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EC 감산에도 안 오르는 유가…사우디 '수출통제 카드' 먹힐까

입력 2017-09-14 20:08  

7월 하루 700만배럴 수출서 지난달엔 660만배럴로 줄여
러시아 동참 속 유가 소폭 반등…"회원국에도 수출 축소 요청"
실제 이행 여부는 미지수
유가 상승 지지부진에 아람코 상장 더 늦춰질 듯



[ 박상익 기자 ]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감산에도 국제 유가는 배럴당 50달러 선을 넘나드는 데 그치고 있다. OPEC 맹주인 사우디아라비아가 원유 수출 통제라는 카드까지 꺼내 들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사우디가 오는 22일 오스트리아 빈에서 열리는 OPEC회의에서 각국에 감산 연장과 함께 수출량 감축을 요구할 것”이라고 1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수출 안 줄면 소용없어”

OPEC과 비(非)OPEC국인 러시아 등은 합의에 따라 지난해 10월 대비 원유 생산량을 하루 평균 120만 배럴 감산하고 있다. 원유 수출량은 이에 훨씬 못 미치는 하루 평균 21만3000배럴 감소했다. 생산량이 줄어든 만큼 수출량도 줄여야 하지만 그렇지 못해 유가가 오르지 않는다고 사우디는 보고 있다.

급기야 사우디가 지난 7월 러시아와 함께 수출량 감축 계획을 발표하면서 다른 회원국에도 동참해달라고 요구했다. 7월 하루 평균 700만 배럴 이상 수출하던 사우디는 8월부터 660만 배럴로 줄였다. 사우디의 노력으로 OPEC의 8월 원유 수출량은 전월 대비 하루 63만9000배럴 감소했다.

사우디와 러시아의 수출 물량 감축 계획에 유가도 반응했다. 서부텍사스원유(WTI) 1개월 선물 가격은 7월25일 배럴당 47.89달러에서 1주일 만에 50.17달러로 뛰었다. 이후 등락을 거듭했다. 13일에는 뉴욕상품거래소에서 전일보다 1.07달러 오른 배럴당 49.3달러로 마감했다.

◆회원국의 협조가 관건

OPEC 회원국과 일부 산유국은 22일 OPEC회의 전부터 내년 3월 만기인 감산 기한 연장을 논의하고 있다. OPEC 소식통들은 감산 연장 기간이 3개월 혹은 그 이상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등 비OPEC 국가, 리비아와 나이지리아 등 일부 OPEC 회원국의 생산량과 세계 원유 수요 등에 따라 유동적이지만 OPEC의 감산 연장은 유력하다.

이달 초 베네수엘라, 카자흐스탄, 아랍에미리트(UAE) 관계자들과 감산을 논의한 칼리드 알팔리 사우디 석유장관은 “이제는 (원유) 수출이 금융시장의 주요 지표가 됐다”며 OPEC 수출량 통제와 관리 방법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어떤 OPEC 회원국도 표면적으론 사우디의 수출 물량 줄이기에 반대하진 않고 있다. 하지만 수출량 감축을 제대로 이행할지는 미지수라는 관측이 나온다. 시장점유율 유지 등 각국의 이해관계가 얽혀 수출량 줄이기를 지속하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사우디가 원유 수출 통제에도 불구하고 유가 살리기에 실패하면 OPEC에서의 리더십에 타격을 입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WSJ는 “OPEC이 수출 통제로 유가를 끌어올려도 미국이 셰일오일을 증산하면 역효과가 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영국 에너지 컨설팅업체 알파그룹의 존 홀 회장은 “OPEC의 수출 제한은 전례없는 일이어서 감산보다 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물론 “성사된다면 (시장에) 강한 메시지를 보낼 수 있다”고 내다봤다.

◆아람코 상장에도 영향

국제 유가 반등이 지지부진하자 사우디 국영 석유기업 아람코의 기업공개(IPO)가 내년 하반기에서 더 늦춰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블룸버그통신은 14일 소식통을 인용해 “사우디 정부가 2019년 아람코 IPO에 나서는 상황에 대비한 비상계획을 준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아람코 IPO를 뉴욕증시에서 진행할지 런던증시에서 진행할지 아직 정하지 못한 것은 IPO 연기설을 뒷받침한다. 2월 IPO 방침을 밝힌 사우디는 상장으로 얻은 수익을 국부펀드 등을 통해 투자해 석유 의존 경제에서 벗어나겠다는 국가비전전략을 수립했다. 국제 유가 하락으로 재정수입이 급격히 줄어든 영향이 컸다.

사우디의 경제구조 전환 프로젝트가 시행되려면 국제 유가가 최소한 배럴당 60달러 선까진 반등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프로젝트의 첫 단추인 아람코 IPO 역시 유가 동향에 좌우될 수밖에 없다. 사우디가 고육지책으로 OPEC 회원국에 수출 통제 카드를 들이미는 주된 이유 중 하나다.

박상익 기자 dir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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