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와 함께 책 속으로] "멸종위기 새 찍는데 6년, 왜 이러냐고요? 좋아서"

입력 2017-09-21 19:24  

사진작가 박웅 씨

백두산 새 관찰기



[ 심성미 기자 ] ‘모든 일에는 이유가 있다’는 말은 틀렸다. 적어도 박웅 사진작가에게는 그렇다. 그는 한국에서 겨울을 나고 백두산으로 돌아가 번식하는 새인 호사비오리의 매력에 특별한 이유 없이 끌렸다. 호사비오리를 찍기 위해 6년간 백두산에 올랐을 정도다. 박 작가가 최근 펴낸 책 《백두산 새 관찰기》(글항아리)는 호사비오리의 짝짓기, 번식, 먹이활동과 새끼 기르기까지 모든 활동을 기록한 국내 최초의 기록물이다.

건축사무소를 운영하던 박 작가는 2006년부터 조류 사진을 집중적으로 찍기 시작했다. 그에게 “왜 새 사진을 찍으러 다니느냐”고 묻자 “좋아서”라는 단순한 대답이 돌아왔다. “번식하고 새끼를 낳고 월동하는 새의 전체적인 생태 사이클을 관찰하는 데 굉장히 심취했어요. 지금도 그렇고요.”

호사비오리는 머리의 긴 댕기와 선명한 붉은색 부리, 옆구리에 용을 닮은 비늘 무늬가 있는 화려한 생김새의 물오리다. 지구상에 1000마리도 채 남지 않은 멸종위기종이다.

“호사비오리 새끼가 알을 깨고 나와 물가로 나가는 장면을 포착하려고 매년 백두산에 갔지만 늘 기회를 놓쳤어요. 지난해 사진 찍는 데 성공하기까지 6년이나 걸렸습니다. 그동안 쓴 경비만 2000만원이 넘네요.”

책은 글보다 사진에 방점이 찍혀 있다. 다른 새보다 경계심이 많은 호사비오리 사진을 제대로 찍기 위해 1주일간 은신하다시피 물가에 몸을 숨겨야 했다. 박 작가는 호사비오리가 서식지로 오고 있다는 제보를 받으면 새가 도착하기 전 강가에 위장막을 치고, 위장막 안에 군복처럼 알록달록한 위장텐트를 설치한다. 그 속에 숨어 카메라와 쌍안경을 들고 새가 가까이 올 때까지 무작정 기다리는 게 박 작가의 촬영 방법이다.

“원하는 한순간의 사진을 얻기 위해 무한정 기다리는 것 말고는 다른 수가 없더군요. 한순간의 사진을 찍기 위해 몇 시간이고, 며칠이고 기다리는 게 오히려 즐겁게 느껴집니다.”

호사비오리를 따라다니던 중 그의 가슴이 가장 뛰었던 때는 호사비오리 새끼가 8m 높이 둥지에서 떨어져 물가로 나가는 모습을 6년 만에 포착했을 때다. “사람이 떨어져도 다칠 가능성이 있는 높이잖아요. 물가로 가기 위해 알을 깨고 나오자마자 땅으로 툭 떨어져 기어가는 모습을 보면서 자연의 생명력이 대단하다는 걸 새삼 느꼈습니다.”

그의 최종 목표는 국내에 ‘생태공원’을 조성하는 것이다. “38선을 넘나들며 백두산에서 부화해 한국에서 월동하는 새들에 관심이 많아요. 제 작업이 국내에 생태공원을 조성하는 데 좋은 경험과 자료가 될 거라고 봅니다. ”(356쪽, 3만5000원)

심성미 기자 smsh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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