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폭풍 전 고요' 발언 논란…백악관도 갈팡질팡

입력 2017-10-07 13:23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5일(현지시간) 군 수뇌부와 회동에서 한 "폭풍 전의 고요"(the calm before the storm) 발언이 논란을 낳고 있다. 그러나 백악관은 이에 대한 분명한 설명을 내놓지 않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군 수뇌부와 북한·이란 문제를 논의한 뒤 단체 사진촬영에 응하면서 "이게 뭘 의미하는지 아는가"라고 먼저 묻고 나서 문제의 발언을 했다.

'폭풍'의 의미에 대해 기자들이 "이란? IS(이슬람국가)? 어떤 폭풍인가?"라고 묻자 트럼프 대통령은 답변을 피한 채 회의 참석자들을 가리키며 "이 방에 세계 최고의 군인들이 있다"라고만 했다.

또 기자들이 '폭풍'의 의미를 재차 묻자 트럼프 대통령은 "알게 될 것"이라고만 답하고 방을 빠져나갔다.

이 같은 애매한 발언을 둘러싸고 현지언론들에서는 매우 다양한 해석이 쏟아졌다.

미국 일간지 워싱턴포스트(WP)는 △이란 핵 합의안 파기를 위한 수순 △극단주의 무장단체 IS에 대한 공세 강화 △북한이나 시리아와 관계된 행동 △미국에 접근하는 실제 폭풍 허리케인 '네이트' △아무 의미가 없는 말 등의 설이 나돌았다고 소개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깜짝 발언'은 군 수뇌부 회의 직후에 나온 만큼 북한에 관련된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군 수뇌부 회의에서 북한에 대해 "독재정권이 우리나라와 동맹국에 상상할 수 없는 인명손실을 가하겠다고 위협하는 것을 용납할 수 없다. 그런 일이 벌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 우리가 해야만 하는 일을 할 것이다. 여러분이 내게 폭넓은 군사옵션을 제공하기를 기대한다"고 말한 바 있다.

또 트럼프 대통령이 다음 주 이란핵협정 '불인증'을 선언할 것이라는 보도가 나온 직후에 깜짝 발언이 나온 만큼 이란을 겨냥한 것이 아니냐는 추측도 나온다.

그러나 폭풍의 실체를 두고는 백악관 대변인도 거듭되는 기자들의 질문에 갈팡질팡했다.

WP에 따르면 이날 오후 브리핑에서 허커비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에게 쏟아진 질문의 4분의 1이 '폭풍'의 실체를 묻는 말이었다.

신문은 샌더스 대변인이 미국이 전쟁할지도 모른다는 상황을 우려하는 미국인들에게 폭풍에 대한 명쾌한 설명을 거의 내놓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샌더스 대변인은 "대통령이 무엇을 할지 미리 말하지 않는다"고 처음에 답했다.

농담한 것이냐는 두 번째 물음에는 "미국인들을 보호하는 대통령을 극도로 심각하게 여겨도 된다"고 답했다.

세 번째 질문에는 "모든 옵션을 테이블에 두고 백악관은 북한 같은 나라들에 최고의 경제적, 외교적 압박을 계속 가할 것"이라고 답변했다.

한 기자의 "북한? 그게 폭풍이냐"는 추가 질문에는 "한 예를 들었을 뿐"이라며 "말썽꾼들이 많다. 북한, 이란 등 여러 예가 있다"고 말했다.

누가 시키지도 않았음에도 힌트를 던진 트럼프 대통령의 행동에 대한 지적에는 "대통령이 구체적인 조치는 전혀 얘기하지 않았다"고 답했다.

샌더스 대변인의 해석을 트럼프 대통령의 의도로 받아들여도 되느냐는 말에도 "나는 어떤 것에도 구체적이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짓궂게 언론을 집적거리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자 다시 북한, 이란을 거론하며 심각한 현안이 있다고 맞받았다.

이런 혼란 속에 미국 언론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리얼리티쇼 호스트의 습성을 내보인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왔다.

CNN은 '트럼프가 잠재적 전쟁을 리얼리티쇼의 클리프행어(cliffhanger·매회 아슬아슬한 장면에서 끝나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연속 드라마나 쇼)처럼 다룬다'는 기사를 실어 배경을 분석했다.

이 방송은 "트럼프 대통령이 군사 지도자들에 둘러싸여서 '폭풍 전의 고요'를 말한 만큼 모종의 군사작전이 임박했다고 결론 내리는데 많은 논리적 비약이 필요하지 않다"며 "지금은 중대 국면을 맞은 북한과 이란이라는 2개의 상황이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북한의 경우,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이 최근 대북 대화채널 가동을 언급하자 트럼프 대통령이 "시간 낭비"라고 지적했으며, 이란에 대해서는 내주 핵협정 불인증 선언을 할 것으로 WP가 보도한 사실을 이 방송은 상기시켰다.

또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과 이란을 모두 겨냥한 것인지, 둘 다 아닌지는 아무도 모른다면서도 그의 발언이 의도적이라고 이 방송은 분석했다.

CNN은 트럼프 대통령이 리얼리티쇼 스타 출신이라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며 "이런 쇼의 목표는 항상 드라마를 만들어 사람들이 계속 시청하게 하는 것으로, 이를 위해서는 클리프행어가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전했다.

즉, 트럼프 대통령이 스스로 국제사회의 주목을 받고자 중대한 외교·안보 현안을 마치 리얼리티 쇼를 진행하듯 취급한다는 지적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불명확한 발언을 두고 비판의 목소리도 쏟아졌다.

리언 파네타 전 미국 국방부 장관은 CNN 인터뷰에서 "그런 말이 전임 대통령의 입에서 나왔다면 진짜 걱정했을 것"이라며 "트위터를 하는 대통령이 이제 육성으로 트윗을 하고 있다"고 혀를 찼다.

파네타 전 장관은 "사람들이 이제는 그런 말을 국가 정책을 천명하는 것이라기보다 관심을 얻으려는 행동으로 간주하기 시작한다"며 "그건 책임감 있는 행동이 아니고, 지금으로써는 우리가 모두 한숨을 내쉬며 트럼프가 관심을 얻으려고 장난을 친 것이라고 여기려 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미국의 저명한 미사일 전문가인 제프리 루이스 미들버리 국제학연구소 비확산연구센터 연구원은 트위터를 통해 "제발 그만하라"고 비판했다.

루이스 연구원은 "잘못된 시기에 내뱉은 이런 종류의 뚜렷한 목적 없는 위협 때문에 한반도에 예상하지 않은 확전이 촉발될 수 있다"고 경악했다.

한경닷컴 뉴스룸 op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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