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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서 강성 노조 파업이 사라진 까닭

입력 2017-09-25 18:50  

'거품 경제' 꺼지면서 정치·노동투쟁 관심 '뚝'
거대 노조 기반 흔들려



[ 도쿄=김동욱 기자 ] ‘춘투(春鬪)’는 사실상 일본에서 사라진 단어가 됐다. 일본의 대표적 경제지 니혼게이자이신문 홈페이지에선 2010년 이후 330건의 기사에 ‘춘투’라는 단어가 포함됐지만 대부분 ‘춘계 노사교섭’의 대용어로 사용되거나 1960~1980년대 노동분쟁을 묘사할 때 쓰였다.

한국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강성노조가 주동하는 파업은 거의 찾아볼 수 없다. 일본 후생노동성에 따르면 지난해 물리적인 쟁의행위가 발생한 사업장은 66개, 쟁의 참가인원은 연인원 1만5833명에 불과했다. 그나마 쟁의 사업장은 전년 대비 20개 줄었고, 쟁의 참가인원은 연 7453명 감소했다.


일본이 처음부터 ‘노사분규 청정국가’였던 것은 아니다. 1953년 후쿠오카현 미이케 탄광에서 대규모 파업이 일어난 ‘미쓰이·미이케 쟁의(三井三池爭議)’ 이후 일본은 고도성장기에 대규모 노사분규의 홍역을 겪었다. 1960년대에는 사회 전반에 좌파사상이 번지면서 ‘전공투(전국학생공동투쟁회의) 세대’가 등장했고 ‘자본 대 노동’의 대립을 강조하는 분규도 끊이지 않았다. ‘춘투’라는 용어가 노조의 과격한 투쟁을 상징하는 말이 된 것도 이 시기다.

변화가 온 것은 ‘오일쇼크’를 거쳐 ‘거품 경제’가 꺼지기 시작한 1990년대부터다. 경기 불황기에 대규모 사철(민영철도)과 NTT, 전기 노조가 잇따라 파업에 나섰지만 경영 악화 탓에 사측이 시행하는 고용 조정을 수용할 수밖에 없었다. 일본철도(JR) 민영화 등으로 노동계의 주축 기반이던 국철노조도 약해졌다.

1997년에는 미쓰이금속이 “고도성장을 전제로 한 정기 호봉승급 중심의 임금체계를 유지할 수 없다”고 주장한 이후 일본 주요 기업에 연봉제가 도입됐다.

1998년에는 철강노조가 ‘격년 춘투’로 전환했고 2002년에는 도요타자동차가 ‘기본급 인상은 교섭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경기가 나빠져 대학생들은 정치에 대한 관심이 줄었고 노동투쟁도 약화됐다. 자연스럽게 노조가입률도 지속적으로 떨어졌다. 1983년 30%에 달했던 조직률은 2016년 17.3%까지 추락했다.

이종원 와세다대 교수는 “경제 거품이 꺼진 뒤 진행된 공기업 민영화 등으로 거대 노조의 존속 기반이 급속히 약해졌다”며 “젊은 층의 관심도 노동운동에서 고용 안정 등으로 자연스럽게 옮겨갔다”고 분석했다.

도쿄=김동욱 특파원 kimd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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