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네이버, 플랫폼의 가치와 방향 점검할 때다

입력 2017-10-24 15:02   수정 2017-10-26 16:04




(최진순 디지털전략부 기자) 네이버 스포츠 채널의 기사재배열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지난 20일 인터넷신문 <엠스플뉴스>는 “네이버 스포츠 채널 담당 K이사가 한국프로축구연맹 K홍보팀장이 청탁한 비판기사 재배치 민원을 처리해줬다”고 보도했다.

한성숙 네이버 대표는 이 보도가 나간 뒤 4시간 만에 사과글을 올렸다. 한 대표는 다양한 이해당사자와 협력해야 하는 ‘스포츠 채널’의 특성을 설명하면서도 재발방지를 위해 조직정비 등 자구책을 밝혔다. 그러나 인터넷 여론은 "네이버도 이제 믿을 수 없다" "일부만 드러난 것이다" 등 비판이 확산되는 흐름이다. 논쟁적이긴 해도 포털사이트에서 뉴스소비는 포털 뉴스편집자의 '기사배열'에 좌우되는 만큼 이 사안의 폭발력은 가늠하기 어려울 정도다.

이미 포털의 미디어 영향력을 둘러싼 법제도 논의는 10여년 전부터 본격화했다. 2009년 신문법과 언론중재법에서 의제설정(파급)과 역의제설정 등 영향력이 점증하는 인터넷포털을 '인터넷뉴스서비스사업자'로 법적 정의를 내린 것이 본격적인 출발선이다. 포털같은 정보 매개자를 법적으로 규정하는 것은 흔치 않은 일이지만 국내 미디어 지형에서 포털이 차지하는 위상을 수용한 결과였다.

일단 주로 '정보 매개' 역할을 하는 인터넷포털은 뉴스생산을 하는 인터넷신문과는 다른 개념으로 정리됐다. 인터넷포털에서 뉴스를 다루는 행위는 일반적인 '뉴스편집'이 아니라 뉴스의 '단순매개'라는 특성을 들어 '기사배열'로 정리한 배경이기도 하다.

이같은 법적 정의에 따라 인터넷포털은 취재자유 등 언론으로서의 권리 보다는 '의무'가 강한 편이다. 신문법 제10조 인터넷뉴스서비스사업자의 준수사항에 따르면 포털은 기사배열 책임자를 공개하고 '독자의 권리보호' 책임을 다해야 한다.

이후 2012년 국내 주요 인터넷포털은 공정한 뉴스유통과 독자 피해 최소화를 핵심 내용으로 하는 '인터넷뉴스서비스사업자 기사배열 자율규약'을 발표했다. 모두 10개 조로 구성된 자율규약은 '국민의 알권리 보장', '언론보도의 자유로운 유통을 방해하는 부당한 간섭이나 압력을 배제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특히 기사를 배열함에 있어 회사나 개인의 금전적 이익을 추구하거나 손실을 회피하기 위한 행동을 하지 않도록 했다. 단순한 뉴스소비공간을 넘어서 이용자의 참여행위를 인정하고 보장하는 방향도 들어있다. 한마디로 이용자 중심 서비스임을 강조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 네이버 등은 뉴스시장을 둘러싼 이해 관계 조정에 적극성을 띠기도 했다. 뉴스제휴평가위원회를 비롯해 안팎의 자율기구를 만들고 뉴스캐스트·뉴스스탠드 등 뉴스정책을 변경한 것은 대표적인 사례다. 또 콘텐츠 합작회사, 미디어렙사 출자 등 언론계와 여러 상생 카드를 내놨다. 최근에는 언론사가 직접 편집하는 모바일 뉴스채널을 시작했다. 인공지능(알고리즘) 기반 기사배열 영역을 넓히겠다는 방침도 여러 차례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이번 사건으로 그간 공들여온 안팎의 노력이 물거품이 될 지경에 처했다. 네이버의 신뢰성이 근본부터 흔들리고 있는 것이다. 스포츠채널은 물론 뉴스, 검색, 쇼핑 등 다양한 서비스 영역에서 투명성 요구가 거세질 전망이다. 이미 정치권은 '국정조사', '여론조작 감시TF' 등으로 네이버를 압박하는 양상이다.

일부 언론사는 '뉴스 장사를 그만둬야 한다' '국민을 상대로 기만했다' '수작업 뉴스배치를 중단하라' '알고리즘을 공개하라' 등 강도 높은 비판을 쏟아냈다. 잠잠하던 '규제장치' 도입이 다시 거론되는 등 네이버를 비롯한 포털뉴스 서비스는 일순간에 안갯속 상황을 맞았다.

네이버를 비롯한 국내 인터넷포털이 짧은 시간 안에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상대적으로 자유롭게 서비스를 전개할 수 있는 환경도 거들었지만, 다방면의 콘텐츠를 제공하는 '다양성', 블로그·공론장 등 이용자가 참여하는 '양방향성', 정보 서비스를 최적의 형태로 제공하는 '편의성' 등의 일관된 방향성이 큰 역할을 했다. 이번 '기사 재배열' 파문이 이용자가 만족할 수 있는 미디어 서비스를 꾸준히 제시해온 네이버의 혁신성을 편협하게 깎아내리거나 위축시키는 방향으로 흘러가선 안 된다.

이를 위해서도 네이버는 신속한 위기관리 역량을 보여줘야 한다. 급변하는 미디어 생태계에서 이용자 이탈은 '철옹성' 네이버도 예외는 아니기 때문이다. 전체 구성원의 자정 선언, 기사배열 투명성 방안 제시, 자율기구 개방성 확대, 뉴스를 포함한 모든 채널과 서비스의 공정성 장치 마련 등 전면적인 보완이 이뤄져야 한다. 뉴스 서비스 정책 변화도 일방적·폐쇄적으로 추진하는 방식에서 벗어나야 한다. 자사 서비스와 비즈니스 모델의 독창성, 도덕성, 책임성을 일대 점검하는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다.

더 나아가 성숙한 논의의 장을 마련해야 한다. 지금까지 인터넷포털을 둘러싼 입법과정은 정치권과 이해당사자 간 공방으로 휘둘려지면서 미완으로 끝난 경우가 적지 않아서다. 국내 인터넷포털의 잠재력과 생태계로서의 미래를 공공적인 관점에서, 산업의 측면에서, 이용자의 편익을 제고하는 방향에서 생산적인 검토가 일어나길 기대한다. (끝) / soon6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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