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도 서러운데 제도까지 치료 막아"… 말기암 환자들의 눈물

입력 2017-10-01 16:43  

현장에서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



[ 이지현 기자 ] “독일 호주 등에서는 20년 전부터 1500명이 넘는 신경내분비종양 환자가 루타테라 치료를 받았습니다. 국제 학술지에 임상 결과를 발표하고 진료 지침도 정했을 정도로 보편적인 치료법입니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규제에 막혀 환자 치료에 활용할 수 없습니다.”

강건욱 서울대병원 핵의학과 교수는 “국내 신경내분비종양 환자 치료를 위한 제도적 지원이 필요하다”며 이렇게 말했다. 신경내분비종양은 애플 창업자 스티브 잡스가 걸린 암이다. 췌장 위 등에 주로 생긴다. 국내 환자는 150명 정도일 것으로 추정되는 희귀암이다.

해외에서는 방사선미사일 치료라 불리는 루타테라로 이 암을 치료한다. 암세포를 타깃으로 하는 표적 단백질에 방사성동위원소를 붙인 뒤 암을 찾아 없애는 방식이다. 암세포만 공격하기 때문에 부작용이 적고 치료 효과는 높다. 하지만 환자가 적고 수익성이 낮아 치료제로 제조해 판매하는 제약사가 없다. 이 때문에 독일 말레이시아 등에서는 의료기관에서 의사가 직접 약을 만들어 환자에게 주사하도록 허용하고 있다.

국내 상황은 다르다. 환자가 적은 희귀암 치료제라 해도 의료기관에서 사용하려면 임상시험을 거쳐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시판허가를 받아야 한다. 말기암 환자들이 말레이시아 등으로 원정치료를 떠나는 배경이다. 강 교수는 “국내 대학병원 핵의학과에서 간단히 만들 수 있는데도 환자 치료에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며 “의료기관에서 자율적으로 치료에 활용할 수 있도록 허용하거나 임상시험 비용을 지원하는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규제가 환자 치료를 막는 사례는 이 뿐만이 아니다. 의사가 새로운 수술 기술을 개발해도 신의료기술로 인정받지 못해 치료에 쓰지 못하는 일이 흔하다. 국내에선 약사법에 막혀 환자 세포를 배양해 투여하는 치료도 금지된다. 의사들은 비급여를 전면 급여화하는 ‘문재인 케어’가 본격화되면 아픈 몸으로 해외 원정치료를 떠나는 환자가 더 늘어날 것이라고 지적한다. 건강보험에서 허용한 치료 외에는 불법이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건강보험 혜택을 달라는 것이 아니다. 몸이 아픈 환자가 치료를 받게 해달라는 것이다.” 한 말기암 환자는 이렇게 말했다. 이들의 외침을 새겨들을 때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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