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 칼럼] 4차 산업혁명, 각론으로 들어가야

입력 2017-10-12 18:16  

민간 개발로 중추산업 성장한 반도체처럼
국가는 4차 산업혁명 기본 인프라 다지고
기업은 신기술 산업화에 보다 적극 나서야

노대래 < 법무법인 세종 고문·전 공정거래위원장 >



지난해 1월, 새해 벽두부터 4차 산업혁명 때문에 수백만 개의 일자리가 줄어든다는 충격적인 보고서가 스위스 다보스에서 날아들었다. 이세돌과 알파고의 바둑경기에서 인공지능(AI)의 충격을 실시간으로 맛봤다. 정부도 AI연구소를 만든다는 등 허둥댔다. 아직도 4차 산업혁명 관련 세미나가 끊이지 않는다. 국회, 과학기술 연구기관, 학회, 단체 등이 주최하는 세미나가 거의 매주 열린다. 최근에는 인문사회과학 분야까지 끼어들었다.

1980년대 중반, 반도체 개발을 추진할 때다. 경제기획원에서 재원을 어렵사리 마련해 가전 3사에 공동개발을 제안했다. 고(故) 이병철 삼성그룹 회장은 정부 제안에 감사하다면서도 “반도체 같은 고수익 사업은 각자 개발이 바람직하다”고 정중하게 사절했다. 그 결과 반도체는 더 빨리 개발할 수 있었고 아직도 한국 산업의 중추 역할을 하고 있다. AI도 마찬가지다. 개발에 성공하면 고수익이 예상되는데, 여기에 공공이 끼어들면 공공규제와 민간 구축(驅逐)이 나타난다. 또 공공기관은 사업의 직접 당사자가 아니기 때문에 아무리 잘 해도 ‘퍼스트 무버(선도자)’는 되지 못하는 제약이 뒤따른다.

4차 산업혁명을 논하다 보면 주도자가 되기 위한 전략보다 일자리 위험 등 부작용 해소에 집착하곤 한다. 사실은 1980년대의 공장자동화가 4차 산업혁명의 시발점이다. 그간 일자리의 대체, 생성이 무수히 일어났지만 우리는 잘 적응해왔다. 또 AI와 자율주행차가 나오더라도 사람을 대체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AI는 “불이야”하면 불났다는 사실은 알지만 ‘양동이를 찾고 노약자를 피신시킬’ 연상까지는 하지 못한다. 자율주행차가 아무리 똑똑해도 장애물이 나타나면 운전기사처럼 장애물을 치우고 갈 생각은 못한다. AI가 두뇌 전체를 대체하려면 속도가 엄청 느려지거나 컴퓨터의 덩치가 매우 커질 것이다. 그렇더라도 사람처럼 계절마다 달라지는 색감이나 감성을 표현하지는 못할 것이다.

우리와 달리 독일은 ‘인더스트리 4.0’의 목표가 분명하고 기업 주도로 척척 추진해나간다. 상품에 부착된 센서와 통신수단을 연결해 원격주문, 원격 애프터서비스(AS), 주문자 상품 개발을 이뤄낸다는 것이 혁신의 요체다. 작년 이맘때 한독학술회의에서 드레스덴공대 응용전자센터의 게르하르트 페트바이스 소장을 만났다. 지금보다 10배 빠른 인터넷, AI처럼 복잡한 소프트웨어를 클라우드 환경에서 원활하게 구현시키는 슈퍼컴퓨팅 기술 개발을 추진 중이란다. 연구소의 인더스트리 4.0 목표도 분명했다. 한편 미국 GE나 독일 지멘스, SAP 같은 회사들은 사물인터넷(IoT)에 의한 공장 관리와 원격AS 시스템을 도입했다. GE나 SAP는 IoT시대에 맞게 다른 회사를 개조하는 서비스업무도 수행한다.

정보통신회사들은 더욱 빨리 변신 중이다. 구글, 애플, 엔비디아 등 미국회사뿐만 아니라 중국 회사들도 인력·기술투자가 빠르다. 지난 7월 MIT테크놀로지리뷰는 ‘세계 50대 스마트 기업’을 발표했다. 미국 31개, 중국 7개, 독일 대만 영국 각 2개, 아르헨티나 인도 케냐 등도 하나씩 포함됐는데 우리 기업은 없었다. 중국은 바이두, 텐센트는 물론 잘 모르는 회사도 4개나 됐다. 반도체 수출 호조와 안보 문제에 가려서 우리의 취약점이 잘 드러나지 않지만 지금이 바로 정부가 나서서 시장을 독려해야 할 때라고 본다.

한 달 전쯤 서울에서 한·독일 공학한림원 공동으로 4차 산업혁명 회의가 열렸다. 참석자들은 “한국은 기술, 표준, 인력 양성 등 할 일이 태산인데 전문가가 부족하고 총론에 머물러 있으며 독일은 기업 주도로 전문인력을 투입해 산업화의 성과가 높다”고 입을 모았다. 독일에는 정부 주도 산업정책이 없다. 상공회의소 등이 기업과 협력해 산업정책을 추진하고 정부는 필요시 대화의 장을 마련해주는 정도다.

이제 우리도 각론으로 가야 한다. 정부는 촉감 인터넷이나 슈퍼컴퓨팅 기술 등 기본 인프라 기술 개발과 소프트웨어 인력 개발에 집중했으면 좋겠다. 그렇게 해서 청년실업을 해소하고 우리 경제의 미래에 대비한다면 사람 중심 경제의 성장 원천이 될 것이다.

노대래 < 법무법인 세종 고문·전 공정거래위원장 dlnoh@shinkim.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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