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상 수상자, 20대 연구 시작해 40대 완성… 한국연구재단 수상자 전수분석 결과

입력 2017-10-04 22:06   수정 2017-10-04 22:12

1901년 이후 노벨과학상 수상자 591명


노벨과학상을 받은 수상자들은 보통 20대에 박사 학위를 받고 안정적 연구환경에서 자신만의 독창적인 연구를 시작해 40대 초반에 노벨상 수상의 계기가 되는 연구를 완성한 것으로 나타났다. 노벨상을 받은 과학자에게 가르침을 받은 연구자의 수상 확률이 점점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연구재단은 1901년부터 지난해까지 물리·화학·생리의학 등 과학 분야에서 노벨상을 받은 과학자 591명을 전수 분석한 내용을 담은 ‘노벨과학상 수상 및 트렌드’ 보고서를 발표했다. 노벨상 수상자 이력을 분석한 연구는 해외에서는 가끔 소개된 일이 있지만 국내에서 수상자를 체계적으로 전수 조사해 유형을 밝힌 것은 처음이다.

흔히 노벨상 수상자들은 남이 하지 않은 독창적 주제로 연구하고 논문이 장기간에 걸쳐 많이 인용되는 공통점이 있는 정도만 알려져 왔다. 하지만 이번 분석에선 훨씬 더 많은 공통점을 발견했다. 연구재단의 보고서를 보면 노벨상 수상자 10명 중 9명은 35세 이전에 훗날 노벨상을 받게 된 연구를 시작했다. 42세를 전후로 노벨상을 받은 논문을 완성하고 50~55세에는 최고 권위자라는 명성을 얻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올해 노벨물리학상을 받은 레이너 바이스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명예교수가 중력파 검출 연구에 관심을 가진 것도 이때부터다. 또 노벨 화학상 수상자로 자크 뒤보셰 스위스 로잔대 생물물리학과 명예교수와 요아킴 프랑크 미국 컬럼비아대 생화학분자생물학과 교수, 리처드 헨더슨 영국 의학연구위원회 분자생물학연구소 연구원도 30대 중반부터 각자 극저온전자현미경에 필요한 연구에 관심을 쏟았다.

특히 수상자 중에는 실제 노벨상을 받은 사례가 많아 ‘프리 노벨상’으로 불리는 울프상과 생리의학 분야의 권위 있는 상인 래스커상을 받는 경우가 많았다. 이들 상을 받은 수상자 네 명 중 한 명은 5년 이내 노벨상을 실제 받은 것으로 분석됐다. 2000년대 들어서는 미국공학한림원이 주는 찰스 스타크 드레이퍼상을 받은 잭 킬비 전 미국 텍사스A&M대 교수(2000년), 조지 스미스 전 벨연구소 연구원(2009년), 나카무라 슈지 UC샌타바버라 교수(2014년) 등 6명이 노벨물리학상을 받으면서 프리 노벨상의 반열에 합류했다.

보고서는 2000년대 들어 16명의 수상자를 배출하며 미국 다음으로 많은 노벨 과학상 수상자를 배출한 일본 사례도 조사했다. 분석 결과 지난 2015년 노벨 물리학상을 받은 가지타 다카아키 도쿄대 교수를 비롯해 일본 노벨 과학상 수상자 대부분은 초중고교 시절 과학에 영감을 받았고 대학에서 대학원을 진학하면서 본격적인 과학 연구에 뛰어들었다는 공통점이 있었다. 이 과정에서 학교 교사와 대학 교수의 지도와 역할이 컸다. 특히 일본 노벨 과학상 수상자 16명 중 14명은 모두 30세 이전에 대학과 연구소에서 들어가 일찍부터 안정적인 연구 환경에서 정부 지원을 받아 연구를 시작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 역시 신진 연구자들이 비교적 젊은 나이에 안정적 환경에서 연구하면서 노벨상 수상으로 연결되는 성과를 낸 것이다. 이런 결과는 국내 현실과는 크게 반대된다. 서울 소재 한 대학 물리학과 교수는 “한국의 경우 박사를 받은 뒤 30대 후반에야 겨우 연구를 할 수 있는 안정적인 자리를 얻는데다 40대 초중반이 되어서야 자신의 연구를 시작할 수 있다”며 ”이는 20,30대 연구를 시작하는 해외에 비해 많이 늦는 편“이라고 말했다.

보고서는 연구자간 협력과 뛰어난 해외 석학이나 노벨상 수상자의 적극적 유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최근 들어 노벨 과학상은 과학자 혼자 받는 데서 과학자 2명 또는 세 명이 공동 수상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학제간 융합과 국제 교류가 늘면서 여러 명의 학자가 공동 연구를 통해 결과를 내는 사례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 노벨물리학상을 받은 중력파 연구도 킵 손 교수 등 세 명이 참여했다.

최근 들어서는 노벨상을 받은 과학자의 제자가 받는 사례도 늘고 있다. 실제로 이번 분석에서도 학생 시절 노벨상을 받은 스승을 모신 과학자의 수상 사례가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1972년까지 미국의 노벨상 수상자 92명 중 절반 이상인 48명이 노벨상 수상자 밑에서 연구를 했거나 지도를 받았다. 한 명의 스승 밑에서 다섯 세대에 걸쳐 수상자를 배출한 사례도 있다. 1909년 노벨화학상을 받은 독일 화학자 빌헬름 오스트발트의 경우 대학원생이던 벨터 네른스트가 1923년 화학상을 받은 이후 1960년까지 총 5세대를 거치며 노벨상을 휩쓴 명문 계보를 만들었다. 김해도 한국연구재단 정책연구팀장은 “노벨상 수상자들은 제자들의 연구결과를 전문가에게 홍보하고 제자들은 어떻게 하면 스승처럼 노벨상을 받는지 잘 이해할 수 있다”며 “이런 탁월한 안목이 훗날 노벨상 수상자에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박근태 기자 kunt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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