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와 함께 책 속으로] 김경집 전 가톨릭대 교수 "삶의 본질 생각한다면 출퇴근길도 순례길이죠"

입력 2017-10-12 19:11   수정 2017-10-13 07:15

생각을 걷다


[ 심성미 기자 ] 히말라야 안나푸르나를 오르는 것. 많은 사람이 자신의 ‘인생 버킷리스트(죽기 전에 꼭 하고 싶은 일 목록)’에 올리는 일이다. 그러나 막상 실천하는 이는 많지 않다. 꿈은 꿈으로 그친다.

인문학자인 김경집 전 가톨릭대 교수(사진)는 3년 전 56세에 그 일을 해냈다. ‘25년 배우고, 25년 가르치고, 25년 저술과 강연으로 사회에 기여하겠다’는 다짐으로 대학 강단을 떠난 지 2년 만의 결행이었다. 그는 보름간 히말라야 트레킹을 하며 했던 생각을 묶어 《생각을 걷다》(휴)를 펴냈다. 탈출, 버티는 힘, 관용, 휴식, 꿈 등 삶을 관통하는 화두 18개에 대한 생각을 정리한 에세이다.

언뜻 보면 ‘히말라야 여행기’ 같은 이 책에서 히말라야는 오히려 부차적으로 다뤄진다. 그는 “히말라야 기행문도 아니고, 여행 안내서도 아니다”고 말했다.

“보름간의 히말라야 여행은 오히려 정적이고 고요한 것이었습니다. 몸이야 힘들었지만 아무 잡념 없이 아침에 일어나 묵상하면서 잡은 화두를 하나 질끈 부여잡고 온종일 그것만 생각했으니까요.”

그는 자신의 여행을 ‘순례’라고 표현했다. 너무 거창한 말은 아닐까 질문했더니 “나에게 순례란 ‘생각할 시간’을 오롯이 자신에게 할애하는 여정”이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꼭 안나푸르나, 산티아고 같은 거창한 순례지를 가지 않아도 돼요. 출근길 지하철도, 책상에 앉아있는 것도, 퇴근길도 모두 순례지가 될 수 있습니다. 중요한 건 ‘나의 삶의 본질’에 대해 생각할 시간을 갖는다는 거예요.”

히말라야에 다녀와서는 ‘삶의 속도를 조절하는 일’의 중요성을 더욱 실감했다고 한다. “­철저하게 속도와 효율에 순응하고 있는 사회죠. 속도를 잃으면 여유를 얻을 수 있겠지만 일상적 삶에서는 도태되니까요. 결국 우리 삶의 핵심은 가속과 감속을 적절히 균형 잡는 일일 겁니다. 속도에 휩쓸려 자아를 잃으면 안될 테니까요.”

속도를 줄이는 일이 어렵게 느껴질 수 있다. 그는 “작은 일부터 시작하면 변화가 있을 수 있다”며 “예컨대 ‘시를 읽는 날’과 ‘시를 읽지 않은 날’, 느껴지는 삶의 농도는 매우 다르다”고 했다.

‘정적인 여행’이었다고는 하지만 히말라야 트레킹은 분명 녹록지 않은 경험이었다. 4000m가 넘어가고부터 고산병에 시달렸다. “당시엔 산소만 충분하다면 뭐든지 할 수 있을 것 같았어요. 모든 것이 군더더기 같았죠. 그것 이상을 추구하고 탐닉한다는 게 불필요한 것처럼 느껴진 거예요. 물론 일상에 돌아와서는 깨달았던 이치가 희미해졌지만요(웃음). 그래도 가끔 결핍이 주는 미덕을 느낄 필요가 있다는 걸 알았습니다.”

심성미 기자 smsh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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