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근의 데스크 시각] 강남 공룡에 소 몇마리 던져준들

입력 2017-09-10 18:44   수정 2017-09-11 11:39

조성근 건설부동산부장 truth@hankyung.com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대책이 역대 정부의 부동산 대책과 다른 것은 대규모 주택 공급 계획이 없다는 점이다. 지난 8·2 대책에서 백화점식 규제 폭탄을 쏟아냈지만 공급 대책은 쏙 빠졌다.

공급 대책은 역대 정부의 단골 메뉴였다. 과거에는 부동산값이 폭등할 때마다 서울 강남 수요를 분산할 수 있는 신도시를 개발해야 한다는 논리가 설득력을 얻었고, 정부는 적극적으로 신도시 개발에 나섰다. 노무현 정부도 다르지 않았다. 입주·분양을 진행 중인 위례 등 수도권 2기 신도시들이 노무현 정부 때 개발을 시작했다.

서울 택지 공급 사실상 포기

공·사석에서 청와대나 국토교통부 인사들 얘기를 들어보면 앞으로도 대규모 택지 공급 대책이 나올 가능성은 없다. 이들은 신도시 개발이 집값 급등의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지 못한다고 믿고 있다. 그나마 남아 있는 그린벨트를 헐어 서울 주변에 신도시를 여러 개 건설해봐야 수요를 충당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서울·수도권으로 인구가 계속 몰리는 상황에선 ‘언 발에 오줌 누기’식 대책에 불과하다는 인식이다.

이들이 생각하는 근본적인 해법은 지역균형발전이다. 균형발전을 통해 지방 인구가 수도권으로 유입되는 것을 막아야 집값을 잡을 수 있다는 것이다. 재건축·재개발을 통한 공급은 더더욱 기대하기 어렵다. 정비사업 활성화는 공급 확대 효과가 미미할 뿐만 아니라 기대심리를 부추겨 집값 폭등만 부채질한다고 현 정부는 생각한다.

아파트 공급을 늘리는 동시에 수요를 줄이면 확실한 가격 상승 억제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그럼에도 수요 억제 대책만 내놨다는 건 더 강력한 수요 억제책이 계속 나올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다. 수요 억제 한쪽 카드로만 투자자들을 상대해야 하는 까닭이다.

다주택자들이 은행 돈을 빌려 집을 추가로 사는 일은 더욱 어려워질 것이다. 금융 규제는 다음달 발표될 가계부채종합대책에서 더욱 강화될 가능성이 높다. 문재인 대통령 임기 내에 보유세가 인상될 가능성도 크다.

더 강력한 수요 억제책 나올 것

더불어민주당은 벌써부터 보유세 인상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다. 청와대는 부인하고 있지만, 당을 통해 여론을 떠보는 중이란 걸 알 만한 사람들은 안다. 개발이익환수에 이어 안전진단 강화, 재건축연한 강화 같은 재건축 규제안도 현 정부 주머니 속에 들어 있다. 지금은 북핵 등 현안에 가려 수면 아래에 잠겨있지만 행정수도 완성, 혁신도시 시즌2 등 균형발전 정책에 드라이브를 걸 가능성도 높다.

아파트 신규 공급 물량은 무주택자 몫으로 돌아갈 공산이 크다. 무주택 기간 나이 등을 고려해 집을 배정하는 청약가점제 강화를 통해서다. 분양가상한제로 분양 가격이 떨어지면서 아파트 당첨으로 몇 억원씩 횡재하는 사람도 줄줄이 나올 것이다.

8·2 대책 발표 후 갭투자 등 다주택자들은 일단 버텨보자는 분위기다. 수급을 기준으로 투자 타깃을 선정하는 갭투자자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공급이다. 이들은 철저히 향후 2~4년 뒤 입주 물량이 부족한 지역을 타깃으로 삼는다. 공급이 부족해야 집값 상승을 기대할 수 있어서다. 이들은 8·2 대책에서 공급이 빠져 안도하는 분위기다. 8·2 대책 발표 이후 서울 집값이 주춤하고는 있지만 50년 만에 시도되는 ‘외발 정책’과 투자자 간 힘겨루기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조성근 건설부동산부장 trut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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