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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 30년 협상달인 김현종의 '굴욕'…트럼프 'FTA 폐기 전술'에 백기투항

입력 2017-09-28 20:17  

[ 박수진 기자 ] 27일(현지시간) 워싱턴DC 주미 한국대사관 1층 기자간담회에서 만난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의 테이블 위엔 초콜릿 과자가 놓여 있었다. 최근 사흘간 매일 미국 정·재계 인사와의 면담 일정을 6~11개씩 소화하며 들고 다닌 ‘당 보충용’ 간식이다. 그는 “힘든 일정이었다”고 했다.

그러나 그를 더 힘들게 한 것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협상의 ‘무용론’을 주장하다 한 달 만에 개정협상 개시를 위한 2차 회의를 제안하게 된 자신의 ‘옹색한’ 입장처럼 보였다.

김 본부장은 이날 여러 차례 “미국의 한·미 FTA 폐기 위협이 실제적이고 임박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백악관 관계자를 만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폐기 지시 서한을 작성했다는 말을 들었다고 전했다. 20여 명의 연방 상·하원의원과 10개 재계단체, 6개 싱크탱크 관계자를 만나서도 트럼프 대통령의 폐기 발언이 단순한 ‘블러핑(bluffing·엄포)’이 아니라는 분위기를 감지했다고 했다.

김 본부장은 “(파국을 막고) 양국 간 대화를 진전시키기 위해 2차 회의를 선제적으로 제의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그러면서 한·미 FTA 효과 분석이 필요하다는 주장을 2차 회의 때도 강력하게 제기하겠다고 했다. 그는 미국의 개정협상 개최 요구에 ‘한·미 FTA가 미국의 대한(對韓) 무역적자 확대 원인이 아니다’며 효과 분석이 우선이라고 주장해왔다.

2차 회의 때는 “효과 분석과 개정협상을 병행할 수 있다”고도 말했다. 한·미 FTA 개정협상 자체가 필요없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한 효과 분석을 주장하면서 개정협상 회의를 제안한 것이다. ‘이해할 수 없는 논리적 모순’이라는 질문에 ‘30년 협상 달인’답지 않게 말꼬리를 흐렸다. 그는 1985년 미 컬럼비아대 로스쿨 졸업 후 통상분야 전문 변호사 등을 거치며 수많은 협상 경험을 쌓았다.

김 본부장은 “2007년(한·미 FTA 협상 타결), 2010년(추가협상) 때도 잘했는데 이번에도 잘할 것이라 믿어주면 안 되겠느냐”고 했다. 사실 그가 한·미 FTA 협상을 잘했기 때문에 미국이 끈질기게 개정을 요구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도 넌지시 그런 뉘앙스로 자신을 향한 응원을 당부했다.

그러나 자신감에서 나온 턱없는 강수(强手)가 상대방의 더 거센 반발을 불러온 원인일지 모른다. 국민은 다시 협상장에 나가는 그에게 박수를 보내고 싶다. 그러기 위해서는 자신의 어깨에서 힘부터 빼야 할 것 같다.

박수진 워싱턴 특파원 ps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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