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그너 역작 '탄호이저' 38년 만에 무대 오른다

입력 2017-10-10 18:33  

성남아트센터 자체제작 오페라…26~29일 공연


[ 김희경 기자 ]
관능적 쾌락과 순결한 사랑, 사회적 인습과 예술적 자유 사이에서 방황과 고뇌를 거듭하는 궁정 기사이자 음유시인 탄호이저. 그는 환락과 이단을 상징하는 베누스베르크(비너스의 동산)에 발을 들여놨다가 염증을 느끼고 일상으로 돌아온다. 하지만 기사들과의 노래 경연 중 그 사실이 발각돼 순례 길에 오른다. 교황에게도 용서받지 못한 탄호이저를 구원한 것은 지고지순한 엘리자베트. 탄호이저를 사랑하는 그녀의 간절한 기도와 희생으로 그는 새 삶을 얻는다.

◆38년 만에 국내 무대 올라

성남문화재단이 바그너의 오페라 ‘탄호이저’를 자체 제작해 오는 26~29일 경기 성남시 성남아트센터 오페라하우스에서 공연한다. 이 작품이 국내 무대에 오르는 것은 1979년 국립오페라단이 한국어로 번안해 올린 이후 38년 만이다. 이 작품이 오리지널 독일어 공연으로 국내에서 제작되는 것은 사실상 처음이어서 ‘바그네리안(Wagnerian: 바그너 팬을 지칭하는 말)’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 작품을 그동안 국내에서 볼 수 없었던 것은 그만큼 무대에 올리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중세 유럽 신화를 바탕으로 복잡하게 펼쳐지는 줄거리와 구성, 210여 분에 달하는 방대한 스토리 등이 걸림돌로 작용했다. 성남문화재단 관계자는 “오랜 시간 잠들어 있던 대작을 깨우는 과감한 도전에 나섰다”며 “국내외 최정상 제작진과 출연진으로 수준 높은 무대를 선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바그너의 작품 중 가장 대중적인 것으로 꼽히는 이 작품은 이탈리아 오페라와 독일 음악극 사이의 과도기적 성향을 띠고 있다. 오페라의 아름다운 아리아와 바그너 후기 음악극 특유의 웅장한 관현악 등 두 장르의 장점을 고루 느낄 수 있는 작품으로 평가된다. 특히 유명한 서곡부터 ‘베누스베르크 음악’ ‘바카날레’ ‘입장 행진곡’ 등 잘 알려지고 귀에 익숙한 관현악곡이 잇따라 펼쳐진다. 악극으로 전환하면서 성악가의 반주 역할에 머무르던 오케스트라 비중을 크게 높인 영향이다.

이번 공연에선 런던 로열오페라하우스, 베를린도이치오퍼 등 세계적인 오페라극장에서 활동하는 미카엘 보더가 20년 전통의 강남심포니오케스트라를 지휘한다.

◆로버트 스미스 등 최정상 성악가 출동

인간의 욕망과 방황, 이를 이겨내는 숭고함이 담겨 있는 작품이기 때문에 주요 배역을 맡는 성악가들의 역할도 중요하다. 타이틀롤인 탄호이저는 독일 바이로이트 극장 출신의 바그너 전문 ‘헬덴테너’(Heldentenor: 주로 영웅 역할을 맡는 테너)인 로버트 딘 스미스가 맡는다.

그는 주빈 메타, 리카르도 무티, 크리스티안 틸레만 등 세계적 지휘자들과 함께 무대에 오르며 바이로이트 최고의 테너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한국인 테너 최초로 지난해 바이로이트 무대에 데뷔한 김석철도 탄호이저로 무대에 오른다.

탄호이저를 사랑으로 감싸안는 엘리자베트 역은 2011년 차이코프스키 콩쿠르 1위를 차지한 이후 유럽에서 활동 중인 소프라노 서선영이 맡았다. 바리톤 김재섭은 엘리자베트를 말없이 지키는 기사 볼프람으로 무대에 선다.

3막에서 볼프람이 부르는 서정적이면서도 애절한 아리아 ‘저녁 별의 노래’는 이 작품의 백미로 꼽힌다. 탄호이저를 비롯해 기사이자 음유시인들이 한데 모여 서로 팽팽하게 시와 노래를 겨루는 경연대회 장면, 로마 성지순례를 마치고 돌아온 순례자들이 부르는 ‘순례자의 합창’도 눈여겨봐야 할 대목이다.

연출은 2014년 통영국제음악제에서 살바토레 샤리노의 음악극 ‘죽음의 꽃’으로 큰 화제를 모은 박상연이 맡았다. 박상연 연출가는 “대립과 갈등 사이에서 격렬하게 충돌하고, 또 방황하고 흔들리면서 구원을 위해 나아가는 자연스러운 순환의 과정을 표현하겠다”고 강조했다. 2만5000~22만원.

김희경 기자 hkk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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