떨어져 나가 과학과 분리된 허공에서 둥둥 떠다니는 등 표류하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 분자과학, 원자정밀가공 등의 급속한 발전으로 결정적인 문턱에 다가서고 있다.

저자는 APM 시스템이 머지않아 급진적이고, 개혁적이며, 지속가능한 풍요를 인류사회에 안겨줄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의 설명은 이렇다. APM 기술은 탄소, 수소, 산소 등 지구에 풍부한 재료를 결합해 기존보다 정밀하고 튼튼하고 가벼운 물질을 만들어낸다. 이런 물질을 원자 수준의 정밀한 방법으로 가공하면 결과적으로 기존보다 생산비용이 저렴하고, 고장은 거의 없고, 필요에 의해 언제든지 용도 변경까지 가능한 제품이 쏟아진다. 제품의 범위와 성능을 획기적으로 확장하고 생산비용을 낮추는 데 그치지 않는다. 정보기술, 에너지, 자원, 농업, 안보, 의료 등 다양한 분야에도 적용된다. 고성능 역삼투압 담수화 시스템을 활용하면 물 부족 문제를 단번에 해결할 수 있고, 친환경 태양광 발전만으로 충분한 양의 전력을 생산할 수 있다. 폐쇄 환경 농업 시스템으로 환경과 기후의 영향 없이 원하는 농작물을 얼마든지 생산할 수 있다. 이산화탄소를 분해하는 환경복구 시스템을 통해 지구의 대기를 산업혁명 이전의 상태로 되돌릴 수도 있다.

저자는 ‘APM 혁명’이 가져올 급진적 변화로 세계 경제와 인류 사회에 초래할 혼란과 위험을 줄일 방법도 논의한다. 나노기술을 통해 인간의 질병부터 자원고갈, 환경오염, 식량 문제, 성장의 불균형과 한계까지 거의 모든 문제를 해결할 방안을 제시하는 이 책은 인류가 나아갈 수 있는 미래 경로에 대한 확장된 시각을 제공한다. 하지만 드렉슬러가 《창조의 엔진》을 출간했을 때 많은 학자로부터 받은 ‘너무 멀리 나갔다’는 비판이 이번에도 나올 법하다.

송태형 기자 toughlb@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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