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외국 제약사 M&A가 부러운 까닭

입력 2017-10-10 18:09  

임락근 바이오헬스부 기자 rklim@hankyung.com


[ 임락근 기자 ] 세계 바이오업계에 인수합병(M&A) 열풍이 거세다. 조(兆) 단위의 ‘빅딜’이 연이어 터지고 있다. 미래 먹거리 확보를 위해 국경을 초월한 M&A 전쟁이 치열하다.

지난 8월 미국 제약사 길리어드는 119억달러(약 13조4000억원)를 들여 차세대 항암제인 CAR-T 치료제를 개발하는 카이트파마를 인수했다. CAR-T는 면역세포인 T세포를 활용해 암을 고치는 치료법으로 최근 각광받고 있다. 미국 제약사 브리스톨마이어스스퀴브(BMS)는 13억달러(약 1조4900억원)에 면역항암제 개발 전문업체 IFM테라퓨틱스를 사들였다. 카이트파마와 IFM테라퓨틱스는 2009년과 2015년에 설립된 벤처기업이다.

일본도 M&A를 통한 미래 먹거리 확보에 분주하다. 광학기기 전문업체 코니카미놀타는 지난 7월 미국의 유전자 진단업체 앰브리제네틱스를 1000억엔(약 1조원)에 인수한 데 이어 지난달에는 미국의 신약개발 벤처기업 인비크로를 320억엔(약 3200억원)에 사들였다. 광학기기 사업만으로는 성장에 한계가 있다는 판단에서였다.

이는 제약·바이오산업의 특성과 무관치 않다. 신약 하나 개발하는 데 평균 10년 이상의 시간과 수조원의 비용이 든다. 연구실에서 발견한 새로운 후보물질이 신약으로 나올 확률은 0.02%도 안 된다. 다국적 제약사들이 싹수 파란 바이오기업을 쉼없이 사들이는 이유다.

하지만 국내로 눈을 돌리면 딴판이다. SK바이오텍이 지난 6월 2000억원을 들여 BMS의 아일랜드 원료 의약품 생산공장을 인수한 게 국내 업체로선 올해 유일한 대규모 M&A였기 때문이다.

국내 업체 간 M&A도 흔치 않다. 아직은 실패를 감당할 정도의 체력이 되는 기업이 국내에 많지 않아서다. 제네릭(복제약)으로 성장하다 보니 제약사 간 M&A가 시너지를 내기 어려운 구조인 것도 요인으로 꼽힌다.

“쫓아가려면 부스터를 달아도 모자랄 판에 정부가 규제 등 모래주머니만 채운다”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이러는 사이 글로벌 바이오 공룡들과의 격차는 더 벌어질 수밖에 없다. 기업과 정부 모두 해법을 고민해야 할 때다.

임락근 바이오헬스부 기자 rkl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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